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딸방·키스방·풀살롱…‘性업중’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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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06 07:50  |  수정 2018-08-13 15:36  |  발행일 2012-09-06 제6면
[性매매특별법 8년 일그러진 자화상] (1) 교묘해지는 성매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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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내 한 모텔 밀집 지역의 밤 모습. <영남일보DB>

우리나라 성문화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성매매와 성범죄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들어 성범죄는 흉악성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해지고 있으며, 신종·변종 성매매 업소 역시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성문화와 관련해선 우리 사회는 삐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혀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모양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우리의 성문화 자화상을 5차례에 걸쳐 되짚어본다.

신·변종 업소 ‘우후죽순’
불법 성매매 하루 14만건
산업규모 7조원대로 번성

범죄자 양산·음성화 부작용
법 폐지·개정 목소리 커져


대구시 동구의 한 주점. 일명 ‘풀살롱’이라는 이 술집은 1인당 30만∼40만원을 내면 술을 마시고, 성매매까지 가능하다. 그것도 술집 안에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A씨(40)는 “술마시고, 모텔까지 가야 되는데 여러가지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단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어디 다니기도 불안해 친구나 거래처 사람과 한달에 두세 번 찾는다”고 말했다.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한 빌라촌. 30대 남성 B씨가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5분 후 검은색 승용차가 B씨 일행을 차량에 태우고 사라졌다. B씨는 “친구나 직장동료와 술을 마신 후 한번씩 원룸 성매매를 한다. 1시간 성매매에 11만원, 약간 변태적 성매매는 15만원”이라며 “요즘 누가 자갈마당 같은 성매매 집결지를 찾느냐.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성매매 방법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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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절반의 성공

2004년 9월23일부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은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성매매 알선과 광고로 벌어들인 재산은 전액 몰수하도록 했다.

성 구매자도 적발되면 무조건 입건하도록 했고, 퇴폐 이발관과 유리방 등 신종 성매매 업소도 단속대상이 된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을 뜻하는 윤락녀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성매매 피해자 개념을 도입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은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게 됐다.

이런 강력한 법이 발효됐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체 성매매 산업 규모는 7조7천억원으로 추정될 만큼 번성하고 있다. 연간 4천500만건, 하루 평균 약 14만건의 불법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범죄자만 양산할 뿐 풍선효과로 인해 오히려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되고 있다며 법 폐지나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성룡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성문제를 법으로 통제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미혼자, 장애인 등 성적 해소가 절실한 사람을 위해 독일 등 성매매를 양성화한 국가의 사례를 검토하고, 부분적 양성화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나 우리 사회가 성매매특별법의 엄중함을 제대로 실천하려는 의지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한기령 대구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잘못된 시각과 성산업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특별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신·변종업소 급증

이 때문에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일시적으로 성매매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근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성매매가 적발됐을 때 받게 되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업주의 45%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성구매자의 기소율은 고작 10%에 그쳤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인 집결지가 줄어든 반면 음성형 성매매 업소는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바로 신·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안마방, 휴게텔, 오피스텔, 대딸방, 키스방, 풀살롱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부분 신고가 필요없는 자유업종이거나 아예 불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찰이 단속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특히 회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원룸 성매매는 경찰의 골칫거리다. 대구의 경우, 주로 수성구 황금동과 북구 칠곡3지구, 남구 대명동 등 원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비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익명의 남성끼리 인터넷을 통해 모인 뒤 같은 성매매업소를 이용하고 요금을 할인받는 신종 집단 성매매도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이들 업소를 단속하는 인원은 고작 1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 경찰관은 생활질서와 관련된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전문화된 집중 단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성매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오히려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성범죄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이 성범죄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에 공감하는가’라는 물음에 남성 응답자 56%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은 36%에 불과했다.

여성도 공감한다고 답한 경우가 41%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여성(43%)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 특정 지역 내에서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남성 응답자의 58%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34%였다. 반면 여성은 반대가 50%, 찬성은 39%였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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