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공동화 극복…日 후쿠오카서 찾는다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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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9 07:37  |  수정 2013-12-09 08:29  |  발행일 2013-12-09 제8면
주민 자발적 마을만들기운동…슬럼화 극복
현대·전통 어우러져 도심에서 맛보는 천년전 일본 여행
주민 적극적 움직임에 지자체도 도시재생 사업 ‘박차’
근대골목투어 등 대구만의 色입힌 관광상품 개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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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도심에 위치한 도초지. 후쿠오카 대불이라고 불리는 일본 제일의 목조좌상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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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지방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하카타역. 1960년대 이전한 뒤 2011년 재개장했다.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대도시의 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도심재생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역시 도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구보다 앞서 도심 공동화 문제를 겪고 이를 극복한 일본 후쿠오카의 사례를 통해 대구 도심재생의 미래를 모색해 본다.

◆역사가 공존하는 하카타

일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인 후쿠오카. 하카타역 지구와 덴진 지구를 잇는 하카타 거리는 후쿠오카의 중심지다.

이곳에는 규슈지방의 관문이라 불리는 하카타역이 위치해 있으며,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호텔, 쇼핑, 극장 등)인 캐널시티 하카타와 한큐백화점, 각종 은행 등 주요시설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에 찾은 하카타역은 열차이용객, 쇼핑객 등으로 붐비고 있었다. 주요 지점마다 설치된 한국어 및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된 관광안내문을 통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치 대구의 동대구역과 반월당 네거리를 합쳐놓은 듯한 광경이다.

하지만 하카타역을 벗어나 캐널시티 방향으로 향하는 하카타 거리를 걸으면 대구의 도심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정비된 가로수와 상점 간판, 주위와 조화된 색상의 건물을 만날 수 있는반면 불법 입간판 등 보행을 방해하는 시설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만의 색채’다.

주요 도로에서 한 블록씩만 들어가면 잘 보존된 일본의 전통적인 사원과 신사 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도심 속에서 1천여년 전 일본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중 ‘조텐지’는 하카타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중국 송나라 출신의 무역상 샤코쿠메가 1242년 창건하고 쇼이치 국사가 문을 연 유서 깊은 사원이다.

또 조텐지에서 도보로 3분이면 국보로 지정된 천수관음상과 일본 최대의 목조좌상인 후쿠오카 대불이 있는 ‘도초지’를 만날 수 있다. 도초지는 806년 당나라에서 귀화한 고보대사가 일본 최초로 건입한 밀교 사찰로 전해지는 장소다.

이어 캐널시티 하카타로 이어진 3㎞가량 도로의 곳곳에서는 와카하지만구 신사, 쿠시다 신사, 지쿠젠코쿠이지노미야 신사, 류구지, 쇼후쿠지, 만규지 등 많은 관광지를 볼 수 있다.

진정한 의미로의 도심 골목투어가 가능한 셈이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일본의 특징은 번화가 중심에서도 일본의 전통적인 색채를 물씬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대구 골목투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심 흉물, 주민이 살리다

하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하카타 일대는 도심의 흉물로 불렸다.

1960년대 하카타역이 이전하며, 이곳은 술집과 목욕탕만 남은 환락가로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가보네방직 공장터였던 현재의 캐널시티 하카타 지역도 공장 폐업 후 슬럼가로 전락했다. 당연히 인구 유출도 극심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하카타역의 슬럼화에 제동을 건 것은 주민들이다.

1970년대 후반, 주민이 중심이 된 마치츠쿠리 운동(마을만들기 운동)이 시작된 것. 주민들이 나서 지역의 활기를 되찾고 지역 재생을 도모하자는 취지의 풀뿌리 주민운동이다.

후쿠오카에서도 주민이 마을만들기 운동 협의회를 구성해 1977년도부터 현재 캐널시티 하카타가 들어선 지역에 대한 재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연면적 23만2천258㎡ 규모의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인 캐널시티 하카타가 1996년 들어서게 됐다. 하카타역도 이 같은 맥락 속에 2011년 3월 지금의 자리에 재개장 했으며, 이는 자연스레 후쿠오카 도심의 슬럼화 해소로 이어졌다.

이정호 경북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일본 도시재생의 역사는 마을만들기 운동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후쿠오카의 도심을 다시 살려낸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주민이 움직이자 행정기관도 움직였다. 후쿠오카시는 1987년 도시경관조례를 제정했으며, 1998년 도시경관형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대규모 사업인 역사적인 건축물 등에 대한 개·보수, 대규모 건축물에 대한 건축 제한, 시내버스와 버스정류장 등에 대한 디자인 심사, 건축물의 배치와 디자인 및 옥외 공간의 녹화사업 등까지도 포함한다.

이를 전담하기 위한 기관인 아시아도시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아시아도시연구소 관계자는 “후쿠오카시는 대도시의 번화함과 지방도시의 친절함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경관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후쿠오카만의 경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주민들의 움직임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일본 정부는 ‘지방의 활기가 일본의 활기로 이어진다’는 모토 아래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지방도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수상실 직속의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고, 도시재생에 박차를 가했다.

도현학 영남대 교수(건축학부)는 “일본의 도심재생은 정부가 지방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실시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리 정부도 지방 도시의 재생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윤순영 중구청장은 “대구 만의 색깔을 입힐 만한 유산은 많다. 근대골목 투어처럼 대구만의 관광상품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의지를 갖고 달성공원 앞 복개된 달서천 지류를 원상복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 에서 글·사진 =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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