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일반호텔협회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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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9   |  발행일 2013-11-29 제36면   |  수정 2013-11-29
조식서비스·미니풀·바비큐시설·테마룸·카라반룸…대구서 부티크호텔 바람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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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2月호텔’ 대표가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건너편 2月호텔 황금점 내 미니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창의적인 생각과 끼, 파이어니어 정신이 넘치는 호텔 CEO다.

‘저기서 한번 자보고 싶다’는 느낌.

주머니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편안하고 호젓한 안식처를 찾게 마련이다. 여행자에겐 여행지뿐만 아니라 숙소 또한 추억의 간이역이다. 대한민국에선 요즘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이 비즈니스객이나 여행자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부티크 호텔은 대형 호텔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인테리어나 디자인, 소품 등을 고급화한 비즈니스 호텔이다. 대형 호텔의 가격거품을 제거하고 특급 관광호텔과 고급 모텔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 고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 처음 ‘일반호텔협회’가 발족됐다. 대구지역에 있는 비즈니스호텔이 중심이다. 초대회장을 맡은 정우진 대표(51)는 20대 후반부터 숙박업을 한 대구지역 일반호텔업계에선 선두주자다.

정 대표는 지난해 ‘2月호텔’이란 브랜드로 수성구 중동점을 개점한 데 이어 올 3월 2月 앞산점, 지난달 2月 황금점을 오픈했다.


특급보다 규모 작지만 인테리어 등 고급화로
비즈니스·여행객 호평 대구 첫 협회도 발족

20대부터 모텔업 시작 월풀·사우나 첫 도입에
복층룸 구조 혁신까지 리모델링‘미다스의 손’
‘대실’ 음습한 이미지는 개방형 로비로 확 바꿔

“외지인에게 홍보 되게 관광셔틀버스 순환을…
결혼이민여성의 부모 방한시 무료숙박 추진”


“1990년대 초 아리아나, 아리랑, 힐탑 등 대구지역 중소호텔이 도심에서 오픈할 무렵 저는 팔공산자락(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으로 갔습니다. 지금이야 그곳이 식당과 모텔촌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지만 당시만 해도 밥 먹을 데 하나 없는 황량한 벌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처음 오픈했지요.”

정 대표는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를 맞아 도심보다 교외가 번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팔공산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수입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동종업계의 모텔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지나친 경쟁으로 고정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IMF외환위기가 닥쳐 지인에게 돈까지 떼이자 7년 만에 팔공산에서 철수했다.

그는 1년을 낭인으로 지냈다. 다시 일어서기엔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때 우연히 서울에서 명동을 지나다 ‘장여관을 새롭게 꾸미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리모델링이란 개념이 별로 없었을 때 대구에서 ‘한터’라는 리모델링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야 달랑 2명이었죠. 숙박건물 리모델링으론 대구에선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는 호텔을 경영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티파니’라는 모텔을 직접 설계하고 건축했다. 티파니는 대박을 터뜨렸다. 장여관 업주들이 소문을 듣고 리모델링 의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호텔과 모텔 리모델링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숙박업과 사우나문화에선 대구가 전국에서 알아주는 도시였어요. 어찌 알았는지 강릉에서 10억원짜리 호텔 리모델링사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대구에서 가장 잘 한다는 사람을 찾았다더군요.”

그는 이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다시 서구와 수성구에 있는 장급여관을 인수해 리모델링했다. 특히 2002년 재건축한 에르메스 모텔은 히트를 쳤다. 전국에서 처음 월풀·습식·스팀사우나를 설치하고 라텍스침대, 리프로덕션가구를 비치했다. 또 복층룸을 만드는 등 룸의 구조를 일신했다. 고급 호텔에서도 쓰지 않는 최고급자재와 마감재로 인테리어를 했다. 수건과 요는 물론, 이불까지 1회용으로 쓰는 등 쓰레기통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수성구 일대 룸살롱에선 ‘에르메스에 가봤나’란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투자 리스크가 있었지만 대구에서 최고의 모텔을 짓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또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했지요.”

정 대표는 그때부터 테마와 개성을 살린 부티크 호텔을 지향했다. 모텔로선 전국에서 처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특급 호텔에서만 볼 수 있던 명품잡지인 ‘럭셔리’도 비치했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갔는데 럭셔리라는 명품 잡지가 있더군요. 괜찮다 싶어 우리 호텔에도 갖다 놓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신네 호텔 무궁화가 몇 개냐고 하며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더군요.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긴 대답 대신 우리 호텔 홈페이지에 한 번 들어오라고 일갈했지요. 일주일 뒤에 무료로 50권이 왔더군요. 허허.”

그런 한편 중구 삼덕동에 있는 한 장여관을 리모델링해 히트를 쳤다. 그게 바로 ‘Z00004’다. 지금은 다른 업주에게 넘겼지만 Z00004는 독특한 이름으로 유명했다.

“10년간 내실을 다졌습니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지난해 전국적인 부티크 호텔 브랜드를 한번 만들어보자 싶어 ‘2月’을 론칭했습니다. 2月은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상태와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정 대표는 2月을 준비하면서 모텔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실 위주 성격인 모텔이 숙박 위주로 바뀌려면 업주는 물론, 시민의 의식도 변해야 합니다. 호텔은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잠을 자고 쉬어갈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죠.”

정 대표는 음습한 모텔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먼저 로비의 폐쇄형 카운터를 개방형으로 바꿨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비롯한 조식서비스도 처음으로 제공했다. 10년 전부터 영어와 중국어로 된 리플릿도 비치했다. 미니풀(Pool), 바비큐시설, 카라반룸, 테마룸, 파티룸도 대구에서 처음 선보였다. 최고급 화장품과 유기농 인증 헤어케어 제품도 비치했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 유럽까지 직접 가서 앤티크가구와 빈티지 소품을 들여왔다. 영업을 위해 소셜커머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은퇴해서 돈 좀 있다고 준비 없이 장여관이나 모텔업 하면 다 망합니다. 부티크 호텔은 기업형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고객이 힐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2月이 성공을 거두자 가맹점을 같이 하자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 말고 다른 지역에서 2月을 모방해 9월·8월·5월 호텔도 생겼다. 호텔의 홈페이지를 보러 들어온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해 사이트가 다운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우선 숙박업에 대한 업주의 마인드가 확실해야 합니다. 또 지향하는 목표가 2月과 같아야만 해요. 저 역시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하하하.”

정 대표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멋쟁이로 소문이 나 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그가 뛰어난 패션 감각과 타고난 ‘끼’가 있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딱딱한 틀 속에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어요.”

그래서인지 그는 늘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정 대표는 부티크 호텔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지에서도 대세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서울에선 유명 대학교수 7명이 함께 일반 호텔을 지어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룸을 만드는 등 고객에게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대구도 관광활성화를 위해 특급호텔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일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국제행사를 열면서 객실이 없을 때만 일반 호텔에 협조를 구하는 행위는 봐도 봐도 얄밉죠.”

정 대표는 대구를 찾는 손님이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또 다른 다양한 숙박업소도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셔틀버스를 일반 호텔 앞까지 순환하도록 하고 각종 세제나 직원교육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달 2月호텔을 비롯해 이시아·2X·타워·뉴그랜드·선샤인·유니드·마이더스·인더호텔 등이 발족한 일반호텔협회는 그 같은 점을 널리 알려 홍보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에 연고를 둔 다문화가정의 외국부모가 대구를 방문할 때 우리 협회 호텔이 돌아가며 그 가족에게 무료로 하루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 대표는 협회가 대구시에 요구하기 이전에 대구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앞장서서 민간대사 역할도 하겠다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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