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헝거게임:캣칭 파이어·결혼전야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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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2   |  발행일 2013-11-22 제42면   |  수정 201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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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장르:액션·판타지 등급:15세 관람가)

후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스펙터클한 생존게임


헝거게임에서 우승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는 독재국가 판엠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혁명의 상징’이 된다. 그녀로 인해 반란의 움직임이 보이자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도널드 서덜런드)와 게임 설계자 플루타치(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캣니스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바로 역대 우승자들을 모두 참가시키는 새로운 헝거게임을 개최하기로 한 것. 어쩔 수 없이 캣니스는 지난해 공동 우승자인 피타(조쉬 허처슨)와 함께 최강의 참가자들을 상대로 생명을 건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한동안 번성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대부분 자취를 감춘 지금, ‘헝거게임’은 무혈입성에 가깝게 그들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2008년 첫 시리즈 출간 이후 2013년 현재까지 전세계 3천65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점에 힘입어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은 미국 역대 오프닝 스코어 1위, 전세계 7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비중있게 이야기의 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헝거게임’은 처음부터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대체할 신성(新星)으로 통했다. 이 점은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제작사인 라이온스게이트가 전편 대비 2배 이상의 제작비를 ‘헝거게임:캣칭 파이어’에 투입한 건 그런 기대감이 작용했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전편에 이어 판엠의 체제 유지를 위해 새롭게 기획된 서바이벌 게임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죽이거나 혹은 죽거나’라는 게임의 규칙에 복종해야 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유지되지만, 가난과 독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국가에 대항하는 모습은 2편을 새롭게 관통하는 키워드다. 언제나 체스판의 말에 불과했던 캣니스와 참가자들이 반인륜적인 게임의 규칙을 역으로 이용해 시스템 자체와 싸우게 된다는 점은 무엇보다 주목된다. 다만 본격적인 재미는 후속 시리즈인 ‘헝거게임: 모킹제이-파트1’ ‘헝거게임: 모킹제이-파트2’에서 전개될 예정이어서 다소 아쉽긴 하다.

그렇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여전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미국판 ‘배틀 로얄’식 서바이벌 게임이 한층 다채로워진 무대와 강력해진 실력자들을 중심으로 풍성하게 꾸며진다. ‘헝거게임’의 새로운 수장이 된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그 과정을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에서 보여준 탁월한 영상미와 서사로 촘촘히 채워간다. 판엠의 수도인 캐피톨의 전경과 대규모 우승자 투어 등은 ‘헝거게임:캣칭 파이어’의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기에 충분하고, 헝거게임의 새로운 룰을 적용시킨 해변과 정글에서의 액션신은 숨막히는 긴장감과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원작 독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층이라는 점에서 전편보다 부각되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에도 관심이 모아질 듯하다. 캣니스를 둘러싼 삼각 로맨스는 처절한 생존 전쟁 속에서 피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애틋하다. 캣니스의 오랜 연인인 게일(리암 헴스워스)과 오랫동안 그녀를 짝사랑해온 피타가 그 주인공이다. 피타는 “네가 죽는다면 내 삶은 아무 의미 없다”며 자신의 멘토 헤이미치(우디 해럴슨)를 대신해 재출전을 지원한다.

캣니스 역시 헝거게임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줄 수 있는 피타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게일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캣니스를 향해 더욱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게 되면서 미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헝거게임’ 열풍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캣니스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다. 생존본능에 투철한 액션 여전사로의 강인한 모습과 물흐르듯이 사랑과 분노의 감정을 오가는 탄탄한 내면연기는 전세계 영화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후속작에서 보여줄 그녀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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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전야 (장르:로맨틱 코미디 등급:15세 관람가)

결혼 일주일 앞두고 심각한 심리적 불안 보인 네쌍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는 갓 결혼한 사람들의 70%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할 만큼 예비 부부에게 나타나는 통상적인 심리적 불안 현상을 뜻한다. 다소 포장된 모습으로 만났던 연애 시기와는 달리 결혼을 앞두고 드러난 현실적인 본 모습, 이를테면 성격이나 생활환경, 건강, 경제적 차이 등이 대두되면서 주로 발생한다.

딱, 그 경우에 해당되는 네 커플이 여기 있다. 재회에 성공한 전직 프로야구 코치 태규(김강우)와 비뇨기과 의사 주영(김효진), 오랜 연애 커플인 스타셰프 원철(옥택연)과 네일 아티스트 소미(이연희),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미녀 비카(구잘)와 꽃집 노총각 건호(마동석), 그리고 클럽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대복(이희준)과 이라(고준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심각한 메리지 블루를 겪고 있다.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 명제를 새삼 일깨우듯 ‘결혼전야’는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남녀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경쾌한 터치로 담아간다. 결혼 준비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갈등과 스트레스가 그 중심이다. 이별 후 12년 만에 재회한 태규와 주영은 이전보다 더욱 뜨거운 사랑을 불태우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서로의 숨겨진 과거 연애사를 알게 되면서 패닉에 빠진다. “많이 사랑했어 그놈? 나보다 더?”라며 다그치는 태규에게 지지 않고 그의 과거 여자를 언급하며 맞불을 놓는 주영이다. 이는 한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연인의 과거가 현재 연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연애 7년차 소미는 이제 가족처럼 편한 사이가 된 원철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설레지 않는 감정에 혼란스럽다. 원철의 바람대로 네일 아티스트 일을 그만두게 된 그녀와는 달리, 스타셰프의 자리에 오른 원철은 승승장구다. 소미는 그런 그에게 “결혼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라며 조심스럽게 묻지만 돌아오는 건 “재미로 사니? 동지애로 사는 거지”라는 건조한 말뿐이다. 대신 그녀는 마지막으로 네일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 제주도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경수(주지훈)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싹 틔운다.

건호와 비카는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불 같은 사랑의 주인공이다. 아쿠아리움의 인어로 공연 중이던 우즈벡 출신 미녀 비카를 보고 첫눈에 반한 꽃집 노총각 건호는 비카와의 결혼 준비로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건호는 성기능에 이상신호가 찾아온다. 또 원나이트스탠드로 덜컥 임신을 하게 된 이라와 대복은 결혼을 앞두고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종교부터 신혼여행, 혼수, 주례, 집안 문제까지 뭐 하나 마음 맞는 일이 없이 사사건건 충돌한다.

네 커플에게 닥친 문제들은 현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는 국적과 문화를 떠나서 결혼을 한 번이라도 상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만국공통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 그들 앞에 닥친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결혼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불확실성도 거둬들여야 한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결혼전야’는 사랑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홍지영 감독은 세 남녀의 사랑을 수려하게 풀어낸 ‘키친’에 이어 한층 다양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무겁지 않게 로맨틱 코미디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연출에 든든한 힘을 보탠 건 김강우-김효진, 이연희-옥택연, 마동석-구잘, 이희준-고준희, 그리고 주지훈의 조합이다. 이들은 결혼을 앞둔 남녀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솔직하고 사랑스럽게 담아냈으며, 덕분에 사랑은 역시 아름답고 무한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아름답고 완벽한 결혼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결혼전야’는 그런 점에서 나름 훌륭한 지침서가 될 듯 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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