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자전거로 시원한 강변과 녹음 속을 달리자

  • 입력 2012-03-29   |  발행일 2012-03-29 제25면   |  수정 2012-03-29
‘녹색 교통’에 필수적인 자전거 이용 확산 위해 전국 자전거길 구축 등 정부가 제도개선 앞장서야
20120329
곽용환<고령군수>

학교마다 입학식을 한 이달초, 고령지역의 한 학교를 찾았다. 학교 정문 부근에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를 위해 타고 온 자동차와 학생이 한데 뒤엉켜 혼잡했고, 이런 모습은 이미 평범한 일상이 돼버렸다.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1960~70년대는 자동차가 귀했다. 당연히 버스도 흔하게 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대신 자전거는 통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학교 담장을 따라 양철지붕 밑을 가득 메운 자전거가 아련한 추억으로 회상되는 것은 나만의 기억은 아닐 것이다. 9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점점 높아진 국민소득은 자전거의 자리를 하나씩 자동차로 대체했다. 그러면서 자전거 이용률은 급격히 줄었다.

오늘날 점차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위기, 저성장 국면에 대해 주요 선진국이 앞장서 한계상황을 인식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녹색성장’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녹색성장은 2001년 이코노미스트지가 최초로 언급하면서 다보스포럼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현 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3대 전략과 10대 정책을 정하고,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특히 정부는 녹색 신사업분야 확산, 녹색 기업 경쟁력 강화, 녹색거점과 녹색교통수단의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4대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물관리·강생태 복원과 더불어 4대강에 총연장 1천757㎞에 달하는 자전거길을 구축해 오는 4월22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는 4대강을 연결하는 자전거길을 비롯, 하천둔치와 도심권역을 통한 자전거도로망 구축 등 2018년까지 지금의 두배에 달하는 전국 자전거네트워크 노선을 구축한다고 한다.

자전거는 생체에너지를 이용한 비동력 교통수단으로 자동차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최단 경로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교통수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 선진국으로 꼽는 북유럽, 그 중 독일과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별 자전거 이용률은 평균 20~30% 대로 우리보다 6~7배 정도 높다.

생활교통은 물론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자전거 이용 확산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 대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도 교통 혼잡을 일으키고 건강을 위협하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수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쪽으로 변화돼야 한다.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나가면 불편을 넘어 황당한 경험을 종종 겪게 된다. 그럴수록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자전거가 다시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령군은 55㎞에 달하는 낙동강 연접지역을 갖고 있고, 32㎞에 달하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통과하고 있다. 4대강사업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고령 낙동강은 어느 지역을 찾더라도 강변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자전거길이 마련돼 있다. 이보다 앞서 2009년에는 37㎞에 달하는 낙동강변 산악자전거도로를 개통한 바 있다. 이곳은 시원한 강변과 녹음이 어우러진 자전거길이 한데 어우러져 자전거 애호가들로부터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강변풍경이 으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 국민이 누구보다 성실과 신속을 무기로 오늘날의 성장을 일구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만 이쯤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끔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강변과 녹음 속을 누벼보는 것도 꽤 매력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고령군의 낙동강변은 분명 그러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자전거로 마음껏 한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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