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박근혜, 예측 가능한 정치로 승부해야

  • 입력 2011-11-16   |  발행일 2011-11-16 제30면   |  수정 2011-11-16
혁명적 정치상황 각종 신당설 난무
박 전 대표 위상도 흔들
혼돈 극복의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논단] 박근혜, 예측 가능한 정치로 승부해야

구미의 고(故)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94회 탄신제와 동상제막식이 열리던 그제 월요일, 서울 중구 신당동 62의 43 박정희 대통령 가옥(문화재청 등록문화재 412호)을 찾았다. 올 12월19일 준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던 보수공사도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반짝 추위 때문인지 잠시 손을 놓고 있었다.

대지 340㎡(103평), 건평 139㎡(42평)의 이 사저에 ‘박정희 장군’이 입주한 것은 1958년. 자그마한 집 앞뜰엔 박 장군이 손수 심었다는 대추나무를 비롯해 향나무·회나무·목련나무가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육영수 여사가 직접 주문하고 달았다는 철 대문은 투박하지만 5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여전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감회가 남다른 집이다.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얼마 후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로 떠났다. 그리고 1979년 박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봄, 그 혼란의 시기, 신당동 사저 앞마당 목련나무 옆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는 외롭게 서있는 박 전 대표의 표정에 만감이 교차한다.

10·26 재·보선은 우리 정치사의 또 다른 분수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당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시민단체가 정치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제도권 언론과 정치권의 민의수렴 기능이 부정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사형통의 또 다른 권력주체로 등장했다. 분명 혁명적 상황이다.

정치권은 한나라당, 민주당할 것 없이 뜨거운 물에 덴 듯 허둥댄다. 무슨 신당설(說)들이 난무한다. 묵묵부답인 안철수 교수를 향한 러브콜은 여·야 가릴 것 없다. 심지어 이명박(MB)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떠나 안철수 신당의 보이지 않는 후견인이 될 것이라는 그럴 듯한 이야기까지 횡행한다.

서울시장 MB의 정무부시장과 대통령후보 MB의 수행단장을 지낸 ‘명박돌이’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앞두고 단식투쟁에 나섰다. 한·미 FTA 합의처리가 명분이다. 언즉시야(言則是也). 말인 즉 옳다. 하지만 야당 강경파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FTA를 무산시키려는 마당에 속 보이는 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아니 ‘안철수 대안론’이 급부상하면서, 박 전 대표를 둘러싼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편승했던 측이나 눌려 지냈던 측이나 가릴 것 없이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공격은 거의 ‘박근혜 때리기’ 수준이다.

안철수 교수는 또다시 정치권의 허를 찔렀다. 그제 저녁 1천500억원대의 안철수연구소 주식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당리당략의 기성 정치권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안 교수가 정치에 무관심한 행보를 하면 할수록 정치권은 더욱 요동치며 그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려고 안달이다.

집권당은 집권당다워야 한다. 설사 일시 정권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팔랑거리는 바람개비 같아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정치권, 특히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집권당의 허망한 모습은 정치 불신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정치 불신은 혼돈을 낳고 혼돈은 또다시 정치위기를 부르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무너져가던 보수를 지킨 2004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거취까지를 포함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무서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예측가능한 정치가 정치 불신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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