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하도급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제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구지역 산업 현장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갑’의 입장인 원도급기업이 기존의 제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인 만큼 강도만 높인다고 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정위는 20일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원도급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도용하거나 유용하면 과징금 제재 수위가 현재보다 최대 5배로 높아진다.
앞서 공정위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부당 하도급거래 제재 강화를 위해 위반점수 구간별로 현행 1~8%인 과징금 부과율을 3~10%로 2%포인트씩 높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하도급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 조사방해에 대한 과징금 가중한도도 40%로 상향 조정(현재 20%)했고, 원도급업체가 불공정 거래를 신고한 하도급업체에 보복을 할 경우 부과하는 과징금 가중한도도 30%(현재 20%)로 올렸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민우 사장(가명)은 “고질적인 납품단가 인하와 일방적 주문 철회 등 원도급업체들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재 강화보다 공정위의 개선 의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말도 안되는 갑을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제재만 강화하면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원도급업체의 수법만 더욱 교묘해질 뿐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눈에 보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더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직원 5명을 둔 기계부품 대표 최모씨는 “큰 기업은 여론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경우가 있지만 어중간한 규모의 중소기업은 막무가내로 하도급업체를 압박한다. 또 적발됐다고 해도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제점이 적발돼 바로잡힌다고 해도 그 사이 작은 회사는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예방에 좀 더 중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11년 6월 하도급법 개정으로 중소기업 관련 조합이 원도급업체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올해 4월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거래 단절 등 보복의 우려 때문에 하도급업체가 원도급 사업자와의 단가 협의에 직접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는 개선되고, 제재도 강화됐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상무는 “공정위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 산업현장에서는 아직 별다른 체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짝 관심이 아니라 갑을 관계가 정상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해서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작년 10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납품업체들은 납품단가 인하요구(64.4%),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56%) 등을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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