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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몸의 양식이 먼저? 마음의 양식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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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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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여름내 더위로 잃었던 식욕이 돌아와 갑자기 불어나는 체중을 걱정하는 분도 있고, 그간 놓았던 책을 다시 찾아 독서의 계절을 만끽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처럼 가을이 오면 우리 몸과 마음은 서로 경쟁적으로 빈 곳을 채우기 바쁩니다. 사실 우리 몸과 마음, 즉 소화기와 뇌는 경쟁은 아니지만 아주 긴밀한 소통을 합니다. 뇌의 상태에 따라 장의 움직임과 소화액의 분비, 그리고 장내 미생물 환경 등이 영향을 받는 한편, 장의 상태는 스트레스, 불안 및 초조함 그리고 무드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소화도 잘 안되는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우리 몸의 장과 뇌 간의 소통은 ‘gut-brain axis(장-뇌 연결축)’란 방식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뇌 연결축의 존재를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자는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에 나오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의 주인공이자 러시아의 대표적인 생리학자인 이반 파블로프 박사입니다.

파블로프 박사는 뇌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위나 췌장에서 분비물이 방출되고 장의 움직임이 촉진된다는 것을 밝혔으며, 특히 심리적 요인에 의해 위산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처럼 질투라는 감정에 휩싸이면 위산이 과다 분비되어 속이 쓰린 현상을 과학적으로 묘사한 것이죠. 파블로프 박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런 오랜 장과 뇌 간의 소통에 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장과 뇌 간에 직접적인 연결이 있는지는 최근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아마도 호르몬을 통해 장과 뇌가 소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 미국 듀크 대 디에고 보호르케츠 교수 연구진은 장에서 직접 뇌에 신호를 보내는 신경회로를 찾아내어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회로를 통해 우리 뇌는 장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고 대체 우리 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호르몬을 통해 전달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뇌는 장에서 일어난 일을 파악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장은 뇌에 인편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로 바로 연락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죠. 앞으로 이 분야 연구는 이번에 밝혀진 뇌와 직접 소통하는 장내 세포가 과연 장내 어떤 물질을 감지하여 뇌에 신호를 전달할지에 주목할 것 같습니다.

향기박사는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장내 미생물(microbiota)이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이 장내 미생물들을 자극하여 부정적인 물질을 만들도록 하고 이 부정적인 물질들이 장내 세포에 감지되면 다시 이 장내 세포가 뇌에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에 불안감까지 가중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몸을 좋은 음식으로 채우는 것만큼이나 우리 뇌에 좋은 생각을 채우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으면 여러분 장내 미생물들은 그 음식 속의 좋은 영양분은 흡수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물질만 잔뜩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장내 미생물을 편안하게 해야 여러분 뇌도 행복한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장내 미생물에 도움 주는 건강한 식사를 먼저 할지 뇌에 좋은 생각을 채워줄 독서를 먼저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무엇을 먼저 하든 몸도 마음도 풍족한 10월의 멋진 가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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