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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쏙쏙 인성쑥쑥] 낭떠러지에 매달린 손을 놓아라(懸崖撤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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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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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45년 광복이 되고 12월6일에 중국 상해에서 환국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이 경교장(京橋莊)에 모여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사진 앞줄 가운데에 키가 훤칠한 백범 김구(金九)의 모습이 있습니다.

김구는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썼습니다. 김구는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이 되어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몰라 본국에 있던 두 아들에게 유서 대신으로 쓴 것이 백범일지입니다. 또 하권에는 모든 동포를 염두에 두고 민족 독립운동에 대한 경륜과 소회를 알리려고 쓴 유서 성격의 일지입니다. ‘일지(逸志)’의 사전적 의미는 ‘세속을 초월한 훌륭하고 높은 뜻’을 말합니다.

김구는 다섯 살부터 일곱 살까지 개구쟁이짓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웃 동네에 놀러갔다가 또래 아이들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맞은 일, 그 일로 식칼을 빼앗긴 일, 아버지의 성한 숟가락을 구부려 엿을 사먹은 일, 엽전 스무 냥 꾸러미를 꺼내어 떡을 사먹으러 간 일 등으로 부모님께 야단을 맞으며 컸습니다.

김구는 14세에 과거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글공부를 한댔자 발천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과거시험의 폐단을 뼈저리게 느낀 김구는 ‘마의상서(麻衣相書)’를 공부합니다. ‘얼굴의 관상 좋음이 풍채 좋음만 못하고(相好不如身好), 풍채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身好不如心好)’는 구절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마음 좋음은 곧 덕성이기도 합니다.

김구는 20세가 되어서 스승 고능선(高能善)을 안태훈(안중근의 아버지)의 집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때 고능선은 김구의 결단력이 부족함을 알고 그에게 평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글을 가르치게 됩니다. ‘득수반지부족기(得樹攀枝不足奇)요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니라’입니다. ‘나무에 오를 때 가지를 잡고 오르는 것은 이상할 것 없다. 그러나 낭떠러지에 매달린 손을 놓아라. 그래야 대장부니라’라는 의미입니다.

백범은 ‘현애철수(懸崖撤手)’의 장면을 잊지 않으려고, 낭떠러지에 매달린 원숭이를 그린 그림을 벽에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그림을 쳐다보면서 ‘원숭이야 매달린 손을 놓아라’고 되뇌곤 하였다고 합니다. 실행할 과단성을 키워 ‘진정한 대장부가 되리라’고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스승 고능선은 ‘예로부터 천하에 흥해보지 않은 나라가 없고, 망해보지 아니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나라가 망하는 데도 거룩하게 망하는 것이 있고 더럽게 망하는 것이 있다. 국민이 의로써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망하는 것은 거룩하게 망하는 것이요. 그와 달리 백성이 갈라져서 동포끼리 싸움만 하다가 망하는 것은 더럽게 망하는 것이다’라 가르침을 주었다고 합니다. 낭떠러지에 매달린 손을 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료(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걸리는 시간이 0.001초에 불과한 5세대 이동통신(5G)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이 더욱 필요합니다. 김구가 백범일지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하는 것은 인성의 형성과정입니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일깨우는 자득지묘가 중요합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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