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故 허드슨 교수를 추모하며

  • 입력 2013-08-01   |  발행일 2013-08-01 제25면   |  수정 2013-08-01
1950∼60년대 경북대 근무
新과학교육사조 국내 소개
전자공학 강의·실험도 도입
과학교육·인재양성 큰 역할
그 뜻 기려 8월 추모집 발행
[발언대] 故 허드슨 교수를 추모하며

일찍이 경북대학교에는 허드슨(Gilbert G. Hudson) 교수가 부임하여 1957년부터 약 10년간 물리학과에 근무한 바 있습니다. 이 분은 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대학으로 유명한 UC 버클리의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6·25전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경북대에 오셔서 후진국의 과학교육을 위하여 오직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근무하신 분입니다.

또한 이분은 언제나 겸손하고 사치를 모르는 분으로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분이 우리나라를 위하여 공헌하신 바를 몇 가지 소개하고 추모사에 대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신과학교육사조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분입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로 미국이 1950년대에 개발한 물리교육과정(PSSC)을 전국에서 제일 먼저 도입하여 소개하고 적용하여 후진국의 과학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이어서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신과정을 도입하여 우리나라 초창기 과학교육의 꽃을 피우게 했습니다. 즉 화학분야에서는 CBS, ChemStudy 등을, 생물분야에서는 BSCS 등을, 지학분야에서는 ESCP 등을, 그리고 중학에서는 IPS, 초등에서는 ESS, AAAs 등을 도입하여 모든 초·중·고 과학분야에서 꽃을 피우게 했으며, 그 당시 교육부 편수국에서 수년 후부터 순차적으로 과학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힘을 쓰셨습니다.

둘째로 외국의 원조와 차관을 얻어 과학교육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유니세프와 아시아재단에서 원조를 받아 과학교사 재교육강습과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다음에는 교육차관을 얻어 실험에 의한 탐구교육을 중요시해 이론과 실험을 병행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당시 실험기구와 시설이 전무하던 시절에 실험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것입니다.

셋째로 전자공학 강의와 실험을 처음으로 개설하여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교육차관(IBRD)에서 Berkeley Physics Course와 Lab을 도입하여 물리학과와 경북대 전자공대에 적용하면서 특성화사업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오늘날 구미의 전자산업과 삼성, LG 등의 초기 전자산업계의 많은 인재가 경북대전자공학과 출신인 것도 허드슨 교수의 공로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하겠습니다.

넷째로 석사, 박사와 학부 제자들을 교육하여 초창기 과학인재도 많이 양성하였습니다. 박사 1명, 석사 5명, 학부 100여명의 제자가 교육받았으며 이 중 대학교수가 된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학부생들은 핵물리학, 전자공학과 실험 교육을 받았으며 전자공학실험은 K2와 왜관 등의 미군부대에서 불하받은 실험기구를 사용하여 철저한 현장·실험교육의 본보기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강의에는 예고 없이 10분 정도의 퀴즈를 실시하여 학생들에게 평소 강의에 집중·충실하도록 하는 방식이 널리 확산되도록 했습니다. 육사는 물론 다른 대학에서도 이 강의방식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문하생들은 작은 뜻을 모아 만시지탄이 있으나 ‘故 허드슨 교수의 추모집’을 간행하기로 결정하여 현재 진행중입니다. 문하생의 논문, 회고록과 평소 지인의 회고담, 추모사 등을 수집하여 8월중에는 발행할 예정입니다. 혹시 허드슨 교수를 생전에 아셨던 분이 계시면 지금이라도 그분에 대한 회고담이나 추모사를 추가로 제출해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출 관련 사항 문의나 연락은 필자(010-4190-1577)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아무쪼록 허드슨 교수의 우리나라 과학교육에 이바지한 순수한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을 기리고, 문하생과 지인들의 뜻이 피어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오철한<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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