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SNS선 대놓고 단체장 홍보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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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06   |  발행일 2013-11-06 제3면   |  수정 2013-11-06
사진·찬양 글 도배해도 선거법 위반 안돼…매년 수천만원 운영비용 지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가 자체 블로그·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단체장 치적홍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단체장 온라인 홍보의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아 해당 단체장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대구지역 8개 구·군별로 운영 중인 SNS를 분석한 결과, 해당 단체장의 인물사진으로 온통 도배가 돼 있었다. 상세한 게재내역은 이렇다.

2012년 1월1일 기준으로 △강성호 서구청장 페이스북 210여차례 △김문오 달성군수 블로그 130여차례 △이재만 동구청장 페이스북 50여 차례, 블로그 60여 차례 △윤순영 중구청장 페이스북 90여차례 △임병헌 남구청장 페이스북 70여차례 △곽대훈 달서구청장 페이스북 60여차례 △이진훈 수성구청장 페이스북 10여 차례 등이다.

반면, 북구청의 경우 3연임 제한에 걸린 이종화 구청장의 사진 등을 일절 게재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SNS에 단체장에 대한 찬양글을 게재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한 홍보 블로그에는 ‘민선 4기로 청장에 당선되신 ○○○구청장님은…고군분투하셨답니다’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모습!! 참~ 훈훈합니다. ㅎㅎㅎㅎ’ 등 지자체장에 대한 칭찬 일색의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SNS 관리를 위해 온라인 홍보예산 명목으로 구예산까지 쓰는 지자체도 적잖았다.

온라인 홍보에 구비(전액)를 사용하고 있는 기초단체는 △수성구(8천560만원·2012~2013년 확보예산) △동구(4천15만원·2013년1~10월) △달성군(935만원·2012~2013년 10월 말) △중구(450여만원·2013년 7~10월)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수성·동구의 경우, 블로그 관리를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한 해 4천만원 이상씩의 예산을 쓰고 있으며, 중구는 SNS 운영을 위해 지난 7월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뽑아 업무를 맡겼다.

대구지역 한 구청의 홍보담당 과장은 “공무원이 구정 행사를 일일이 알리기에는 무리가 있고, SNS관리에는 전문성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단체장 사진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맞지만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시민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모씨(32)는 “지자체 SNS가 선거를 앞두고 지금처럼 단체장 치적홍보의 공간으로 전락한다면 솔직히 세금 내는 게 아깝다”며 혀를 찼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SNS를 통한 지자체장 홍보는 단속대상이 아니라 규제방법이 없다. 하지만 공정선거와 관련해 문제점이 생기면 법규 개정을 통해 단속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명민준기자 min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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