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활시대에 수필이 운다’ 홍억선 대구수필가협회장의 항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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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1-18   |  발행일 2011-11-18 제37면   |  수정 2011-11-18
"일간지 신춘문예에 댓글도 공모하면서 수필은 쏙 빼…공분 느낀다"
‘수필 부활시대에 수필이 운다’ 홍억선 대구수필가협회장의 항변
대구 수필문학이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신춘문예 수필부문 도입과 수필문학상 활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홍억선 대구수필가협회장.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대구에 수필문단이 형성된 시기는 1960년대 후반이다. 68년에 창립한 경북수필동인회(영남수필문학회 전신)는 대구 수필문단의 모체였다. 대구가 경북과 행정구역이 분리되던 81년부터 지금의 ‘영남수필문학회’가 된다. 83년에는 신택환, 김은집, 성기열, 백정혜 등이 ‘대구수필문학회’, 그해 11월에 동인지‘대구수필’를 발간한다. 이무렵 빈남수씨의 주도로 ‘안행수필’이 창립된다.

대구 수필의 부활은 2000년대부터다.

홍억선, 장호병, 곽흥렬 등이 수필의 대중화를 이끈다. 이들 수필창작반 수료생은 최근 10년간 전국의 각종 신춘문예와 신라문학대상, 평사리토지문학상 등의 전국 수필 공모전을 휩쓸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한 수필창작반에서 전국 9개 신문사 신춘문예 중 7군데서 당선자를 동시에 배출, 대구 수필의 위상을 전국에 알렸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는 300여명. 예비수필가를 포함하면 400여명. 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 홍억선 수필가협회장 일문일답

-흔히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데.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필가들이 하는 말과 수필가 이외의 문인들이 하는 말은 의미가 다르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으나 아무나 쓸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 말은 ‘수필이 체험의 문학’이라는 개념정의를 무지하게 이해한 것에 기인한다. 언젠가 시인이 운영하는 문예 강좌에서 특강을 했다. 그 강좌명은 ‘시 창작과 수필 짓기반’. 수필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시를 써보다가 안 되면 수필로 가면 되는 줄 안다. 어떤 문인은 ‘수필은 문학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시가 예지력으로 다가올 미래를 투시하는 상상의 문학이라면 수필은 과거의 체험을 수렴한 뒤 현재를 정리하고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문학이다. 수필은 매우 정제된 과정을 거치기에 어느 장르보다 쓰기 어렵다.”

-피천득, 정비석 등 참 예전에는 수필계의 스타가 있었는데 요즘은 왜 등장하지 않는가.

“지난 시절 인기 수필가들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시대에 존재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시나 소설은 유명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다. 동인·동리·소월 등 메이저 문학상은 수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언론 등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 심사과정까지 언론에서 지상중계를 한다. 수필은 그런 대규모의 문학상이 단 한 곳도 없다. 몇몇 상이 있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거론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이런 점에서 수필은 매우 차별을 받고 있다.”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가.

“지난해 수필 부문은 6곳(부산일보, 매일신문, 전북일보, 동양일보, 경남신문, 전북중앙일보)이었다. 중앙 일간지는 전멸이다. 심지어 어느 중앙일간지는 ‘인터넷 댓글 신춘문예’까지 공모한 적이 있다. 수필가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공분(公憤)’을 느낀다. 수필을 소설과 시처럼 문학의 중심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수필이 갖는 생활문학으로서 한계도 있다. 수필의 효용성은 증가하고 있다. 입시 때, 취업 때 자기 소개서를 쓴다. 시·소설로 써서 붙일 것인가. 모두 수필의 영역이다. 언론사의 신춘문예 수필부문 도입과 문학상 도입은 당연한 소임이다.”

- 너무 쉽게 수필가가 되는 것 같다.

“빨리 등단하려고 발버둥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등단은 호적을 새기는 일이며, 영원히 이력을 남기는 일이다. ”

이춘호기자 leek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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