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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스펜더블 2
스탤론 - 반담 곡예에 가까운 마지막 격투장면 ‘백미’
액션 영웅들이 돌아왔다.
실베스터 스탤론, 브루스 윌리스,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액션 영웅들이 전편에 이어 ‘익스펜더블 2’로 다시 뭉쳤다. 2010년 개봉했던 ‘익스펜더블’이 평단과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2억8천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으니 명분은 충분한 셈.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에 나오는 세상과 동떨어진 마초같은 남자들을 다루고 싶어 이 영화를 기획한 실베스터 스탤론은 전편에 이어 CG를 배제한 날 것 그대로의 박진감 넘치고 스펙터클한 아날로그 액션의 결정체를 내놓았다. 그야말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적의 영화를 말이다.
이미 짐작하겠지만 줄거리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임을 과시라도 하듯 오프닝부터 눈과 귀를 자극하는 강도 높은 액션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 보다 주력한다.
네팔 무장게릴라에 인질로 잡혀있던 트렌치(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손쉽게(?) 구출해낸 바니(실베스터 스탤론)일행들의 팀워크는 세계 최강이다. 그런 그들에게 CIA요원 처치(브루스 윌리스)는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플루토늄 5t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악당 빌레인(장 클로드 반담)을 제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빌레인은 그리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보다 대담하고 파괴적인 액션 스케일을 원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은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전편과 달리 메가폰을 사이먼 웨스트에게 넘겼다. 사이먼 웨스트는 ‘툼 레이더’ ‘콘 에어’ 등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짜임새 있는 연출을 인정받았던 감독. 그래서일까. 2편의 액션은 전편보다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무엇보다 액션에 관한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당백의 전사들인 만큼 이들에게 기술적인 트릭은 필요치 않다.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화려한 화력도 볼거리지만 이 영화의 기본 베이스는 총보다 주먹이다. 덕분에 제이슨 스타뎀의 날렵하고 민첩한 검술 액션과 오랜만에 만나는 이연걸의 특공 무술, 액션 영화사에 전설로 남은 장 끌로드 반담의 화려한 발차기까지, 관객들은 오랜만에 속이 탁 트이는 시원한 리얼 액션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화끈한 액션장면 만큼이나 관객의 관심을 끈 건 이를 장식한 출연진들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액션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은 1편의 출연진은 물론, 또 다른 액션의 전설인 척 노리스와 장 클로드 반담까지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시켰다. 특히 장 클로드 반담은 기존의 히어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무자비하고 잔혹한 절대 악인 빌레인을 연기했다. 그가 실베스터 스탤론과 벌이는 아크로바틱한 마지막 격투신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만 하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이 영화에는 너무도 많은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촬영장에선 아무도 서로에게 뒤지려 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경쟁은 배우들이 단독으로 주연을 했을 때 보다 더 큰 중압감으로 작용해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편에선 적은 분량의 출연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는 전성기의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익스펜더블 팀의 전투력에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최적의 무대가 된 불가리아는 숨겨진 지하 동굴부터 자연 그대로의 호수, 숲이 밀집된 정글 등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그림이 됐다. 이는 불가리아 수상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의 프리미엄 덕이다.
시종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액션의 향연 속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재치 넘치는 대사와 유머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극 중 위기에 처한 바니 일행을 구하러 온 트렌치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명대사를 인용한 “나는 돌아온다”(I’ll be back)라고 말하고 또 다른 버전의 “I’m back!”까지 남발하자, 처치가 “그 대사 이제 지겹다”고 일침을 가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절로 나온다. “CG와 판타지로 점철된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관객들은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최고의 액션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자신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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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2
10년후 다시 사랑의 갈림길에 선 팬텀·크리스틴·라울
‘오페라의 유령 2 : 러브 네버 다이’(이하 ‘오페라의 유령 2’)는 팬텀, 크리스틴, 라울의 10년 후 이야기다.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취를 감춘 팬텀(벤 루이스)은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성공한 크리스틴(안나 오브린)과 그녀의 남편이 된 라울(사이먼 글리슨)을 자신의 새로운 거처인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로 초청하고,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사랑과 운명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전편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 2’의 제작·각본·음악에 참여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작년 말 국내 개봉한 ‘오페라의 유령 : 25주년 특별 공연’의 유례없는 성공(8만명)에 힘입어 또 한번 공연 실황으로 국내 관객을 찾았다. 영국, 호주에 이은 세번째 개봉이다. 특히 이번에는 오래 전부터 팬텀을 사모했던 크리스틴의 친구 멕 지리(샤론 밀러칩)가 부각되며 보다 흥미로운 갈등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무대를 옮긴 ‘오페라의 유령 2’는 욕망과 화려함의 상징인 코니 아일랜드에서 더욱 신비로운 팬텀의 세계를 창조해 낸다. 21명의 오케스트라와 36명의 배우들이 이뤄낸 매혹적인 선율과 군무는 관객을 압도하고, 무대를 장식하는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조명들은 마치 꿈을 꾸듯 관객들을 마법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순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존재감은 빛난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은 물론,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때문에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오페라의 유령 2’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건 당연할 터. 특히 클래식하면서도 마음속 깊이 울리는 가사와 선율은 그가 왜 뮤지컬 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여실히 증명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크리스틴의 주제곡 ‘Think of me’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 2’에선 옛사랑을 향해 부르는 크리스틴의 애절한 심정의 주제곡 ‘Love never dies’가 영원한 사랑을 속삭인다. 또 인상적인 팬텀의 애절한 주제곡 ‘Till Hear You Sing’과 그가 새롭게 창조해내 한층 더 화려해진 무대를 선사한 ‘Coney Island Waltz’,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이에 두고 팬텀과 라울의 격정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Devil Take The Hindmost’ 등의 곡들은 보다 깊어진 갈등 구도와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인다. 비록 무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열정만큼은 아니지만 여러대의 카메라가 포착한 배우들의 세밀한 표정연기와 감정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자 매력이다.
마이클 크로포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뒤를 이은 팬텀과 크리스틴 역은 벤 루이스와 안나 오브린이 각각 맡았다. 런던에 있는 로열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벤 루이스는 멜버른의 머제스티스 극장에 입단해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눈에 띄어 팬텀 역을 맡게 되었다. 또 빅토리아 예술 대학에서 뮤직 퍼포먼스를 전공한 안나 오브린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던 주인공. 그녀는 2010년 빅토리아 오페라의 수석 아티스트로 선발돼 ‘양치기 임금님’ ‘박쥐’ 등으로 활약하던 중 크리스틴 역에 발탁돼 천상의 목소리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했던 분들도, 보지 못했던 분들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화려한 볼거리뿐 아니라 복합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들도 더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말처럼 관객들은 또 한번 수십만 원짜리의 공연을 극장값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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