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친구2·카운슬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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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15   |  발행일 2013-11-15 제42면   |  수정 2013-11-15
[신작대결] 친구2·카운슬러


★ 친구2 (장르 : 누아르·액션,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동건 죽고 17년 뒤 유오성의 ‘노스탤지어 누아르’

곽경택 감독이 12년 만에 ‘친구2’를 소환한 건 일종의 노림수다. ‘한국형 누아르’와 ‘향수’라는 코드로 82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자, 자신의 영화적 뿌리인 ‘친구’(2001)를 통해 한동안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흥행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다. ‘친구2’에 모이는 대중의 기대감과 해내야만 한다는 감독 스스로에 대한 부담감은 그래서 상당했을 터이다. 곽 감독은 “기대감 반, 부담감 반”이라는 말로 현재의 심경을 대변했다.

‘친구2’는 동수(장동건)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친구’의 17년 뒤 이야기다. 동수의 살인 교사 혐의로 수감된 준석(유오성)이 마침내 출소한다. 17년 만에 세상과 마주한 그는 몰라보게 달라진 현실과 어느새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은기(정호빈)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준석은 울산을 거점으로 와해된 자신의 조직을 다시 규합한다.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젊은 피 성훈(김우빈)을 오른팔로 삼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모르고 있다.

‘친구2’는 준석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여기에 동수의 아들 성훈과 준석의 아버지이자 60년대 부산의 전설적인 주먹 철주(주진모)에 대한 회상까지 더해져 거친 시대를 살아간 진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곽 감독은 이를 ‘노스탤지어 누아르’, 다시 말해 향수가 있는 피 끓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정의한다. 서른다섯, 젊은 패기로 만들었던 영화가 ‘친구’였다면, ‘친구2’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삶의 성찰이 담긴 영화라는 얘기다.

할리우드 식 갱스터 무비와 한국형 누아르를 결합한 그의 야심 찬 의지도 그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친구2’는 삼대(三代)에 걸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대부’ 시리즈와 비견된다. “철주의 모티프는 비토(로버트 드니로)였다”고 감독 스스로도 밝혔듯 ‘친구2’의 인물구도는 그중 ‘대부2’에서 영향을 받았다. 다만 그런 의도가 영화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장르적 충돌로 여겨질 만큼 철주와 준석의 이야기는 서로 분절돼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다. 곽 감독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역시 상당 부분 배제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친구2’가 이뤄낸 영화적 성과는 적지 않다. 제대로 된 누아르를 만들어보고자 한 감독의 의지는 지금은 퇴색해 버린 우정은 물론 갈등과 배신, 과거에 대한 회한과 거스를 수 없는 숙명까지 오롯이 담아내며 색다른 면모를 갖췄다. 그중 인상적인 건 진실을 알게 된 성훈의 준석에 대한 애증과 그를 떠나 보낸 뒤 홀로 남은 준석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엔딩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로 ‘친구2’는 남자들의 과거를 추억했던 전작과 차별된, 남자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

배우들의 열연도 여기에 한몫했다. 먼저 유오성은 ‘친구’에 이어 ‘친구2’에서도 준석 역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고, 좋은 친구와 소풍을 떠난 기분으로 작업한 영화”라고 말한 유오성은 “‘친구2’는 조금 더 가족의 개념으로 확대된 영화”라고 말했다. 모델 출신의 신예스타 김우빈은 군살 없는 체형이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체중을 9kg이나 늘렸고, 주진모 역시 무게감 있는 캐릭터 연기를 위해 8kg을 찌웠다. 두 사람은 강도 높은 액션과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마초적 인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친구2’는 이제 베테랑이 된 전작의 스태프가 모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의 뜻깊은 만남에서도 ‘친구2’는 그 시대를 추억하고 싶은 관객에게 작은 위안이 될 듯하다.

[신작대결] 친구2·카운슬러


★ 카운슬러 (장르 : 스릴러·범죄·드라마,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문학적 대사와 잔혹한 비주얼의 ‘오묘한 화학작용’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맥카시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와 ‘더 로드’(2009)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그는 낯설고 이질적인 세계에 종속돼 살아가는 인간의 혼탁한 삶과 그로 인해 잉태되는 비극을 강렬하지만 풍부한 질감과 위트 있는 대사로 풀어왔다. 영화 ‘카운슬러’는 그가 작가에서 각본가로 변신한 최초의 영화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멕시코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배신과 복수,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치밀하게 담아낸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는 아름다운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초고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해 그녀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다. 다소 분에 넘치는 선물이지만 카운슬러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방탕한 사업가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와 의기투합해 마약밀매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경고하는 마약 중개인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의 말도 한 귀로 흘려버릴 만큼 카운슬러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트럭으로 운반 중이던 거액의 마약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카운슬러는 이 모든 일의 주동자로 지목받게 되고, 라이너의 미스터리한 여자친구 말키나(카메론 디아즈)는 그들 주변을 맴돈다.

영화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위험성을 우회적이지만 극명하게 전달한다. 이는 잘못된 선택이 부른 재앙과 결부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좀 더 화려한 삶을 살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카운슬러는 마약밀매라는 어둡고 위험한 지하 범죄 세계에 뛰어든다. 그는 돈이 주는 화려함에 취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감춘 그 이면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호화롭고 세련된 저택, 고급 스포츠카 그리고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이 항상 넘쳐나는 파라다이스의 세계가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쉽게 그 유혹에서 빠져 나오긴 힘들 터.

돈의 액수가 크고 이를 취하는 방식이 법과 멀어질수록 악취는 더욱 진동하기 마련이다. 그 냄새를 맡고 꼬여드는 사람들도 생긴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라이프 스타일로 재정 위기에 몰린 카운슬러에게 라이너는 한 번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유혹한다.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카운슬러는 기꺼이 동참한다.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며 화려하고 타락한 세계에 발을 담고 있는 라이너는 이미 말키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코맥 맥카시 특유의 강렬한 서술기법이 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는 방식 때문이다. 역시나 지적인 문학작품을 대하듯 상징적으로 나열되는 다채로운 그의 언어는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잔혹한 비주얼과 오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영화는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캐릭터들의 잘못된 선택을 통해 보여준다. 모두가 탐욕을 취하려는 자다. 그들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다. 카운슬러 역시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은 물론 약혼녀 그리고 라이너와 웨스트레이까지 포함해서다.

‘카운슬러’는 코맥 매카시를 위시해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코맥 맥카시의 각본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했다”며 힘 있는 서사를 그 매력으로 꼽은 리들리 스콧 감독과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완전히 매료됐다”는 배우들은 그들 고유의 아우라는 물론, 파격적인 모습까지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영화”라는 박찬욱 감독의 찬사는 그런 이유일 것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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