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가 > TV3사 사활건 드라마 배역설정 경쟁

  • 입력 1996-12-14 00:00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투씨'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여장을 하고 TV 연속극에 출연중이던 더스틴 호프먼이 여성편력이 심한
PD의 점잖지 못한 언사를 연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다.

그러자 함께 출연중이던 제시카 랭은 이전에 출연했던 한 연기자를 예로
들며 "그 사람도 PD와 다툰 적이 있었고,그 얼마 후 갑작스레 사망하는 것
으로 처리됐다"고 충고한다.

물론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투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옥
소리 김경아 홍리나 등 TV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예상
밖의 행로 때문이다.

SBS TV 월.화드라마 '연어가 돌아올 때' 의 주인공 오영채 역을 맡고 있
던 옥소리는 지난 9일 방송분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것
으로 처리됐다.

역할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의 교체한 것이란 설명
이지만, 시청률의 부진, 제작진과의 불화도 도중하차의 부수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10부를 끝으로 역할이 종료될 예정이었던 지혜역의 유혜
정이 옥소리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

KBS 2TV 일요아침드라마 '귀여운 여자'의 김경아도 최근 도중하차의 불
명예를 감수한 연기자, 극중 커플을 이뤘던 정영범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
된 SBS 'LA아리랑'에 복귀하게 된 것이 동반 퇴장의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기대에 못미친 연기력과 시청률이 제작진의 결단을 부추긴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두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해외출장 길에 올랐고,안정훈과 이혜은
이 새로 투입됐다.

반면 MBC 수.목드라마 '미망'의 머릿방 아씨역의 홍리나는 예정된 죽음
을 넘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극 초반부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던 홍리나는 시청자의 동정표(?)와 더불어 극적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내년 1월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처리됐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한장면에 출연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동갑내기 연기자
채시라와 홍리나는 어색한 모녀관계로 같은 장면에서 마주하고 있다.

극의 재미를 살리고,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목적으로 연출되는 이같은 상
황은 시청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갑작스런 역할변화에 어리둥절해
하는 시청자를 아랑곳하지 않는 방송사의 이러한 처방은 결국 시청률에 따
라 고무줄 편성을 마다하지 않는 그릇된 행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수
있다.

원인이야 어디에 있건간에 좀 더 신중한 태도로 시청자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 어수선한 변화를 지켜보는 방송가 주변의 공통된 견해이다.
<오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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