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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對 신작] 더 헌트·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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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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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헌트

아이의 거짓말에 성추행범 낙인 찍힌 한 남자의 싸움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덴마크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의 유치원 교사다.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나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유치원 교사일도 적성에 맞고, 그 사이 여자 친구도 생겼다. 무엇보다 아들 마커스가 자신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삶도 꽤나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의 평온한 일상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 했다는 절친 테오(토마스 보 라센)의 딸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의 말 한 마디에 졸지에 유아 성추행범으로 몰린 것. 클라라의 사소한 거짓말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루카스는 마을사람들의 불신과 집단적 폭력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더 헌트’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한 존재’라고 믿는 어른들의 단순하고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아이의 거짓을 진실로 믿는 오만과 사회 공동체의 집단 본성은 결국 의심과 불신으로 발전하고 개인과 개인을 넘어 마을 전체를 히스테리적 광기로 몰아 넣는다. 루카스는 이 집단적 히스테리의 표적이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 실체가 보이지 않는 타인에게까지 위협을 받는다. 물론 루카스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관객은 안다. 짝사랑하는 루카스에게 외면당했다고 생각한 클라라가 단지 투정 부리듯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는 중대한 사건이고, 루카스는 당장 사라져야 할 독버섯 같은 존재가 된다.

루카스의 처지가 더욱 안타까운 건 마을 사람들의 그런 반응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사실 자신의 자녀가 클라라와 비슷한 말을 꺼낸다면 침착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을 때마다 안타까운 감정과 무력감이 드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루카스는 이를 피하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한다.

영화는 루카스의 사건을 단순히 마녀사냥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누구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관조하듯 바라본다. 그렇다면 루카스는 왜 좀 더 자기 자신을 위해 방어하고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일까.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그가 인간다움을 고집하고 정의를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루카스를 지식인으로, 한편으론 지독하게 고집불통인 소년으로 보여지길 원했다. 따라서 루카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외롭고 힘든 투쟁은 이기적인 집단의 폭력성과 불관용, 그리고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장치로 쓰여졌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루카스를 통해 평범한 인간관계와 그것들이 무너지는 잔인하고 극적인 현실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은 과감하게 드러나고, 한 남자의 인생을 정면으로 통찰하는 심리극으로의 전개는 촘촘하고 밀도있게 담겨졌다. ‘더 헌트’를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세계의 축소판으로 보게 되는 이유다.

탄탄한 각본과 연출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매즈 미켈슨의 존재감 덕분이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과 시나리오 과정부터 함께 고민해 루카스 캐릭터의 틀을 완성했다는 매즈 미켈슨은 극 초반부터 감정의 흐름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루카스가 느꼈을 억울함과 분노, 변화와 두려움 등 세심한 심리 변화를 완벽하게 표출해냈다. 특히 압권은 루카스의 그런 감정이 폭발하는 성당 장면이다. 그의 연기에 대해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지금껏 그렇게 완벽한 연기는 보지 못했다. 같은 방법으로 8시간 동안 똑같이 울 수 있는 배우는 드물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표했다.

이 영화로 매즈 미켈슨은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묘하고도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한 감독의 연출력과 매즈 미켈슨의 수준 높은 연기력이 더해진 ‘더 헌트’는 그런 점에서 후회없는 선택이 될 영화다.


★ 마마

“엄마의 사랑은 죽어서도 영원하다”…공포가 된 모성애

‘마마’의 탄생은 2008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동명의 3분짜리 단편 영화로 시작됐다. 이 영화는 감독과 프로듀서를 맡은 안드레스 무시에티와 누나인 바바라 무시에티 남매의 공동작품으로 이들의 천재적인 표현과 섬세한 연출력을 높이 평가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장르적인 요소가 제대로 어우러진, 이제껏 보아온 단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평소 어린이가 등장하는 호러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곧바로 장편 ‘마마’의 제작에 착수, 메가폰을 안드레스 무시에티에게 맡겼다. 원작의 신선함과 길예르모 델 토로의 특장인 판타지와 스릴러가 살아있는 미스터리 호러물 ‘마마’는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업에 실패한 남자는 아내와 사업파트너를 살해한 후 어린 두 자매를 데리고 도망치듯 고속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숲속의 버려진 오두막으로 향한다. 이 곳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하려던 남자는 미스터리한 존재에 의해 사라지고 오두막에는 두 자매만이 남게 된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사람들에 의해 두 자매는 발견된다. 바로 8살 빅토리아(메간 카펜티어)와 릴리(이사벨 넬리스)다. 두 자매를 찾아왔던 삼촌 루카스 (니콜라이 코스터-월도)와 여자친구 애너벨 (제시카 차스테인)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조카들을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그들은 야생동물에 가깝다. 그 와중에 루카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신세를 지게 되고, 졸지에 아이 둘의 보호자가 돼버린 애너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개체가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마’는 기존의 할리우드가 소비하던 호러물의 장르적 방식보다는 동양적인 감성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관통하는 모성애는 비록 비뚤어지긴 했지만, 동양의 호러물에서 자주 등장했던 강력한 공포의 대상이자 키워드다. 길예르모 델 토로 역시 소유욕 강한 엄마의 모습이 귀신으로 묘사된 차별화된 소재에 끌렸다고 말했다.

원작은 자매가 마마에게 쫓기는 짧은 이야기 구성이 전부지만, 이 영화는 3분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늘려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깔끔한 카메라 워크와 짧지만 임팩트있는 비주얼이 덧붙여져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물로 완성됐다.

빅토리아와 릴리 자매가 ‘마마’라 부르는 미스터리한 존재는 이 영화의 모든 기운을 좌우한다. 실종 당시 고작 세 살과 한 살에 불과한 두 자매는 그동안 자신들을 보살펴준 마마에게서 유사 엄마로서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침범하는 자들에겐 가장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위협을 가한다. ‘엄마의 사랑은 죽어서도 영원하다’는 이 영화의 주제처럼 ‘마마’는 욕망이 빚어내는 파국의 공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마마의 대척점에 있는 애너벨의 존재다. 자매에겐 또 다른 유사엄마라 할 수 있는 그녀는 사실 부모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자유분방한 펑크족이다. 영화는 그런 그녀가 자매를 구하기 위해 마마와 대항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접근 방식으로의 모성애를 발견할 수 있다.

판타지와 호러의 경계를 넘나들던 영화는 이렇듯 중반 이후부터 드라마적 감성까지 흡수하며 나아간다. 과도할 정도의 시각적 효과나 사운드는 자제한 대신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여 이와 어우러지는 세트와 음악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러적 매력을 부각시켰다. 원작의 장점을 확장한 마마의 기괴한 비주얼은 그 중 돋보인다. 놀랍게도 CG가 아닌, 배우이자 움직임 전문가인 하비에르 보텟의 실제 연기라고 한다. ‘마마’ 단편에서도 마마를 연기했다는 그는 2m에 가까운 신장과 긴 팔과 다리로 가장 오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할리우드의 차세대 호러퀸을 넘보는 제시카 차스테인은 내면의 모성애를 깨달은 인상적인 감정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에 한 몫했다. 영화의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리는 후반부의 아쉬움을 제한다면, 긴장과 공포, 심리적인 스릴러까지 매끈하게 담아낸 꽤 괜찮은 호러물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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