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같은 지역작가, 널리 알려야죠”

  • 이준영,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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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4 07:38  |  수정 2013-12-04 09:06  |  발행일 2013-12-04 제21면
무료 독립예술잡지 ‘브래킷’ 편집인 제스 힌쇼
예술은 누구에게나 쉬워야
젊은 아티스트 매달 소개
예술가 소통 창구 되고파
20131204
독립예술잡지 ‘[b]racket’을 제작해 오고 있는 제스 힌쇼씨가 자신이 만든 잡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그는 예술을 아주 사랑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고향인 캐나다를 떠나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예술인들을 위한 잡지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무료로.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벌써 1년2개월째 잡지를 매달 빠짐없이 발행해 오고 있다. 단순히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으로 그의 노력을 평가하긴 부족하다. 그는 진정 한국과 예술을 사랑하고 있었다. 낮은 곳에서부터 점점 지역예술가들을 알려가고 있는 독립예술잡지 ‘[b]racket(브래킷)’의 편집인 제스 힌쇼(34)를 지난 1일 중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브래킷은 3명의 이방인이 모여 만든 독립예술잡지다. 그는 총 편집을, 샤론 레이츠슈타터는 글을, 그리고 크리스토퍼 코트는 디자인을 맡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덜 알려진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잡지의 주 내용이다. 매호 대여섯명의 작가를 다루며 무가지로 배포되는,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잡지다.

“2010년 광주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잡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굉장히 새롭다고 생각했다. 그때 광주보다 예술가들이 더 많은 대구엔 왜 이런 잡지가 없는지 생각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작품을 공유하고 특히 대구, 포항, 부산 등 지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리고 싶었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큰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최종 목표다.”

취지는 좋았지만 외국인이 낯선 이국에서 잡지를 발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세 명 모두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해 의사소통은 지금도 가장 큰 난관이다. 그나마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덕분에 교수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인쇄소와 후원 받을 곳을 찾았고, 평소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자주 가며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차근차근 일을 진척시켰다.

“잡지를 만드는 건 매달 도전이자 어려움이다. 15번째 잡지를 내며 지금은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지만 처음엔 끔찍했다. 첫 잡지를 만들기 위해 인쇄소를 찾았을 때 우린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우릴 발로 차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웃음)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굉장히 인내심이 많고 친절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잡지를 만들 수 있다.”

잡지를 만드는 과정은 이제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 매달 300~400명 정도가 브래킷을 접할 만큼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지난 6월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디어아티스트인 정연두씨가 편집을 맡아 잡지에 실린 6명의 작가를 모두 연결해주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굉장한 영광이었다”고 뿌듯해 했다.

올해 마지막 잡지를 내고 내년이면 제작 3년 차를 맞는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예술 분야가 더 크게 성장하고 젊은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도 잡지를 꾸준히 만들어 더 많은 도시에 브래킷을 알리고 싶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단 생각에 무료로 잡지를 배포해 오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커피와 잡지 중 뭘 살지 고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

브래킷은 현재 대구미술관, 봉산문화회관, 우손갤러리, Coffee Basket, Pollack 등 출판과 예술에 관심 있는 25곳에서 배포되고 있다. 자세한 안내는 http://goo.gl/maps/rIHgB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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