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재창조하는 대구·경북 .5 끝] 전문가 좌담회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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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29   |  발행일 2012-11-29 제19면   |  수정 2012-11-29
“지역 예술 시장규모 키우고 국제경험 쌓아야 수도권 쏠림 막아”
경북 민간부문 문화환경 확충 급해
문화활동 수준 평가·개선할 체계 필요
지역 인력으로 구성된 활동 활성화해야
대구 음악분야 인프라 등 충분한 경쟁력
재능기부 늘려야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
대구·경북 같은 문화적 연원 적극 활용
[문화로 재창조하는 대구·경북 .5 끝] 전문가 좌담회


대구·경북지역 문화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문화가 재창조하는 대구·경북’ 시리즈가 이번 회로 마무리된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전문가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역발전을 촉진할 문화산업의 방향을 모색하며, 문화를 통한 대구·경북의 상생방안을 찾아본다. 지상좌담회에는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김상준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 이재녕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전찬걸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 이병국 경북예총 회장(무순)이 참여했다.



-우리 지역은 뛰어난 문화적 저력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의 위상이 떨어지는 이유를 포함해 지역문화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요.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대구는 공연·미술 등의 분야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쏠림현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예술인의 국제적 경험과 환경 적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예술수요의 저변을 확대해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또 기본적 인프라와 인력·재원·시장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차별화된 발전적 나선구조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상준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경북도는 문화행사 참여지수 2위, 문화기반 시설수 3위, 상대적 문화지수 5위 등 여러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 웅도입니다. 다만 경북도는 도시와 농어촌이 혼재하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한 지역이기에 대도시보다 아직은 민간 부문의 문화환경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단체·학계·연구기관·예술인·도민을 결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재녕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현재 대구문화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지역문화 활동의 수준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가 없습니다. 문화활동의 수준을 높이려면, 각종 지표를 활용하여 문화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시정 요구하는 문화성과 평가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둘째, 문화예술인의 의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지방정부 의존적 자세, 문화예술인의 분열과 집단이기주의 등이 그것입니다. 해결방안으로는 대구 문화의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전찬걸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경북지역은 문화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너무 지역적인 면이 크기에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젊은 문화인력을 육성해도 결국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기에 문화활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봅니다. 대책으로는 지역 인력으로 구성된 문화·예술활동을 많이 만들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예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과 문화·예술대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 대구 문화·예술계가 필요 이상으로 패배감에 젖어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지역이 한국 문화의 중심이란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봐도 대구의 예술적 역량이 타 도시나 수도권과 견주어 결코 낙후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지역 문화가 제대로 위상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과감히 버리고, 대구지역 예술문화에 대한 예술인의 자존심과 그런 자존심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대구 예술문화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될 것이고,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병국 경북예총 회장= 큰 틀에서 보면 폐쇄적인 지역주의 탓에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나 인적자원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지역 예술인들이 좀 더 마음을 연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예술계를 알릴 수 있는 행사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경북 민간부문 문화환경 확충 급해

문화활동 수준 평가·개선할 체계 필요

지역 인력으로 구성된 활동 활성화해야



-대구를 진정한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예술인, 시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요.

△김대권 국장= 언급된 삼자는 서로 의존하면서 발전하는 관계이므로 서로 소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술인은 글로벌 역량을 배양하는 일, 시민은 문화인으로서의 성숙한 자세와 문화를 사랑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에 힘쓰고 지자체는 문화에 대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수도권으로 문화적 역량이 옮겨가는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이재녕 위원장= 먼저 지자체는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들 단체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문화기획을 하거나, 간섭하거나, 지자체의 필요에 따른 문화활동을 유도하는 식의 개입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예술인들은 개별활동보다는 예술인단체를 통해 진취적이고 공익적이며 수준 높은 예술활동을 해야 합니다. 시민은 수준 높은 문화욕구를 강력히 표출함과 동시에 문화행정과 문화단체 운영의 문제점 개선과 성과 향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문화를 소비하고, 지역문화의 경향을 주도하는 문화운동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무학 회장= 진정한 예술문화도시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예술을 즐기는 시민이 많은 도시란 것입니다. 먼저 지자체는 어떻게 하면 시민에게 예술 향수의 기회를 늘려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고, 시민은 문화도시 시민으로서 예술을 소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오로지 예술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북에서 진정한 문화도정이 이뤄지기 위해 예술인, 시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요.

△김상준 국장= 예술작품이 대중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작품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가 없습니다. 경북도에서는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예술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도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지만, 예술가 또한 대중과의 교감을 위해 특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전찬걸 위원장= 지역 예술인들은 서로 교류와 발전을 위한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예술 발견과 발전에 매진해야 합니다. 시민의 지역문화 등한시와 저평가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자체의 지역 예술인 발굴 및 예산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며, 예술 창작활동의 공간 확보에도 주력해야 하고, 지역 특성화를 위한 문화예술환경 조성에도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이병국 회장= 예술인은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재능기부를 늘리고, 시민은 예술인들과 자주 접해야 합니다. 이는 예술인과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체는 예술인들의 처우와 행사에 따른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합니다.


대구 음악분야 인프라 등 충분한 경쟁력

재능기부 늘려야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

대구·경북 같은 문화적 연원 적극 활용



-대구 또는 경북의 문화산업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이며, 발전방안은 무엇인지요.

△김대권 국장= 공연과 전시, 그리고 게임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공연축제를 통해 시민의 인식 및 공연수요 저변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연장 선진화 방안과 생산기지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미술은 시립미술관(대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수집 및 육성, 현대미술의 소개 및 교육), 문화예술회관 전시장(지역 일반작가의 작품 전시 및 육성), 이우환 미술관(세계 일류 수준의 작품 보유 및 교환 전시), 예술발전소(실험적 대중적 생활기반의 예술활동) 등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IT 기반의 게임 콘텐츠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 ICT파크 조성과 각종 연구프로젝트 및 마케팅 지원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김상준 국장= 경북은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MICE산업, 레지던시(체류형 창작촌) 사업, 도자기·전통한지·천연염색·목공예 등 전통공예 부문에 강점이 있습니다. 이같은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콘텐츠가 가장 핵심으로, 콘텐츠의 차별성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어떻게 포장하느냐는 것입니다.

△이재녕 위원장=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절대적으로 수도권에 밀리고 있지만, 그나마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 공연예술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상당한 공을 들인 만큼 오페라나 뮤지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오페라나 뮤지컬에 대한 지원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양자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상호발전할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전찬걸 위원장= 경북은 3대 문화권 육성에 주력해야 하며, 한국적인 문화콘텐츠 개발과 산업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한 우리 문화의 홍보와 교류를 육성해야 합니다. 특히 신라문화와 유교문화의 잘 어울려진 발전과 세계문화유산의 보존 및 특성화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문무학 회장= 대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제오페라축제, 뮤지컬축제, 사진비엔날레 등입니다. 분명한 것은 대구가 음악 분야에서 풍성한 인적 인프라와 공연장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오페라축제와 뮤지컬축제를 통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으므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국 회장= 전통문화를 이용한 문화산업이 경북 문화산업의 핵심입니다. 선비나 탈 등에 대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환경 등을 스토리텔링화해 관광마케팅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와 경북의 문화적 상생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경북도와 대구시가 각각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고,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가요.

△김대권 국장= 대구와 경북은 문화적 연원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추진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공연의 공동제작 및 순회공연, 영화 촬영지에 대한 공동지원체제 구축 및 영화제 개최, 유교 및 불교자원의 관광벨트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준 국장= 문화관광과 전통공예는 경북이 맡고, 출판인쇄와 게임 개발은 대구가 맡는다면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대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1982년부터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구경북공예협동조합의 ‘공예품 상설전시판매장’으로 전시 및 판매공간은 대구시가 제공하고, 운영비는 경북도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구·경북이 문화통합 차원에서 새로운 대단위 문화산업 프로젝트를 찾아 국비 확보에 나서는 한편, 각종 문화콘텐츠 관련 공모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합니다

△이재녕 위원장= 대구는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도시로, 경북은 전통문화를 간직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는 경북의 전통문화가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경북은 대구가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계화하고 현대화해 문화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전찬걸 위원장= 대구의 문화는 정신적인 것보다 생활문화가 더 비중이 크다고 봅니다. 경북의 정신문화·역사문화·생활문화를 대구시와 공유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경북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함께 투자하는 것은 물론, 예술인단체도 공동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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