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과학의 꿈을 키워 가는 행사가 늘어나길 바라며

지난 주말(4월6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는 우주의 신비에 대한 관심과 우주에 대한 열망을 지닌 젊은이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드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이 모인 자리에 붙어 있는 포스터엔 ‘Yuri’s Night 2013 in KOREA’라고 써 있었다.

유리스나이트란 1961년 4월12일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1934~68)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과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81년 4월1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가 최초로 발사된 것을 기념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작은 방안에서 피자 한 판을 놓고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에 의한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과 미국의 우주왕복선 발사를 축하하며 열렸던 이 행사는 콜럼비아호가 발사된 지 20년이 지난 2001년 4월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수많은 우주 관련 활동가와 파티 플래너가 함께 기획하며 크게 열렸고, 이후 열리는 날짜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 세계 64개국에서 열리는 행사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박사가 겸임교수로 있던 대전 카이스트에서 학생들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2011년 4월9일 첫 번째 Yuri’s Night in KOREA’가 열렸다. 이후 매년 4월 첫째 주 토요일 행사를 연다.

올해는 카이스트 대학원생들과 여러 학교의 학생들, 우주에 대한 관심을 지닌 직장인 등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준비하고, 각자 먹을 것을 가져와 함께 나눴다. 이 자리는 비단 즐거움을 나누기만 하는 것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주에 관한 전문가를 모셔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통해 우주과학에의 꿈을 키워 가는 시간도 마련됐다. 또 각자 가지고 온 우주와 관련된 소품들을 경매한 전액과 재능기부로 제작한 티셔츠, 컵 등의 기념품을 만들어 판 수익금을 케냐, 북한 등의 단체들에 기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경주의 첨성대를 비롯해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우주과학과 관련된 여러 흔적이 남아 있다.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별자리가 기록된 여러 암각화가 남아 있기도 하다. 삼국유사는 물론 조선왕조의 승정원일기 등 고서적에도 천문현상들이 기록돼 있다.

2008년 4월엔 이소연 박사가 한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고, 올해 1월30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있었다. 우주과학에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에게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현재 남아 있는 과학기술유산과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업적을 활용해 우리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자라나는 과학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의 물줄기를 뿌려주는 행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2010년 3월에 별세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는 일부에서 ‘탤런트 교수’라는 오해를 받았음에도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전문서적은 물론 과학만화에 이르기까지 생전에 180여권의 저서를 남기며 천문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던 사실에서 ‘과학의 대중화’를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이것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창조하는 기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기회로 그동안 쌓아 왔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업적을 기리고, 젊은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키워나가는 자발적인 행사가 더 많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단, 이런 행사들이 상업화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행사로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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