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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람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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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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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자녀에게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살라는 덕담을 많이 합니다. 근데 대체 사람의 도리, 즉 사람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뇌는 어떻게 사람다움을 표출하는 것일까요? 살아있는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unctional MRI)와 같은 장비가 개발되어 뇌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답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여전히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실제 뇌과학자들은 실험적인 제약으로 인해 동물을 사용해 뇌과학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대부분 이런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과 그 사실을 기반으로 개발한 약물들이 사람에게 잘 작동하므로, 많은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는 아마도 생쥐 뇌의 확대판일 것이라 설명합니다.

그런데 두개골을 열고 생쥐 뇌와 사람 뇌를 관찰해 보면 크기와는 별개로 아주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합니다. 생쥐 뇌는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반면, 사람 뇌는 기괴하고 울퉁불퉁한 주름을 갖고 있습니다. 구조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뇌가 과연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인지과학자의 관점으로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말 생쥐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우울증이나 자폐증을 경험할까요? 그리고 최근 연구들을 보면 생쥐에서는 잘 작동하는 뇌질환 약물이나 장애 치료법이 사람에게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즉 동물과 달리 사람의 뇌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8월 미국의 앨런 뇌과학연구소의 에드 레인 박사 연구팀과 헝가리 세게드대학교의 가보르 타마스 교수 연구팀은 생쥐에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신경세포를 하나 발견해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마치 곱슬머리 같은 형태로 무성한 축삭을 가진 이 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의 최상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 모습이 로즈힙(들장미 열매)과 같다 해 ‘로즈힙 뉴론’이라 명명했습니다. 사실 모양을 보면 로즈힙보다는 ‘로빈의 핀쿠션(바늘을 꽂아두는 골무)’이란 장미덤불에 사는 곤충의 모습을 더 닮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신경세포는 억제성신경세포로 우리 뇌의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실제 억제성신경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흥분성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되거나 혹은 지나치게 억제되면 뇌전증과 같은 신경질환에 빠질 수 있기에, ‘로즈힙 뉴론’ 발견은 신경해부학 같은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새로운 개념의 신경질환 약물 개발 연구도 기대됩니다. 이 연구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 ‘Brain Initiatives’란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시작했고, 이제 그 결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인간에게만 발견된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동물에서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이 ‘로즈힙 뉴론’ 역시 다른 동물에서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발달 덕분에 인간에게만 발현하는 신경세포를 더 많이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생쥐의 뇌와 달리 인간의 뇌가 왜 울퉁불퉁한 주름을 갖게 되었고, 그런 주름이 과연 동물과 달리 사람답게 사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밝히게 되겠죠? 그럼 이런 신경세포가 충분히 발현되지 않거나 혹은 발현되지만 다른 신경세포와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의 꼬리에 꼬리를 묻는 흥미진진한 뇌과학 연구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계속 연구가 진행되어 사람만 가진 신경세포가 더 많이 발견되고 그 신경세포가 정말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라 증명된다면, 앞으론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사자성어가 인면수뇌(人面獸腦)로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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