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현피’와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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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6

세상이 급변하다보니 희한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특히 일상화된 인터넷 가상세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현상들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피’라는 신조어는 이런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싸움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 캐릭터를 공격하는 ‘PK(Player Killing)’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로, 현실의 ‘현’자와 ‘PK’의 ‘피’자가 조합된 것이라 한다. 당초 현피는 폭력적인 온라인게임 이용자 일부에게 통용되는 개인간의 다툼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피를 인증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현피는 구경꾼 앞에서 벌이는 공적 결투로 진화한다.

언론에 보도된 현피의 대표적 사례는 2006년 8월 서울지하철 강남역 부근에서 고교생 두 명이 군중 앞에서 벌인 싸움이다. 현피는 갈수록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일어난 ‘정사갤 사건’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갈등이 현실의 살인으로 이어진 이 비극은 현피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인터넷커뮤니티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에서 김모씨(여·30)를 알게 된 백모씨(30)는 온라인 상의 갈등과 감정싸움을 현실로까지 연결, 광주에서 부산까지 찾아가 김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장자’에서 저자인 장자는 말한다. ‘언젠가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고, 스스로 기분이 아주 좋아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잠을 깨니 틀림없는 인간인 나였다. 도대체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인 나로 변한 것일까.’

이 호접몽(胡蝶夢) 이야기는 만물이 하나된 경지, 현실과 꿈이 구별 없는 경지를 말하지만, 나쁜 측면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호접몽의 경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가상세계 속에 빠져 불행한 일을 저지르거나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정신건강부터 튼튼히 할 일이다. 김봉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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