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를 제3의 시선으로 보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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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5   |  발행일 2013-03-15 제35면   |  수정 2013-03-15

◆이미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아름다울 미(美)에 예쁠 원(媛)이 내 이름이다. 어릴 때 집의 초인종을 누르면 엄마가 “누구세요” 하면 “응, 나 오드리 헵번”이라고 종종 말했다. 엄마는 “꿈 깨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늘 ‘미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미인을 작품과 상품적인 측면에서 보는데, 명품이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상품은 미디어가 조장한다. 천박하고 미성숙한 사회에선 상품이 통한다. 작품을 명품이 되게 만드는 게 성숙한 사회다.

여성을 노리개로,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명품을 꿈꾸는 여성이 굳이 미인대회에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연예계나 방송계로 진출하기 위해 미인대회를 하나의 스펙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유학한 독일의 경우 미스독일 선발대회를 떠들썩하게 TV로 중계하진 않더라. 미스독일 출신이 앵커나 연예인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미는 타고난 면이 있지만 가꿔야 한다. 칸트는 “미에도 단계가 있는데 감각적인 미가 가장 저급하다”고 했다. 지혜와 윤리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고상하다’ ‘단아하다’ ‘곱다’ ‘참하다’는 말은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표현이다. 나의 미는 무엇인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란 가사가 있다. 아름다움은 제자리를 지킬 때 아름답다.

대구에는 미인이 많다. 한때 ‘대구미녀(未女)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여기서 미는 아름다울 ‘미(美)’가 아니고 미래(未來)의 ‘미(未)’자다. 대구의 여성운동 100년사 집필에 참가하면서 대구 여성 중에 선각자가 대단히 많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긴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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