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캡틴 필립스·톱스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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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25   |  발행일 2013-10-25 제42면   |  수정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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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필립스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해적에 납치된 선장 구출작전…긴장·사실감 넘쳐

2009년 이후 세계 전체 해적 사건의 절반 이상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전으로 인해 모든 산업 인프라가 사라지고,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어업도 고기를 싹쓸이해 가는 외국 배들로 인해 여의치 않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바다를 지키려고 나섰다. 국제적인 공공의 적으로 통칭되는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의 출발이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고기를 잡는 것보다 사람을 잡는 편이 더 큰 수익이 된다는 사실을 이후 깨닫기 시작했다.

‘캡틴 필립스’는 2009년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했던 미 화물선 앨러배마호 사건을 그린다. 선장을 포함한 19명의 선원의 생사를 건 5일 동안의 이야기다.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이자 베테랑 선장인 리처드 필립스(톰 행크스). 오늘도 그는 구호물자를 가득 실은 앨라배마호를 이끌고 바다로 나서기 위해 승선한다.

이번 항로는 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해역. 조금은 꺼림칙하지만 위기상황 시 매뉴얼대로 대처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빠른 보트와 총으로 무장한 4명의 해적에 의해 앨러배마호는 손쉽게 탈취된다. 다행히 선장의 지시를 잘 따른 선원들은 해적을 배 밖으로 몰아내지만, 선장은 홀로 인질이 된다. 곧 그를 구해내기 위해 미 해군이 현장에 급파되고, 소말리아 해적을 상대로 일사불란하게 소탕작전을 펼쳐간다.

필립스 선장 구출작전은 뉴스속보를 통해 실시간 방송됐을 만큼 익숙한 사건. 관건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일이다. 일단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을 만들어낸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기대치는 상승한다. 탄탄한 연출과 구성,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다. 제이슨 본을 거대 국가에 맞서 대항하는 인상적인 영웅으로 만들었듯이 폴 그린그래스는 자신을 희생해 선원들을 구하려 했던 소영웅으로서의 진정한 리더십과 희생정신을 필립스 선장을 통해 보여준다.

전 세계를 무대로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향연을 펼쳤던 폴 그린그래스의 장기는 한정된 시공간에서도 오롯이 빛을 발한다. 특히 해상을 무대로 한 선장과 해적의 숨 막히는 신경전은 작은 구명보트 안으로 이동해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선장을 구하기 위한 미 해군과의 숨막히는 대치상황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캡틴 필립스’는 영화 전체 분량 중 약 75%를 실제 해상 위에서 촬영했다. 제작 단계부터 최대한 실제와 흡사한 상황을 재현하고자 했던 폴 그린그래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당일 기상에 따라 분 단위로 상태가 바뀌는 해상에서의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해적의 소형 보트가 거센 역류를 가로질러 화물선을 공격하는 장면 역시 촬영 당시에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캡틴 필립스’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사실감이 반영된 성공적인 액션스릴러 영화로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해적 역에 실제 소말리아 출신의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을 캐스팅하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무세를 연기한 바크하드 압디를 포함한 4명은 1천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됐다. 폴 그린그래스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앨라배마호를 침입해 선장과 맞닥뜨리는 장면의 현장감을 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촬영하는 내내 배우들과 이들을 따로 격리시켰다. 때문에 그들과의 첫 만남을 극 중에서 가진 톰 행크스는 “감정적이고 강력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겁에 질렸고, 첫 테이크부터 놀라운 기분에 휩싸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톰 행크스의 흡인력 있는 연기는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특별한 상황 속 평범한 인간을 그려내는 데 톰 행크스를 능가하는 배우는 없다”는 폴 그린그래스의 말처럼 그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했다. 특히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이후를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꽤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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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배우 박중훈이 연출한 연예계의 비하인드 스토리

연예계는 성공을 향한 수많은 사람의 욕망으로 꿈틀대는 곳이다. ‘스타’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서로 경쟁하고, 노력하고, 또 운에 기댄다. 결과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취한 자에게는 돈과 유명세가 일종의 성공보수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은 이루지 못한 욕망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인 ‘톱스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욕망을 화두 삼아 이를 연예계의 내밀한 이야기에 녹여낸다. 1986년 ‘깜보’로 데뷔해 30년 가까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연예계 뒷이야기다. 소재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접근이지만, 배우 출신 감독이 그려낸 배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묘한 호기심마저 생겨난다.

성실하고 우직한 매니저 태식(엄태웅)은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원준(김민준)의 매니저다. 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배우다. 그러던 어느 날, 원준의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태식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원준의 죄를 뒤집어쓰고 그 대가로 그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게 된 것. 태식은 모든 것을 걸고 연기에 몰두한다. 그리고 그가 간절히 바라 왔던 스타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능력을 인정받고 톱스타가 된 태식은 더 많은 것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이제 원준의 애인이자 드라마 제작자인 미나(소이현)까지 탐하려 한다.

‘톱스타’는 “바닥부터 시작해서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는 매니저 태식의 스타를 향한 여정을 따라간다. 이 여정이 ‘실제 있었던 일이겠지’라는 생각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연예계를 지켜봐 온 박중훈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사실 연예계는 그가 가장 잘 아는 세상인 동시에, 그가 잘 그릴 수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박 감독은 “수많은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끼워팔기 캐스팅, 전 매니저의 협박, 입막음을 위해 라이벌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배우 등 가십으로 전해지던 연예계의 속설이 낱낱이 밝혀지고 현실감이 더해진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더한다. 그중 ‘화장실 낭심 사건’은 박 감독이 신인 시절 직접 겪은 일로 “매우 수치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꿈을 향한 열정이 과도하면 이는 광기가 된다. 태식이 그 수순을 밟는다. 스타의 매니저에서 톱스타로 수직 상승한 태식은 성공을 위해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배우가 되고 유명세를 얻을수록 그의 가슴속 열정은 어느덧 위험한 욕망을 향해 질주한다.

극 중 국민배우 김경민(안성기)은 그런 태식에게 “에너지가 지나치다”며 절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미 그는 순수성을 잃어버렸다. 높이 오른 만큼 나락으로 떨어질 때의 충격은 더 깊고 더 강한 법. 태식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의형제처럼 따랐던 원준의 과거를 폭로해 그를 수렁에 빠뜨린다. 화려하게만 보이지만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여 있는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이다.

김민준은 톱스타를 ‘신기루’로 정의한다. 잡으려고 해도 잡기 힘들고, 그 위치에 가도 사라지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톱스타’가 현재 연예계를 투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연습생이 100만명에 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수백만명이 응시하는 작금의 시스템은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 이젠 투명한 방식으로 미래의 스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다른 분야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이 세계는 누구든 실현가능한 꿈이기도 하다. 소이현의 말처럼 “한 번쯤은 꿔 봤을 법하지만 잘 잡히지는 않고, 누구나 꿀 수 있는 기분 좋은 꿈” 말이다.

태식은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 때문에 결국 추락해 버리고 마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에 비유된다. ‘톱스타’에 대한 박중훈 감독의 메시지는 그 점에서 분명하다. 초심을 잃지 않는 태도와 한결같은 마음가짐. 연예계를 무대로 삼았지만 이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곱씹어 볼 만하다. ‘톱스타’는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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