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변실금

  • 임호
  • |
  • 입력 2013-11-05 07:38  |  수정 2013-11-05 07:38  |  발행일 2013-11-05 제21면
황혼의 또다른 불청객 변실금
노화 인한 항문조절 능력 저하, 기침만 해도 대변이 찔끔찔끔…조기치료 중요하고 괄약근 운동도 도움
[전문의에게 듣는다] 변실금
■ 노성균 늘시원한위대항병원장

우리 몸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그중 가장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곳이 바로 항문이다.

항문이 가진 비밀스러운 특징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은 항문에 생기는 질병이 ‘치질’이 전부인 줄 안다. 그래서 항문병원을 찾아야 할 환자 중에는 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성은 비뇨기과, 여성은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대로 알아야 대비할 수 있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생길 수 있는 항문질환 중 하나인 변실금(便失禁)에 대해 살펴본다.

◆60대 노인 더욱 조심

항문은 우리 몸의 수많은 구멍 중 하나다. 이 중 항문은 열릴 때 열리고, 닫힐 때 닫혀야 하는 구멍이다. 더불어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면 우리가 힘을 주어 닫을 수 있고, 힘을 빼서 열 수도 있는 아주 신기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열려 있어야 할 때 닫혀 있고, 닫혀 있어야 할 때 열려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이 닫힌 것인지 열린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것이 변실금이다. 요실금이 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면, 변실금은 대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변실금은 대변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소화기 질환으로,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이 나오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노성균 늘시원한위대항병원장은 “서구의 경우 변실금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1~2%, 65세 이상의 7%에 이르고, 국내에서는 동양적인 관습 때문에 노출되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한다면 20만~6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는 증가하고, 한 연구에서는 노인병동 환자의 약 32%가 변실금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또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다산의 경험을 갖고 있는 여성에서 많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조사와 통계에서 보듯 변실금은 단순한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노인층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노 원장은 변실금으로 항문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노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변실금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마음과 달리 움직임이 둔해진다. 변실금도 그렇다. 보통의 항문질환 환자라면 열에 아홉은 변비를 호소하며 변을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지만, 특이한 것은 오히려 변을 단단하게 보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다는 사실이다.

변실금은 노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변실금을 많이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아이를 낳은 여성도 있다. 여성의 경우 분만으로 인해 외음부 신경 장애나 괄약근의 손상 혹은 지나친 변비 때문에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상태가 호전된다.

아이에게도 변실금이 있다. 아이의 경우 변비가 심하면 장 속에 있는 변 덩어리가 밀려 나오는데, 이 또한 일종의 변실금이라 할 수 있다.

청장년층에서는 잦은 비데 사용으로 인한 변실금도 주의해야 한다.

비데를 이용해 항문을 깨끗하게 씻고 건조시키면 그것만큼 좋은 항문 관리가 없다. 하지만 비데에 있는 ‘쾌변기능’은 항문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 이는 강한 물살을 이용해 항문 안쪽을 자극시켜 변 찌꺼기를 씻어내는 기능을 말하는데, 이를 자주 사용할 경우 항문괄약근 기능에 이상을 주어 변실금을 간혹 유발한다. 그러므로 비데를 사용해 변비를 개선할 것이 아니라 약한 물살로 휴지 대신 항문을 씻어내고, 뽀송뽀송하게 건조해 주는 것이 비데의 가장 올바른 사용법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비데 대신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1회 5분 정도, 하루 3~4회씩 항문을 이완시켜주는 좌욕을 하는 것이 변비 개선에 효과적이다.



◆다양한 치료법으로 해결

변실금은 생명과 연관되진 않지만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 외출도 쉽지 않고, 항상 뒤가 신경 쓰여 언제 어디서나 화장실이 어디인지부터 찾게 만든다. 이런 변실금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변실금도 치료법이 있다. 완치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개선할 수는 있다.

병원에서는 변실금 치료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환자의 항문 직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먼저 한 뒤, 환자에 맞는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항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항문괄약근 손상상태를 점검하고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객관적,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항문직장 내압 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항문을 꽉 조일 때의 항문 내 압력을 측정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종합 진단을 하게 된다.

변실금은 요실금처럼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조절될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항문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다.

병원에 와서 이 치료를 받는다면 그래프를 보면서 항문운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번거롭다면 집에서도 가능하다. 항문에 5초 정도 힘을 주고 이완했다 또다시 힘을 주고 이완하는 것을 반복하면 변실금이 개선된다. 변실금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이 치료를 통해 외출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변실금을 빨리 치료하지 않고 숨기거나 다른 민간요법을 통해 개선시킬 목적으로 방치할 경우 증상은 더욱 심해져 생활 자체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항문 피부 자극이 지속적으로 유발돼 항문가려움증 등이 발생하며, 항문 주변에 남아 있는 대변이 피부 감염, 방광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노 원장은 “변실금은 육체적 불편함과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서장애와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질환이기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조기치료만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