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문화예술기관장 ‘인사잡음’ 없애려면

  • 이효설
  • |
  • 입력 2013-06-24 07:38  |  수정 2013-06-24 08:26  |  발행일 2013-06-24 제21면
[월요문화視線]
겉으론 ‘공모제’ 실제론 ‘낙점 인사’
“대구시와 문화단체 투명한 공론화 필요”
20130624

대구문화계에서 문화기관장 인사는 늘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자리는 적은데, 이 자리의 수장을 맡으려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종종 구설이 생겨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지지파와 반대파 등으로 나뉘어 계파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문화재단이 3대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고, 현재 재단법인화가 추진 중인 대구오페라하우스도 재단법인이 될 경우 새 관장을 뽑을 가능성이 높아져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들의 선임 방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한 인사를 위해서는 대구시와 예술인 단체가 합심해 좋은 인재를 뽑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필요

문화기관장 인사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기존 선임방식은 겉으로는 ‘공모제’이면서도 속은 ‘(대구시의) 낙점 인사’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한 문화기관장의 선임을 두고 문화계에서는 ‘시의 입맛대로 못하니까 우선 땜질 식으로 편의적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 같은 소문은 그동안 대구시의 문화기관장 인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구의 한 문화관련 기관의 경우, 심사위원의 채점 점수를 뒤집고 대구시가 자의적인 인사를 단행해 결국 인사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지역의 한 원로 예술인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단골처럼 우려먹는 심사위원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전국을 통틀어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전문가가 반드시 수장이 돼야 한다는 틀에 박힌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예술을 전공했다고 문화·예술을 알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의 또 다른 예술인은 “미술만 해도 그렇다. 조각, 회화, 목공예, 평론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한 장르의 전문가라고 해서 미술의 전 영역을 통찰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동안 문화예술전문가들이 수장이 됐을 경우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힘을 쏟는 것을 흔히 봐 왔다. 음악을 전공한 관장이 전시나 다른 장르의 공연보다 음악회 유치에 올인하는 것만 봐도 이 같은 폐단이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 예술인은 또 “의욕과 행정능력을 겸비한 이라면 다른 지역 사람이라도 적극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기관장은 어떤 인사가 좋을까. 이 예술인은 “문화기관의 수장은 예술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 예술 전반을 알고 통찰하는 지성적 눈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사람만이 예술인들의 특성을 알고 이들 간의 마찰을 중재해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사위원부터 공정하게 선발
“문화예술전문가만 수장으로”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무엇보다 기관장 임명권자인
대구시장의 의지와 소신 중요
정확한 선임 가이드라인부터


◆ 대구시의 의지가 관건

무엇보다 대구시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관(官)과 밀착, 혹은 결탁된 예술인들의 입김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전권을 주도록 하는 선임방식을 적극 도입하는 데 시장의 의지와 소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기관장 심사위원에 몇 차례 위촉됐다는 지역의 한 문화 인사는 “문화 기관장 심사가 전체의 정해진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잖다. 이 같은 문제는 규정과 조례로는 개선되지 않으며, 임명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예술인 단체의 역할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문화계 인사 행정의 불협화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역할을 예술계의 이익을 지켜내고 지역 예술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예술단체의 수장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지역 문화계가 하루라도 빨리 관장 선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팀장은 “문화기관장 자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은 물론, 소통력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며 “앞으로 관장을 선임할 때 운영 관련 비전을 제시해 이를 공론화하는 것은 물론,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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