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개업 2년내 절반 문닫는다

  • 이은경
  • |
  • 입력 2012-07-23 08:17  |  수정 2012-07-23 08:17  |  발행일 2012-07-23 제1면
끝모르는 경기한파에 직격탄
창업→폐업 이어지는 악순환
자칫 한국경제 시한폭탄 될라

골목에 늘어선 의류·신발·액세서리 점포 곳곳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셔터에는 ‘임대문의’ ‘폐업’ ‘점포정리’란 문구가 커다랗게 써 있다. 대로변 상가는 말할 것도 없고 대로에서 떨어진 골목에도 서너집 이상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최근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하나같이 장사가 안 돼 나갔다”고 설명했다.

동성로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김모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아도 정작 주머니를 여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대구지역 중심 상권이라 할 동성로가 이 정도면 말할 것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가게 관리비와 인건비, 재료비 등에다 월세까지 부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을 올려야 수익 보전이 가능하지만, 요즘 같은 경기 침체에는 월평균 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기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으면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해 자영업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해진 것도 이유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자영업주는 28만5천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6만3천여명에서 1년새 2만2천여명이 늘었다. 자영업주 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29만5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9년 27만8천명, 2010년 27만명, 2011년 26만3천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급가족종사자 수의 증가다. 월급을 받지 않고 가족이 함께 가게를 꾸려가며 먹고 사는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6만명으로 전년대비 14%나 늘어났다.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2008년 5만8천명에서 2009년 5만5천명, 2010년 4만8천명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5만3천명으로 다시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창업과 폐업으로 이어지는 이들 자영업자의 악순환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통계에 따르면 5인 이하 자영업자 중 지난해 월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는 전체의 57.6%를 차지했다. 적자를 본 자영업자도 26.8%에 이르렀다. 1천만원 이하 월 매출이 전체의 80%를 넘었다. 임차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월 3천만∼4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1.3%에 그쳤다. 창업을 하긴 했지만 자영업으로 돈을 벌기란 만만치 않은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폐업자 수는 2008년 상반기 7만3천명이었다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엔 24만1천명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의 경우 7만7천명이 폐업한 상태.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2009년 상반기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지역에서도 전체 신규 사업체 가운데 개업 이후 1년 만에 26.9%가 문을 닫고 2년째엔 절반 정도인 43.8%가 폐업을 하고 있다. 5년이 지나면 전체의 32.5%만 살아남는다. 문을 닫는 사업체의 둘 중 하나(48.9%)는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이다.

실제로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5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은 164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3천억원 늘었다. 여러 금융회사의 빚을 진 다중채무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50%를 넘어섰고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1.82%로 직장인(1.24%)의 1.5배에 이른다.

강신규 <사>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구직난에 시달린 청년들이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자영업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자영업자간 경쟁이 심화하면 대규모 폐업과 대출부실화로 자칫 자영업자가 한국경제의 시한 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