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뼈묻을 시인 50명에 시집 내주는 ‘만인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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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1-18   |  발행일 2011-11-18 제36면   |  수정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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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최초로 기획시집을 펴내고 있는 만인사. 2003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3권의 시인선을 냈다.

현재 박진형 시인이 우직하게 꾸려가고 있는 15년 역사의 만인사.

서울에서도 주목한다. 상당수 지역 시인들도 이구동성으로 ‘만인사 시인선’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낸다. 제주도의 ‘다층’, 광주의 ‘시와 사람’, 대전의 ‘예지’ 등 지역별 시전문지 등이 있지만 만인사 시인선은 창비(창작과 비평), 문지(문학과 지성)와 겨눌 수 있는 ‘지방기획시집문화’의 신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랜드, 그루 등과 함께 대구 문예 출판계의 3인방으로 불리는 만인사. 대구의 대표적 시전문지 ‘시와 반시’가 10년 넘게 시에 매달리는 것도 대단하지만 지역 시인에게 인세료까지 주면서 시인선을 내준다는 건 지방에서는 아주 이례적이다.

박 시인은 “한국시학은 물론, 대구시학에 도움이 되는 시를 적고 있는 시인을 돕고 싶었다. 돈도 안되는 시인을 칭찬하고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시만 붙들고 있는 향토 시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2003년부터 시인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인선 대상 시인을 대구에만 국한시켰다. 이는 대구 지역에 빼어난 시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이상 향토 시인들이 서울 시단을 기웃거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만인사는 대구에서 뼈를 묻을 현존 향토시인 50명의 시집을 연이어 펴낼 계획이다. 지금까지 43권을 냈는데 내년이면 50권을 채울 것 같다.

시인선을 내면 만인사에서 1천권 인세조로 100권 남짓한 시집을 나눠준다. 누가 내고 싶다고 부탁해도 내주지 않는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적당한 시인을 물색하기 위해 편집위원까지 가동한다.

시인선 1호 시집을 낸 이하석 시인은 “어려운 출판사 여건에도 지역의 50명 시인에게 기획출판의 기회를 주고 있는데, 이는 대구 시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시인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춘호기자 leek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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