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재생, 해법을 찾아서 .6] 해외에서 배운다(상)-영국 런던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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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9   |  발행일 2013-11-29 제3면   |  수정 2013-11-29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하면서 ‘도시재생’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따라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유행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는 ‘도시재생 특별법’이 오는 12월5일부터 처음 시행될 정도로 도시재생에 관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늦게 출발하는 만큼 유럽의 여러 국가가 경험한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미 수백년 전에 도시가 형성된 유럽은 20세기 중반부터 도시재생에 눈을 떴으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럽의 도시재생 성공 여부는 화려한 겉모습이나 경제지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환경·공공성·커뮤니티 증진·계층간 화합·균형발전·범죄 예방·복지 등과 같은 사회적 기준을 통해 평가된다. 즉, 도시재생은 물리적 개선이나 기능회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질적인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의 도시재생은 포괄적 개념의 ‘문화’를 도시재생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삶의 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문화를 통해 새로운 도시 변화의 패러다임을 확립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스페인이 시행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범답안을 통해 대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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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조성된 밀레니엄 브리지는 기존의 행정·금융 중심지인 템스강 북쪽과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개발된 남쪽의 사우스 뱅크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다. 밀레니엄 브리지를 통해 남북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사람의 왕래가 늘어나고, 관광객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대구시 제공>

방치된 템스강의 남쪽이 살아나다

◆밀레니엄 프로젝트, 낙후지역 활성화에 초점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
밀레니엄 브리지 등 건설
잘사는 강북과 불균형 줄여

지역 간 불균형은 시대와 나라, 지역을 막론하고 도시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영국의 경우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히 진행된 개발의 결과로 심각한 지역간 불균형을 겪었으며, 현재도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에는 괄목할 만한 가시적 성과도 거두었다.

영국 정부와 런던시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역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불균형을 없애는 것을 기본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국은 낙후된 도시이미지를 벗기 위해 정부 주도 아래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995년 밀레니엄 위원회(Millennium Commission)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초기에 3조원 정도의 기금을 복권을 통해 조성했다. 밀레니엄 기금은 문화·예술·교육·환경·교통·주거 등 세부 영역으로 런던의 200여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3천여개에 달하는 프로젝트에 분산 투자됐다.

특히 런던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에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집중됐다. 런던은 템스강을 중심으로 정치·경제·금융은 물론 관광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핵심 시설이 강북에 있어 강남은 지속적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며, 관광객들조차 이런 런던의 남쪽을 찾는 경우가 드물었다.

33개의 작은 지역 단위(Borough)로 다시 세분화된 런던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자치단체는 강북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지역과 시티 오브 런던 지역이다. 웨스터민스터 지역은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 사원·정부부처 등이 밀집되어 있는 역사와 행정 중심지다. 또 시티 오브 런던 지역은 국제적인 금융 및 업무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세계 경제 중심지다.

반면 두 지구와 템스강을 중심으로 마주하고 있는 서덕(Southwark)·램버스(Lambeth) 지구는 동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방치된 산업지역으로, 20세기 동안에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일컬어졌다.

이 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의 핵심이 바로 밀레니엄 브리지·런던아이·밀레니엄 돔으로, 모두 템스강 남쪽에 설치되어 있다. 밀레니엄 돔은 강 동쪽의 그리니치 반도에, 런던 아이는 램버스 지구에 있으며, 밀레니엄 브리지는 서덕지구와 강북을 연결하는 다리다. 런던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들은 낙후된 지역을 우선적으로 재생시키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사회·종교를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런던은 지난 수백년 동안 템스강 북쪽을 중심으로 번영했다. 이에 따라 공공 및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관광지 또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남북의 불균형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괴리와 불평등을 초래했다.

영국 정부와 런던시에서는 런던에서 제일 낙후된 지역에 대한 과감한 공공투자를 통해 템스강 중심의 대통합과 런던시 재생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통해 템스강 북쪽에만 머무는 거주자와 관광객을 남쪽으로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경관조성을 통해 지역 일대의 분위기를 쇄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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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는 시청을 새로 건설하면서 입지를 기존의 낙후지역인 템스강 남쪽으로 결정했다. 이후 남쪽은 업무 및 상업지역으로 거듭나면서 언제나 사람들이 끊이지 않게됐다(위쪽). 런던 템스강 남쪽 램버스 지역에 설치된 ‘런던 아이’는 단순한 ‘탈 것’이 아니라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대구시 제공>



예상 깨고 런던시청도 강남행 선택

◆도시재생 이후, 상권 활성화 및 관광객 증가

상업·업무지역으로 부각
런던의 새로운 미래 시작
문화·예술거리로도 부활

2002년 완공된 런던시청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설계와 건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70%를 태양열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도시, 런던을 대표하는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런던시청이 자리해야 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연관 행정·금융기관이 밀집한 템스강 북쪽이어야 당연하다. 다른 공공기관들과의 기능적 연계성에서도 센트럴 런던이나 웨스트 민스터 주변이어야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런던을 대표하는 시청이 이전한 곳은 템스강 남쪽인 사우스뱅크지역이다.

런던 시청이 들어오면서 주변 일대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런던에서 가장 다양하면서도 활발한 업무 및 상업 지역으로 재조성되고 있다. 또 시청 주변 일대를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인접한 타워 브리지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템스강 남쪽으로 내려오도록 유도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사우스뱅크는 위치적으로 템스강 남쪽 제방을 형성하고 있는 강변 일대로, 지난 수백년 동안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강북지역과 대비돼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졌던 장소다. 런던 내 33개의 자치단체 중에서도 가장 가난했던 서덕과 램버스에 속한다. 런던시는 템스강 남쪽에 위치한 도심 낙후지역의 재생이 런던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청을 이곳으로 이전시켰던 것이다.

시청 이전과 함께 사우스뱅크 지역을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거리로 복원하는 사업도 병행됐다. 여기에서도 도시재생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런던시는 역사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치됐던 기존 건물들은 무너뜨리고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기보다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리노베이션을 통해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것이 ‘사우스뱅크 마스터플랜’이다. 1951년에 건립된 로열 페스티벌 홀을 비롯해 퀸 엘리자베스 홀 등 오래된 대규모 공연장들도 새롭게 다시 문을 열었으며, 이후 새로운 문화예술 시설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런던시의 녹지율은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공원은 강북쪽에 편중되어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런던시는 런던아이와 연계하여 템스강 일대에서 가장 넓은 잔디공원인 주빌리 정원과 강변산책로를 조성했다. 동쪽으로 디자인 뮤지엄에서 시작해서 타워 브리지·런던시청·테이트모던갤러리·런던아이를 지나 서쪽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 이르는 템스강 남쪽에 거대한 문화벨트를 형성하고 기존 문화예술시설 및 상업시설과 연계함으로써 낙후된 서덕 및 램버스 지구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런던대학(UCL) 지리학과 김정후 박사는 “런던시가 추구한 도시재생 정책의 핵심은 쇠퇴지역에 대한 거점시설인 문화예술시설과 보행교·시청 등을 조성하는 동시에 이들을 도보가 가능한 보행권으로 묶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낙후된 사우스뱅크 지역이 도시재생사업 전후를 비교해 볼 때 1995년 32위였던 자치단체 재정이 2012년에는 7위로 뛰어올랐으며, 건강·복지·범죄율·실업률 등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개선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런던이 도시재생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합리적인 정책 개발과 주민 참여 제도를 들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한 작은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청회만 3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런던 시민들은 이것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보았다. 또 수많은 민·관단체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연구·보완된 정책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사우스뱅크 지역의 경우 주변 주거지역도 주민주도와 공공의 지원에 의한 재생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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