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시선, 미국도 다를 바 없더라”

  • 김수영
  • |
  • 입력 2013-06-05   |  발행일 2013-06-05 제21면   |  수정 2013-06-05
모국서 첫 개인전 여는 민김박
美 여성도 이상적 여성상 강요당해
허구적 환상에 대한 저항·모순 표현
“여성에 대한 시선, 미국도 다를 바 없더라”
민김박 작 ‘American Women Photography’

“모국에서 하는 첫 전시라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조심스레 좋은 반응도 기대해 봅니다.”

미국 퍼듀대 아트앤디자인학부 교수이자 사진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민김박이 대구 시오갤러리에서 4일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다. ‘American Women Photography’란 제목으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작가가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여성에 대한 시선, 미국도 다를 바 없더라”

“모국에서의 첫 전시라 새 작품들로 준비했습니다. 따끈따끈한 신작들로 인사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지요. 전시를 기획하고 작업하는 동안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는 전시작들이 미국 여성들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는 작가 자신과 그의 인생, 즉 자화상을 상징적으로 다룬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민김박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았다. 비디오, 설치, 사진을 이용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작품은 페미니즘 이론을 토대로 한 여성문제를 주된 콘셉트로 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산타페미술관, 인디애나폴리스 현대미술관, 애리조나주립대, 휴스턴대 등에 소장돼 있다.

작가가 그동안 추구해 왔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전시작들은 전통적 여성관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생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미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교육받고 활동하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미국에 대한 환상이 깨어졌다.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미국을 바라봤던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작가는 미국의 여성들은 TV프로그램이나 할리우드 영화, 잡지 등에서 묘사됐던 것처럼 예쁘고 섹시하고 재미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립적이고 힘을 가진 개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가 미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여성들을 이런 멋진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비대한 몸집에 과도한 일로 혹사당하던 여성들은 활기 없이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놀라웠지만 더욱 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미국 여성들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갖는 공상이 현실과 다른데도 그들 자신도 그 공상처럼 믿고 살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여성들이 자신이 절대로 순응할 수 없는 이상적인 여성상의 희생자가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자신의 미국에 대한 그릇된 공상과 깨달음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그는 미국 여성과 관련한, 일명 ‘신화 만들기’를 조사해 여성들이 자신에게 갖는 집단적인 이미지를 통제, 조절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이해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작업이다.

작가의 작업에는 다양한 포즈를 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사진의 모델들에게 스스로 포즈를 취하게 했다. 모델들이 연출한 포즈는 때로는 발칙하기도 하고, 때로는 통쾌하기도 하다.

“전시작들은 여성과 사진에 대한 객관적인 혼란과 강요된 범주화, 숨 막힐 듯한 답답한 기대와 폭력적인 추상의 한가운데에 자유를 자리하게 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해방된 미국 여성’이라는 허구적인 환상 속에 잠재된 저항과 모순의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이런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의 여성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가부장제 성격과 1980~90년대까지 만연했던 성차별적 관습과 부조리, 성매매 등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에 건너가 여성학을 접하게 되고, 이를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된 것이 제 작품의 큰 틀을 만들게 했습니다.”

작가는 ‘전시작은 미국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곧 여성 전체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여성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를 바라는 것이 작가의 전시기획의도인 것이다. (053)246-4688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