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포항 구룡포·양포 앞바다로 ‘패밀리 피싱’ 떠나보자

  • 입력   |  수정 2012-01-13  |  발행일 2012-01-13 제면
오전엔 열기가 ‘줄줄이’… 오후엔 고등어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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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타 9피네.” 바람이 꽤 강하게 불어 너울파도가 심했던 지난해 12월31일, 동해패밀리호를 탄 김청근씨가 수심 40m 바닥에서 마릿수 열기를 낚아올리고 있다.

겨울바다는 사실 황량하다. 춥다. 그렇다면 배를 타고 30분 정도만 나가보자. 곧 후끈후끈한 손맛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울긋불긋 열기(불볼락)가 꽃처럼 활짝 피고, 펄떡펄떡 고등어가 튀어 오른다.

● 열기낚시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오전 7시30분. 해맞이 명소로 잘 알려져 있는 포항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양포항. 10여명의 꾼들을 태운 동해패밀리호(선장 정해원)가 2011년의 마지막 해를 안고 출항한다.

◆줄 잘 태우면 한 번에 10마리

북쪽 구룡포 앞바다 첫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8시. 수심 45m 바닥에 어군이 형성된다.

“삐~!”

정해원 선장이 키 아래 있는 빨간 단추를 누르자 버저가 울린다. 채비를 내리라는 신호다. 80호 봉돌이 연결된 카드채비가 주르륵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꾼들은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서너 바퀴 감아 채비를 살짝 띄운다. 곧이어 투둑투둑 낚싯대 끝에서 어신이 감지된다.

“왔다~!”

릴을 감는 꾼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촤르륵~” 전동릴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윽고 수면 위로 선홍빛 ‘바다꽃’이 카드채비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온다. 카드채비에 달린 10개의 바늘에 모두 열기가 피었다. 이렇게 10개의 바늘에 모두 열기가 낚인 채 올라올 때 꾼들은 ‘줄을 태운다’라고 표현한다.

“보세요. 한 번에 10마리씩 줄을 태우잖아요, 이처럼 10번만 걸어내면 100마리지요. 아이스박스 하나 채우는 건 일도 아니죠.”

경주에서 온 정병국씨가 열기 10마리가 주렁주렁 달린, 막 올려낸 카드채비를 들어 보인다. 정씨는 매년 겨울이면 1주일에 두어 번은 열기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지난 주 왔을 때는 지금보다 씨알이 굵었는데….”

오늘 낚이는 씨알은 약간 아쉽단다. 정씨 말대로 첫 포인트에서 낚인 열기는 손바닥 만한 게 대부분이다. 흔히 ‘신발짝’이라 불리는 굵은 열기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암초지대 바다에선 굵은 우럭까지

“보세요. 지금 수온이 15.6℃죠. 아직은 수온이 낮아요. 17℃ 이상으로 올라가야 좀 더 굵은 씨알이 마릿수로 입질합니다.”

정 선장이 어군탐지기에 찍힌 수온을 가리킨다. 포인트를 옮길 때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날 오전 수온은 좀처럼 16℃를 넘지 않았다. 게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너울파도에 배가 기우뚱 기우뚱 한다. 동해 배낚시는 서해의 그것과는 패턴이 다르다. 밀물과 썰물 같은 조류의 방향과 세기를 읽어야 하는 서해와는 달리, 동해 배낚시는 바람의 강약과 방향이 중요하다.

“배가 바람에 밀리지 않게 조타하는 게 요령이죠. 바람에 배가 밀려 약간만 포인트에서 벗어나도 입질이 없거든요.”

대부분의 배낚시가 그렇듯이 열기낚시 역시 선장의 역할이 조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정 선장의 말이다.

이날 동해 패밀리호는 구룡포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오면서 어장을 뒤졌다. 열기 어군은 대체로 바닥권에서 많이 찍혔는데, 그만큼 수온이 낮다는 증거다. 암반 포인트에서는 카드채비의 맨 아래 바늘에 가끔 굵은 우럭이 섞여서 낚인다. 이날 처음 열기낚시를 해 본다는 인천꾼 문태진씨는 열기 대신 씨알 굵은 우럭으로 첫 입질을 받아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왔어요. 2011년 마지막 날 열기낚시를 하고, 내일 호미곶에서 해돋이를 볼 계획입니다.”

이처럼 열기 배낚시는 전문꾼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낚싯대와 릴은 배 안에 준비돼 있다. 개당 2천원 정도 하는 카드채비 서너 장만 사면 된다. 미끼로 쓰이는 크릴도 선장이 공짜로 나눠준다.

포항 양포항 열기낚싯배는 매일 오전 7시에 출항해 11시까지 4시간가량 구룡포 일대를 섭렵한다. 이렇게 4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초보라도 하루 100마리 정도는 쉽게 낚아낸다. 뱃삯은 1인 5만원이다.





▨열기(불볼락)= 열기는 눈이 크고 몸색이 불긋하며 볼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볼락보다는 평균 씨알이 좀 더 굵다. 꾼들은 보통 ‘열기’라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불볼락’이다. 영어로는 ‘Goldeye Rockfish’라고 하는데, 수심 80∼150m의 암초지역의 밑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어릴 때에는 떠다니는 해조류의 그늘 아래에서 함께 떠다니다가 6㎝ 정도 자라면 바다 밑바닥에서 생활한다. 암컷은 배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2∼6월에 몸길이 6㎜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새우, 게, 작은 어류, 갯지렁이 등을 먹는다. 낚은 열기는 주로 회로 먹거나 소금구이, 찌개 등을 한다.
● 고등어낚시

“와~! 잡았다. 다섯 마리나 돼.”

“또 올라온다. 에이~, 이번에는 한 마리밖에 안 되네.”

포항 남동쪽 끝에 있는 작은 항구마을, 양포 앞바다가 시끄럽다. 계절을 잊은 ‘국민생선’ 고등어가 줄줄이 낚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고등어가 풍년이라니…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시. 동해패밀리호는 배 이름 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가까운 대구에서 한 가족, 멀리 인천에서 또 한 가족이 고등어로 패밀리 피싱을 즐기고 있는 것. 이 두 가족은 모두 낚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전문꾼 못지않은 솜씨를 뽐낸다.

“요 카드채비를 낚싯줄에 이렇게 연결하고요. 맨 밑에 이 추를 달아줍니다. 그리고 바늘에 크릴을 끼우고….”

가족들은 정해원 선장의 짧은 설명을 듣고는 이내 낚시꾼이 된다. 맨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아빠 엄마와 함께 해돋이 관광을 온 박정현양(11)이다. 왼쪽 선미 아빠 박성동씨 옆에 자리한 정현양은 채비를 내리자마자 고등어 5마리를 바로 걸어 올리는 묘기(?)를 선보인다.

“으악~! 잡혔어, 아빠 어떡해~!”

뱃전에 끌어올린 고등어가 갑판에서 펄떡펄떡 뛰자 정현양이 기겁을 한다.

“요렇게 쥐고 바늘을 빼면 돼.”

아빠가 정현양 채비에 매달린 고등어를 떼내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이후부터는 자신이 낚은 건 직접 처리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워낙 입질이 활발해서 아빠 손도 바쁘기 때문이다. 한두 번 낚아 올린 고등어를 직접 만지더니 11살 짜리 소녀의 손길도 이내 익숙해진다. 걸어 올린 고등어를 손으로 덥석 쥐고는 주둥이에 박힌 바늘을 쓱 잡아 뺀다. 그리고는 고등어를 살림망에 휙 던져 넣는다. 그 손길이 점점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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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세요. 다섯 마리나 돼요.”멀리 인천에서 온 박정현양(11)이 한번에 다섯 마리의 고등어를 낚아내고 있다. 최근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난류성 물고기인 고등어의 낚시 시즌이 더 길어지고 있다.


◆아이들 고사리 손에도 주렁주렁

대구에서 온 이승훈씨 가족도 금방 고등어낚시 재미에 푹 빠졌다. 장모를 모시고 온 이승훈씨는 아내 앞에서 한껏 기가 올랐다. 던져 넣는 채비마다 주렁주렁 고등어가 달려 올라오니 장모님의 ‘우리 사위 최고’라는 찬사가 멋쩍지 않다.

이승훈씨의 아내 김수진씨의 솜씨도 만만찮다. 다섯살 아들 준성군이 보는 앞에서 줄줄이 고등어를 걸어올린다.

“준성아 이거 봐. 이게 고등어야. 너 고등어 구이 좋아하잖아.”

“와~, 엄마 잘한다. 오늘 우리 고등어 잔치해도 되겠어요.”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양포 앞바다의 ‘고등어 타작’은 두어 시간만에 살림망을 채운다. 이번에는 배 위에서가 아니면 절대로 맛보지 못하는 고등어 회 파티 시간. 정 선장이 뱃머리에서 직접 낚아올린 20여 마리의 고등어를 손질해서 무침회로 차려냈다. 무와 양파를 채썰고 솜씨 좋게 떠 낸 고등어 살을 초고추장에 쓱쓱 비벼 한 접시 가득 담았다.

“와~, 맛있어요. 쫄깃하고.”

“신기하게도 전혀 비리지 않네요.”

어른보다 아이들의 젓가락이 더 바쁘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서 물 밖에 올라오면 금방 죽어버리므로 낚시터 현장이 아니고는 그 회맛을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고등어회는 낚시꾼만의 특권인 셈인데, 이날 초보 가족꾼들은 그 맛을 제대로 느낀 거다.

사실 고등어낚시의 제철은 여름에서 가을까지다. 그 이후에는 연안 고등어들이 모두 먼 바다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겨울에는 손맛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된 셈인지 1월 현재까지도 이처럼 포항 앞바다에 고등어 낚시가 한창이다.

“저 앞에 보이는 게 우럭 양식장입니다. 사료를 주는 시간이면 고등어들이 떼로 들어오지요. 물론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오른 이유도 있고요.”

정 선장은 포항의 고등어 배낚시가 적어도 1월 중순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내다본다. 양포항 고등어 낚싯배는 매일 오후 1시쯤 출항해서 20분 정도 떨어진 우럭 양식장 근처에 정박한 후 마릿수를 채운다. 이렇게 4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한 사람이 최소 30~40마리의 고등어를 낚을 수 있다. 고등어낚시 전용 카드채비(개당 2천원) 몇 개만 사가면 낚싯대와 릴, 미끼는 배에서 준비해 준다. 배삯은 1인 5만원.

▨출항·조황문의= 포항 동해낚시 (054)281-3330, 010-9373-5001

월간낚시21 기자·블로그 penandpow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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