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부산은 ‘영화의 바다’로 출렁인다

  • 윤용섭
  • |
  • 입력 2013-09-30 07:35  |  수정 2013-09-30 12:20  |  발행일 2013-09-30 제22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내달 3일 개막
70개국 301편…개막작은 ‘바라:축복’
20130930
개막작인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바라: 축복’
20130930
폐막작인 김동현 감독의 ‘만찬’
20130930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3일 개막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70개국 301편의 작품이 엄선됐다. 그중 월드 프리미어 9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42편 등 총 137편의 작품이 관객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부탄의 고승이자 영화감독인 키엔체 노르부의 ‘바라: 축복’이 선정됐다. 인도 남부지방 전통 춤인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사랑과 자기 희생, 역경의 삶을 헤쳐나가는 여인의 강인한 의지가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펼쳐진다. 김동현 감독의 ‘만찬’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법한 가족의 불행과 불운을 집요한 관찰력으로 재현해 낸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는 키즈, 실버 섹션을 보완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각 부문별 기대작들을 미리 살펴본다.


부산을 찾는 해외 스타들

올해 부산영화제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중량급 게스트들이 찾아온다. 중년층 이상의 관객들이 열광할 게스트들이다.

먼저 1960~70년대 홍콩 무협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왕우가 한국을 찾는다. ‘외팔이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왕우는 최근 ‘무협’(2011)과 ‘실혼’(2013)에서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올해 타이베이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천주정’의 지아장커, ‘떠돌이 개’의 차이밍량, 인도에서는 ‘카달’의 마니 라트남과 ‘데이비드’의 배우 비크람이 부산을 찾는다.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소노 시온 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 서구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배우 중 한 명인 와타나베 켄도 방문한다. 홍콩 4대 천왕 곽부성이 사회를 맡았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20130930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선보이는 ‘용서받지 못한 자’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올해 5개국 6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명의 1992년 작을 이상일 감독이 리메이크한 ‘용서받지 못한 자’(일본)는 막부 시대가 끝나고 메이지 시대가 시작된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다. ‘카달’(인도)은 구원과 용서에 관한 마니 라트남 감독의 대하 드라마로 종교의 신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또 ‘나기마’(카자흐스탄)는 고아원에서 나온 소녀들의 절망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이스라엘의 거장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아나 아라비아’는 원 테이크 영화의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더 엑스’는 스크린X 상영관을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아시아영화의 창

20130930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안소니 첸 감독의 ‘일로 일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16개국 54편이다. 2013년 아시아영화의 주요 화두는 여전히 독립영화이며, 특히 ‘로컬 시네마’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필리핀, 인도, 태국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작품 대부분은 독립영화다. 또한, 기존의 독립영화와는 다른 미학과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어, 향후 새로운 아시아영화의 출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아시아의 거장과 중견 감독들의 신작들도 기대 이상이지만, 올해는 유달리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잘못 배달된 도시락을 매개로 외로운 두 사람의 만남을 그린 리테시 바트라의 ‘런치 박스’와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안소니 첸의 ‘일로 일로’ 등은 올해 아시아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 커런츠

20130930
뉴 커런츠 부문에서 소개되는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

9개국 12편의 작품이 초청된 올해 뉴 커런츠 부문 초청작의 경향은 과감한 형식적 실험, 시간과 국경을 뛰어넘는 열린 시각과 사회문제 의식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몽골영화가 처음으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되어 주목된다. 비암바 사키아 감독의 ‘리모트 콘트롤’은 가정불화를 견디기 힘들어 가출해 도시의 아파트 옥상에 숨어 지내는 촉의 이야기다. 한국 작품 역시 지난해에 비해 수작으로 꼽히는 독립영화가 많아 올해는 3편이나 초청되었다. 그중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는 19세 남자와 동거하는 40대 시나리오 작가의 사랑을 담았다. 뉴 커런츠 부문의 12편의 작품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혹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월드 시네마

올해 월드 시네마는 몸집을 확 줄여 세계적인 작가들의 신작이나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화제작 총 51편을 선정했다. 유럽에서는 동성애와 왕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눈에 띄고, 동시대 사회의 해묵은 문제들을 건드리는 수작들 또한 다수 포함되었다. 칸 황금종려상이나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등 최고의 화제작을 대거 만나볼 수 있으며 안제이 바이다, 지아니 아멜리오, 필립 가렐 등 중견 작가들의 신작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코엔 형제의 영화를 비롯한 미국 영화의 강세가 뚜렷하다. 아프리카와 대양주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안겨 줄 영화들이 골고루 부산을 찾는다.


플래시 포워드

플래시 포워드는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선보인다. 신인 감독들의 독창성과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이 예년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대폭 강화되어 27개국에서 온 총 31편이 소개된다. 그중 11편은 관객상 후보작이다. 지구촌 곳곳에서부터 부산을 찾는 이들 영화는 동시대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가족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성찰이나 인간사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이 돋보인다. 20세 육상 선수인 사라의 이야기를 다룬 클로에 로비샤드 감독의 ‘뛰고 싶은 사라’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의 ‘그랜드 센트럴’은 그중 대표작이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올해는 한국영화 회고전 ‘한국영화의 개벽: 거장 임권택의 세계’와 특별전으로 ‘중앙아시아 특별전: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8편), ‘아일랜드 특별전: 더블린에서 할리우드까지’(11편), 그리고 추모전으로 ‘박철수 추모전: 영원한 영화 청년’(5편)을 선보인다. 특히 임권택 감독 회고전에서는 그의 연출작 101편 중 유실되지 않은 70여편의 전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영화 상영 후 작품세계에 대한 강의, 마스터클래스 등이 함께 열린다. ‘박철수 추모전: 영원한 영화 청년’은 지난 2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한 박철수 감독을 추모하는 행사로 마련됐다.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도 나름대로 야심찬 기획이다. 옛 소련체제의 붕괴와 내전, 많은 영화인의 해외 이주 등으로 역사 속에 묻히고 말았던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 영화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다. 18년째를 맞이해 굉장히 안정적인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