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새마을 운동처럼 경북에서 마이스터 운동을 점화하자

  • 입력 2011-12-28   |  발행일 2011-12-28 제30면   |  수정 2011-12-28
백수로 놀리더라도 공장근무 안 시킨다는 고정관념 바뀌지 않는 한
대졸 청년실업 문제와 인력난 해소 기대 어렵다
[논단] 새마을 운동처럼 경북에서 마이스터 운동을 점화하자

지난 11월25일,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마이스터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마이스터 운동’ 출범식이 구미시 주최, <사>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주관으로 구미코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2010년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9.0%로 OECD 최상위권이며, 심지어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계고 졸업생도 71.1%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간한 ‘2010년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56%, EU 19개국은 55%, 미국 64%, 일본 48% 등으로 우리보다 낮으며, 세계적 기술강국인 독일(36%), 스위스(38%) 등은 더욱 낮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극심한 가계부담은 이제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중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는 고학력실업자, 청년실업자가 매년 증가하고, 산업체 현장에서는 기능인력 부족이 만성화되어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여 지탱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전문기술인력 양성과 현장중심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인 11월24일, 포항제철공고(철강산업), 평해공고(원자력발전설비) 등 경북지역 2개 학교를 포함한 5개의 특성화고를 마이스터고로 추가 선정했다. 2013년 개교를 준비 중인 이들 학교에는 지식경제부 등 관련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기업체, 지자체의 대폭적인 재정지원과 채용협약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도 올해 1월초 우수 기능인력의 선취업·후진학 분위기 확산을 위한 부처별 지원방안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학업·취업 병행 교육체제 구축 방안’을 정부합동으로 대통령께 보고한 바 있다. 그밖에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서도 지역의 전문계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하며,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문제는 기능인력과 직업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취급 못 받는다는 인식, 백수로 놀리더라도 내 자식에게 공장근무를 시키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넘쳐나는 대졸 청년실업과 제조업체의 인력난은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마이스터 운동’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으로 인해 출범된 민간 차원의 범국민의식개혁운동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국민인식개선 중심으로 보완하고, 전문기능인력을 존중하고 우대하는 사회분위기를 우리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나라 전체로 확산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운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경북도, 대구경북연구원, 농협경북지역본부, <사>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이 공동 참여하는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이러한 범지역기관 협력을 토대로 마이스터 카드 발급 등 지역의 각 분야별 기술명장·마이스터를 우대하는 다양한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번 마이스터 운동이 출범한 구미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대표적 전진기지의 하나로, 청년근로자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은 곳이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였던 1970년대, 경북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 전체의 근대화를 달성한 새마을운동처럼, 마이스터 운동도 경북을 시발점으로 하여 전국으로 확산되는 또 하나의 좋은 모델로 키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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