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평범한 아줌마들 상처까지 치유했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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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7-23   |  발행일 2012-07-23 제23면   |  수정 2012-07-23
[월요문화視線] 수성아트피아 주부 연극 ‘엄마의 드라마- 수다는 문화다’
환자 아닌 일반인까지 예술적 심리치료 확대
연극인·미술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참여
‘예술치료’ 새 가능성 열어
20120723
지난 18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된 연극 ‘엄마의 드라마-수다는 문화다’의 한 장면. 이 연극은 환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예술치료의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치료 중심의 예술치료가 예술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지난 18일 수성아트피아의 소극장 무대에 ‘파업’이란 빨간 글씨가 쓰인 머리띠를 두른 주부 4명이 올라섰다.

한 주부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다른 한 주부는 한집에 살지만 남보다도 서먹서먹한 관계인 남편과의 소통단절로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춘기 자녀와 매일 목소리를 높여 싸운다는 또 다른 주부는 아이와의 갈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주부가 결국 “주부가 얼마나 힘든데 이렇게 억눌리며 살아야 하느냐. 우리의 어려움을 누가 알아주느냐”며 파업을 주동한다.

이렇게 주부들의 반란은 시작되고, 같은 동네 주부들이 이들의 행동에 동참한다. 이에 화들짝 놀란 각 가정의 가족들은 이들 주부와 대화를 새롭게 시작한다. 결국 이들은 화해하고, 주부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아내·며느리·엄마로서의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상을 다룬 연극 ‘엄마의 드라마-수다는 문화다’의 주된 줄거리다. 이 작품은 수성아트피아가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후원으로 4월부터 진행해온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하나로 공연됐다.

이번 사업은 예술 전반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이를 직접 체험해 보게 하는 일반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를 넘어 예술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쌓인 고민과 스트레스 등을 풀어주는 치료 성격이 강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예술치료는 그동안 주로 예술성보다는 치료에 중점을 두고 사람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렇다보니 예술성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예술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예술적 측면도 상당부분 고려했다. 치료적 측면이 강한 공연인데도 예술성까지 곁들여 예술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기존의 예술치료가 대부분 환자들에게 실시됐던 것과 달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연극에 출연한 배우는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평범한 주부 12명. 4개월 동안 연습해 이번 무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 연기연습은 기존 연극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세시간 연습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쏟아냈다. 대한민국 주부로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수다로 원없이 풀어낸 것이다. 이 작품은 이들 주부의 수다를 엮어서 새로운 드라마로 만들었다.

연극에서 한 주부의 남편 역으로 출연한 이영순씨는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아 배우로 출연하는 것이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해 참여했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확 풀어버리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주부로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많지만, 이를 말할 곳이 없었다. 처음에는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어느 순간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쏟아냈다. 가슴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확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말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극작가 안희철씨가 대본을 썼다. 여기에 연극치료 또는 미술치료 활동을 하는 연극인 이은주씨, 미술작가 김병호씨 등 다양한 예술치료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수성아트피아 최현묵 관장은 “그동안 극장과 극단 등에서 운영하는 연극교실은 대부분 연기 기초를 교육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이 연극은 주부들의 잠재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예술치료적 성격이 강하다. 또 환자를 중심으로 예술치료를 하던 데서 일반인의 잠재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형태로 예술치료를 좀 더 광범위하게 활용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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