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2013 결산<하> 총체적인 변화 필요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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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3   |  발행일 2013-12-03 제26면   |  수정 2013-12-03
1부리그 다시 올라오려면 ‘팀 정체성’부터 찾아라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시민구단으로 탄생한 대구FC가 내년 시즌 2부리그(챌린지)에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간다.

대구는 비록 1부리그에서 추락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일 수도 있다. 이제 대구는 피말리는 순위 경쟁 탓에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고통과 수모가 컸던 만큼 분골쇄신의 각오로 새출발을 한다면 1부리그 승격은 물론 보다 경쟁력있는 팀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승리하는 법을 배워라

대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승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2003년 K리그에 합류한 대구는 2013년까지 1부리그에서 11시즌을 보내며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11년간 대구를 거쳐간 감독만 6명. 역대 최고 성적은 7위에 불과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던 대구는 2012년, 브라질 U-23 대표팀 수석 코치 출신인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을 단행해 팀 최다승인 16승을 올렸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 순위 진입에는 실패했다.

더욱이 올시즌에는 감독 교체란 강수를 두고도 결국 강등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2부리그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열악한 재정과 제반 환경, 수준급 선수의 부재를 딛고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올시즌 대구는 다잡은 경기를 수차례 놓쳤다. 이로 인해 단 한 차례도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처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자꾸 놓치면서 패배가 습관화됐다.

2부리그가 1부리그보다 전력이 뒤처지는 만큼 대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승리하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는다면 훗날 1부리그에 올라와서도 큰 자산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대구FC만의 정체성을 찾아라

올시즌 대구는 확실한 팀 색깔이 없었다. 시즌 도중 백종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패싱 축구 위주의 ‘제로톱’전술을 운영했지만 포항이나 제주 등 패스를 중점으로 하는 팀과 차별화를 찾지 못했다.

성적을 떠나 팀 정체성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유의 ‘색깔’을 만들고 그에 맞춰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올시즌 ‘더블’을 달성한 포항의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알수 있다.

더욱이 대구는 변병주 감독이나 모아시르 감독 때 특유의 색깔을 갖고 있었다.

변병주 감독이 대구를 이끌 당시, 순위상으론 암흑기였으나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승리할 때는 물론 지더라도 화끈한 공격 축구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2008년 대구는 11위(8승2무16패·26경기)에 머물렀으나 시즌 최다 득점인 46골을 몰아 넣었다. 그해 우승컵을 들어올린 수원 삼성과 득점에서 동률을 이루며 K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무승부 경기 역시 2경기에 불과해 대구하면 승패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팀으로 인정을 받았다.

열악한 재정·선수 부재 딛고
경기에서 이기는 법 배워야

‘총알 축구’로 불리던 때처럼
특유 색깔 만들고 선수 육성

축구전용구장은 차치하고
클럽하우스·전용훈련장 없어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투자만이 살 길

축구팬들 역시 대구에 ‘총알 축구’ ‘K리그의 로맨티스트’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환호했다.

또한 모아시르 감독이 부임한 2012년에도 대구는 관중 몰이에 성공을 거뒀다. 모아시르 감독은 지넬손·레안드리뉴·마테우스 ‘삼바 트리오’를 주축으로 대구에 브라질 축구를 이식,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더욱이 전북, 울산, 포항, 제주 등 전통의 강호를 상대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여 시민과 축구팬을 열광케 했다. 지난해 대구의 경기당 평균 홈관중수가 7천156명에 달했던 이유다.

물론 강등제가 도입된 K리그에서 성적에 자유로운 팀은 없다. 그러나 정체성을 갖춰야 1부리그에서든 2부리그에서든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

◆경기 외적인 보완도

2부리그로 강등된 대구가 새로운 도약에 성공하려면 경기 외적인 부분의 보완도 필요하다.

대구가 창단한 지 11년이란 세월이 지났건만 제반 환경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축구전용구장은 차치하고 클럽하우스나 전용 훈련장조차 없다. 기업구단을 제외한 시·도민구단 중에서도 대구FC의 제반시설은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올시즌 막바지까지 대구와 강등 경쟁을 벌인 경남과 강원과 비교해도 대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남은 2006년 창단 직후 함안군 도항리 함안공설운동장 주경기장 뒤편에 지상 2층 규모의 클럽하우스를 건립해 선수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2009년에는 1천1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창원축구센터가 완공돼 선수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훈련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받고 있다.

강원의 경우에도 2008년 창단과 동시에 강릉시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클럽하우스 프로젝트를 추진해 2010년 강릉시 강남축구공원 내 클럽하우스를 마련했고, 대구와 함께 강등된 대전도 지난달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물 받았다.

대전시가 2011년부터 216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대전 대덕구 목상동 산 10번지 일대에 조성해 온 덕암축구센터에 클럽하우스가 완공된 것이다. 대전시는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기 위해 축구장·풋살구장·운동시설 등을 내년 11월까지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투자는 성적과 직결된다. 기본 인프라가 갖춰저 있지 않은 대구FC의 강등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2부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의 개선도 필요하다. 2부리그는 한국 축구의 생태를 건강하게 하는 시스템의 일부다. 축구는 1부리그만 존재할 수 없다. 유소년 리그, 대학리그, 실업리그, 2부리그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새로운 유망주들이 나오고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향상된다.

2부리그는 프로에서 도태된 선수들의 리그가 아닌 1부리그와 함께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는 리그인 것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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