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거리 달라진문화] 음악감상실

  • 입력 2001-04-12 00:00

요즘 신세대들은 음악감상실이 필요없다. MP3·CD플레이어를 통하거나 인 터넷 음악감상 무료사이트를 찾아가면 입맛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86세대 이상의 세대들한테 음악감상실은 한때 욕구 충족장이자 삶의 돌파구였다. 80년대 중반 이전만해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나가면 한집 건너 한집이 음악다방, 음악감상실이었다. 거기는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 긴머리로 상징되던 70·80년대 젊은이들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자연 세련된 용모와 풍부한 팝송지식을 겸비한 명 DJ가 다운타운 스타로 떠올랐다. 61년 MBC 라디오가 개국되면서 최동욱(한국 최초의 DJ로 63년 동아방송 PD로 출발 탑툰쇼를 진행)·이종환·박원웅·임국희·김광한·김기덕과 같은 기라성 같은 DJ군이 전국의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대구 DJ파워도 강력했다. 전강문, 도병찬씨가 터를 닦았고 김진규·김병 규 형제가 주춧돌을 놓았고 18년째 대구 MBC DJ로 활동중인 이대희씨가 명 맥을 이어가고 있다. 50년대초 현재 대구극장 맞은 편에 자리한 시보네가 대구 첫 팝 음악 감상실로 출발한다. 그 뒤에 중앙파출소 건너편에 심지다방, 70년초 빅토리 아 맞은 편 목마다방 건물 4층(현 파리바게뜨)에 올림푸스 음악감상실이 나 타난다. 이어 음악감상실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무아 음악감상실이 79년 대백 옆에 문을 연다. 연이어 포그니, 행복의 섬 등 20여개의 음악감상실과 수백개의 음악다방이 동성로 문화를 한동안 지배했다. 당시 음악감상실에는 시간대별 DJ이름이 적힌 아크릴 판이 DJ박스 앞에 걸렸고 그 옆에 리퀘스트 용지 투입구도 뚫려 있었다. 토·일요일에는 손 님들을 무대로 초대, 즉흥장기자랑 코너까지 마련하는 등 음악감상실은 당시 젊은이들한테는 종합문화공간이었다. 콜라 한병 값만 입장료로 지불하면 온 종일 죽치고 있어도 눈총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 팝 음악감상실들도 80 년 후반들면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문을 닫고만다. 하지만 녹향·하이 마트만은 대구의 양대 고전음악감상실로 아직 남아 있다. 중구 화전동 대구극장 맞은편에 자리잡은 녹향음악감상실(대표 이창수)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감상실. 55년 역사인 이 공간의 현실은 충격적 이다. 어떤 때는 손님이 한사람도 없을 때도 있다. 물론 젊은이중에 고전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들르는 경우는 전무한 상태. 자연 그 시절 추억이 생각나 들르는 60대 이상의 노년층 단골이 적자 폭을 줄이고 있 을 따름이다. 57년 대구극장 맞은편에 문을 연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은 83년 공평동으 로 이전 44년간 대를 이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 김수옥(작고)·어 머니 박정삼씨(작고)에 이어 지금은 고인의 딸 김순옥씨(55)가 결코 문을 닫지 말라는 선대의 유언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찾는 손님은 줄었지만 토 요일 가방없는 날 시내 중·고교생들이 현장 학습을 하러 오기도 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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