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도 사철 무농약·고품질 채소 재배” 꿈의 LED농법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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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26   |  발행일 2012-10-26 제34면   |  수정 2012-10-26
도시농업 뉴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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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는 신영주씨가 LED가정용 채소재배기에서 자라는 상추를 보며 미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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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시농업기술센터 본관 앞 광장에 대구 최초 LED 식물공장이 건립된 가운데 카스트 직원이 식물모종을 심고 있다.

130년 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류는 인공불빛을 이용해 활동 장소와 시간을 끊임없이 확장했다. 실생활에서는 물론 농·어업이나 축산업 분야에도 인공조명을 응용해 생산성을 증대시켰다.

1962년 닉 호로니악이 개발한 발광다이오드(LED)는 미국 NASA에서 최초로 우주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LED의 색은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서 다르며 자외선 영역에서 가시광선, 적외선 영역까지 커버한다. 특히 빨강·파랑·노랑·초록과 같은 단색광은 농업현장에 이용돼 식물의 생육을 조절하고 병충해를 방지한다.

현재 농업분야는 LED의 출현과 함께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는 중이다. 기존 조명은 넓은 파장대의 영역을 가진 인간의 시각에 맞춰진 조명이지만, LED는 식물이나 곤충이 필요로 하는 정확하고 짧은 파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처럼 정확한 식물재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LED응용 식물재배는 현재 일본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청색LED를 개발한 일본은 LED를 이용해 사시사철 무농약 고품질의 채소나 화훼를 재배하고 있다.


◇가정형

100만원으로 10년사용
한달 전기료 3000원대
모종홀더 24∼64개로
기능성 채소 선택 재배
친환경·정서 등 장점
학계 “필수원소 결핍”


◇공장형

어제 농업기술센터서
대구첫 식물공장 오픈
햇볕 없이 LED로 재배
특별한 양분 공급 장점
“약용작물·화훼·채소
매달 300㎏ 수확·기부”


◆LED채소재배기

“상추가 쑥쑥 자라는 걸 보면 신기해요. 밤에 거실조명을 끄면 알록달록한 3색 LED조명이 빛을 발해 분위기 만점입니다. 요즘 점점 실내가 건조해지는데 가습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신영주씨(41·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지난 4월 ‘늘푸른채’에서 생산하는 가정용 LED수경채소재배기를 100만원에 구입해 거실 창가에 놓아두었다. 신씨는 재배기를 구입한 뒤부터 아침 기상시간이 빨라졌다. 식물이 얼마만큼 자랐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다.

재배기는 조립식으로 단수조절이 가능하고, 높이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또한 좁은 공간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데다, 가볍고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뿌리가 붙은 화분 상태로 채소를 구입해 15일 정도가 지나면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물은 채소의 종류에 따라 보름이나 한달에 한번 정도 갈아주면 된다.

재배기의 구조는 자동컨트롤시스템, 전원안정기, 물받침대, 커버, 호스, 식물재배전용LED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경재배를 할 수 있는 모종홀더는 24·32·48·64개 등이 있다. 스펀지 대신 배양액을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식물재배용 영양액은 별도로 판매한다. LED채소재배기는 일종의 베란다 인공텃밭인 셈이다.

신씨는 “365일 직접 가꾼 싱싱한 채소를 먹을 만큼 따서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어 영양소 파괴와 음식쓰레기를 함께 줄일 수 있다”며 “아이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지난 2월 재배기를 들여놓은 김영희씨(50·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평소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식재료를 깐깐하게 구입하는 편이다. 그녀는 남편의 당뇨와 고혈압 때문에 재배기에 기능성채소를 기르고 있다.

김씨는 “농약에다 성장촉진제, 항생제 같은 걸 사용해 키우는 농축산물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인체에 부족한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보충하는데 비타민채 같은 기능성 채소만큼 좋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신연화 늘푸른채 대표는 “3단 재배기의 경우 한달 전기료가 3천~3천500원밖에 들지 않고, 한번 설치하면 10년 이상 사용가능하다”며 “화분 가꾸기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아파트나 지하실, 병원, 약국, 어린이집 등지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늘푸른채를 비롯해 카스트, 파루스, 엘나라 등 업체에서 LED채소재배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수경재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기병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서울의 일부 대형백화점 등지에서 운용하고 있는 폐쇄순환식 LED채소재배기는 기본적으로 수경재배를 기본으로 하기에 식물생육에 필요한 15가지 필수원소 중 일부가 결핍될 우려가 있다”면서 “자동화에 따른 장점도 있지만 LED기술의 한계로 대중화로 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 대구 최초 식물공장 등장

25일 대구시농업기술센터(동구 동촌로 42길 69) 본관앞 광장에서 대구 최초로 LED식물공장이 들어섰다.

이 식물공장은 대구에 사업체를 둔 <주>티씨에스원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정부안 2015년)과 관련해 수익금의 일부로 LED식물공장 설립을 대구시에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LED식물공장은 구미시 구평동에 본사가 있는 <주>카스트친환경농업기술이 시공했다. 이 회사는 가정용채소재배기와 식물공장시스템전문건설회사로, 2009년 국내 최초로 LED조명을 이용해 식물공장을 건립했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과 경북·경남농업기술원내에 하이테크 식물공장을 지은 경험이 있다. 특히 인천 송림지하보도에 건립한 식물전시관은 일본 NHK에 방영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박진석 <주>카스트 사업팀장은 “일본이 1980년대부터 백색등을 이용한 식물공장을 운영해 기술적으로 우리보다 앞섰으나 우리나라는 백색등을 뛰어넘어 바로 LED로 진입하면서 식물공장 운영 기술 간격을 좁혔다”면서 “기능성 채소나 약용작물, 화훼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식물분야에서 LED식물공장은 앞으로 대안농업으로 자리를 잡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기술센터내에 건립된 이 식물공장은 198㎡(60평) 부지에 높이 5.5m의 글라스울패널구조다. 3억여원을 들여 건립한 이 식물공장 내부에서는 매달 300㎏의 상추, 허브 등 각종 채소류를 생산할 예정이며 수확물은 복지시설 등지에 기부할 예정이다.

식물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햇볕 없이 특별한 양분만 가지고도 LED 조명을 통해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내이지만 모든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날씨나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재배할 수 있다. 또 특별한 양분을 보충함으로써 일반채소보다 영양공급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될 만큼 무공해다.

지난 19일 카스트 직원들이 식물공장 내부 재배대에 채소 모종을 심느라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카메라 디스플레이에 찍힌 식물공장 내부의 모습이 화려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후분 대구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담당은 “LED식물공장은 수경재배시설공간과 전시관람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식물재배 연구목적뿐만 아니라 체험교육에도 활용될 예정”이라며 “LED식물공장은 금호강 야경과 더불어 대구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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