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여성가족재단 출범을 바라보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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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01   |  발행일 2012-08-01 제30면   |  수정 2012-08-01
출발 다소 늦은 대구여성가족재단
예산과 인력 턱없이 부족
행정기관은 물론 기업의 인식전환 필요
[동대구로에서] 대구여성가족재단 출범을 바라보며

7월6일, 대구지역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지역민의 행복한 삶을 가꿔나가기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출범했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있는 대구종합복지회관 평리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연 것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그동안 지역 여성계의 숙원사업으로 추진돼왔다. 지역여성단체들이 2002년부터 꾸준히 여성정책 전문연구기관을 독자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힘입어 2004년 대구경북연구원 산하에 양성평등연구센터가 문을 열었으나 대학에 위탁해 운영하는 등 불안정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정책 전문기관과 관련해 대구와 경북은 묘한 양상을 보여왔다. 경북도는 15년 전인 199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을 만들었다. 이후 여기에 자극을 받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의 문을 열었다.

대구시는 경북도보다 7년이나 늦게, 그것도 독립된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이 아닌 대구경북연구원 산하에 양성평등센터를 운영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늦었지만 독립된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으로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문을 연 것은 분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지역 여성계에서는 다른 시·도에 비해 늦게 출범했으니 해결해야할 숙제가 더 많을텐데, 대구여성가족재단의 예산과 인력이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울가족재단의 경우 100억원이 넘는 예산과 40여명의 연구진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광주여성재단도 20억원이 넘는 예산과 20여명의 연구원이 활동 중이다.

이에 비해 대구여성가족재단의 1년 예산은 5억원이다. 연구원도 3명에 불과하다. 여성가족재단 내에서도 이같은 예산과 연구원으로는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푸념을 한다. 예산이 증액돼야 하고 연구원도 최소 2~3명은 보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단 사무실의 위치나 규모도 아직 보강해야할 부분들이 많다. 개소식에 다녀온 여성계의 한 인사는 “사무실이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은 데다 공간이 협소해 연구원을 더 충원해도 자리를 마련해둘 곳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고 안타까운 말을 쏟아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의 모습은 늦었지만 제대로 된 출범을 기대했던 여성계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것같다. 물론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하나하나 시간을 두고 갖춰나가야 하고, 형식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구시에서 여성가족재단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지만 기업과 시민의 관심도 절실하다. 여성가족재단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 여성이 행복해야 남편, 자녀 등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땅 위의 절반인 남성도 행복할 수 있다. 여성의 행복이 결국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사람과 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21세기 새로운 경쟁력의 하나로 주목받는 여성의 발전을 위해 기업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지난 여성주간(7월1~7일)에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평등사회’란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런 주제가 단순히 행사의 주제로만 그치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정, 직장, 사회 등에서 당장 내 주변에 있는 여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이런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수영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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