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표 파티전문점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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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20   |  발행일 2013-12-20 제34면   |  수정 2013-12-20
부부·브라이들샤워·입영·미팅·돌싱·와인·스키·가면 등 ‘맞춤식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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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전문업체인 ‘아모르파티’의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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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이벤트 경력을 토대로 지역에선 대표적 여성 파티플래너로 활동 중인 송지은 하우스파티 대표가 곰돌이 인형을 안고 만화영화속 여주인공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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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파티의 메인홀을 장식한 다양한 핑거푸드 메뉴들.

2013년형 대구 파티문화를 선도하는 파티플래너를 수소문했다. 다들 ‘씨가 말랐다’고 했다. 5~6년 전 지역에 첫 파티플래너가 등장했지만 별다른 흐름을 창출하지 못한 채 퇴장하고 말았다. 취재 결과 서울형 고가 전문 파티행사만 겨냥했던 플래너는 다들 제풀에 지쳐버렸다. 그들의 파티가 고비용이었으며, 파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생일, 동창회 행사 등 각종 이벤트 행사 경험을 토대로 조금씩 지역색을 반영한 파티행사로 건너간 경우는 성공의 기반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역에는 ‘하우스파티’의 송지은 대표와 ‘아모르파티’의 신호준씨가 이제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파티플래너로 자리를 잡았다.


■ 대구 삼덕동 ‘하우스파티’

올해 마흔의 송지은 대표는 마치 파티를 위해 태어난 여성 같았다. 오래 기본기를 다졌다. 12년간 대봉동 웨딩골목에 있는 ‘깍지이벤트’를 통해 웨딩이벤트, 각종 행사와 축제, 심지어 파티케이터링까지 챙겼다.

지난해 8월 큰맘을 먹고 동성로 중심부에 파티 전문점인 ‘하우스파티’를 오픈했다. 송 대표는 ‘이제 보수적인 대구에서도 나만의 파티를 원하는 수요층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이미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 지진희, 김성우, 김남주, 전후철 등의 돌잔치 이벤트를 성공시켜 나름의 인지도를 얻은 뒤였다.

하우스파티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웨딩용 조화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얼음 위에 핀 ‘민들레꽃’ 같다. 2층으로 올라갔다. 야외결혼식과 바비큐 파티를 겸할 수 있는 광장이 나온다. 건물 가장자리를 네온사인호스로 치장했다. 밤이면 신데렐라 궁전처럼 보인다. 송 대표가 곰돌이를 안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포즈를 취한다.

파티홀 안팎에는 뿌까뿌까 캐릭터, 곰돌이인형, 캔들장식품, 웨딩플라워, 리스, 큐빅액세서리, 패브릭, 비즈공예품 등 100여 종의 소품을 곳곳에 포진해 놓아 ‘비밀의 화원’ 같다. 메인홀 정면에는 큐빅으로 꾸며진 노래방기기와 색소폰을 불고 있는 산타클로스 인형이 시선을 잡아준다.

마침 이날 파티룸에서 한 그룹의 30대 미시를 만날 수 있었다. 생일을 맞은 한 친구를 위해 7명이 마치 화보촬영장에 나온 걸그룹의 자태로 연신 탱탱한 웃음과 미소를 연발했다. 파티룸 하나가 여심(女心)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펄 기운이 가득한 메이크업에 다들 하우스에서 제공한 이브닝드레스를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몇몇은 네일골목에서 요즘 유행하는 큐빅스타일로 손톱을 치장했다. 고깔모자를 쓰고 선물로 제공된 레드와인으로 축배를 올렸다. 더없이 행복한 표정, 그것만으로 본전을 다 뺀 것 같았다.

모처럼 집안 일에서 벗어나 너무나 홀가분하다는 김모씨는 “과히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조금은 호사스러운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파티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고급 사교모임에서나 만날 수 있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컬러풀한 핑거푸드 식탁, 원하는 드레스를 입고 예전 결혼식 당일의 분위기를 재연출해 볼 수 있다는 건 가격대비 최고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연사한다. 그 이미지는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송 대표가 요즘 파티의 경향을 살짝 알려준다.

“행사의 80%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에 할애하죠. 그만큼 파티에서 SNS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예전과 달리 음식과 술, 노래에 너무 목을 매지 않아요. 개성시대라서 그런지 대화와 자기 연출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파티룸에는 많게는 10명까지 앉을 수 있다. 메인홀에는 60여명이 앉아 리셉션 같은 파티를 즐길 수 있다. 파티는 보통 2시간30분 남짓. 파티비용은 2만5천~7만원 선. 금상첨화로 스태프가 손수 음식을 만든다. 송 대표는 전채 및 디저트, 스파게티 등도 취급한다. 꽃과 초 장식 테크닉도 상당하다. 은제 식기에 담긴 12종의 핑거푸드가 나왔다. 카나페, 미니카프레제, 부르게스타, 치킨데리야키, 꼬치, 연어샐러드 등이다. 예쁘고 컬러풀해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파티용 웨딩드레스는 20여벌, 파티용 드레스는 30벌을 갖고 있다. 찾는 이들은 고교생부터 40대 후반까지. ‘올드미스 파티’도 있다. 특히 최근 가화만사성을 절감하는 부부파티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물론 남편이 지친 아내를 위해 여는 깜짝이벤트. 송 대표가 모범사례를 알려준다.

홍길동씨(가명)는 결혼 20년 차를 맞는 남편. 회사일에 너무 매몰되어 제대로 부부애를 즐기지 못한 것이 항상 미안해 모처럼 송 대표와 의논해 아내를 위해 번개파티를 마련했다. 일단 시치미를 떼고 남편이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요즘 힘들지. 오늘 동성로 통신골목 근처에 있는 KFC에서 만나 맛있는 것 먹자. 신혼여행 갈 때 입었던 파티복 있지, 난 그 옷이 그렇게 좋던데 입고 나와.”

“치, 이 아저씨가 대체 오늘 무슨 꿍꿍이속이야….”

어리둥절한 아내가 약속장소에 나와서 프라이드치킨을 먹는다. 남편은 아내를 바로 근처에 있는 하우스파티의 파티룸으로 데려간다. 짜잔~ 문을 열고 들어간 아내는 황홀하고 낯선 광경에 헉, 입을 다물지 못한다. 프러포즈룸처럼 초로 장식된 방이었다. 아내를 망사천이 드리워진 보랏빛 하트체어에 앉힌다. 이때 엄선된 무드뮤직이 흘러나온다. 남편이 아내만을 위한 연애편지를 읽어준다.

울컥한 아내는 연신 눈물을 흘린다. 남편이 솜사탕처럼 다가와 포옹과 키스를 해준다. 꽃다발도 주고 아내를 위한 노래도 불러준다. 스태프가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아내의 폰으로 전송해준다. 이 모든 비용이 10만~15만원. 3만5천~5만원이면 풀코스(7가지 메뉴)를 깔아준다.

요즘 가장 인기가 좋은 파티는 ‘브라이들샤워(Bridal Shower·여자 친구들이 결혼 직전의 여성에게 줄 선물을 갖고 모이는 우정파티)’. 또한 프러포즈 파티, 기념 파티, 결혼기념일 파티, 결혼 피로연 파티, 부모를 위한 파티, 수험생 자녀를 위한 파티, 입영 파티 등 종류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파티는 시류에 가장 민감합니다. 세상의 흐름과 계층별 문화와 마인드, 심지어 유행패션 동향까지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면 파티 비즈니스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매일 4명의 스태프와 아이디어 헌팅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여긴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어떤 종류의 파티를 원하는지 정보만 알려주면 스태프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콘텐츠를 패키지로 세팅해준다. 앞으로 형식적 결혼문화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단다.

“비용은 좀 들더라도 한 팀만을 위한 파티스타일의 하우스웨딩문화를 선도하고 싶습니다.”

패딩 한 벌 가격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저런 파릇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니. (053)421-1587


■ 대구 공평동 ‘아모르파티’

중구 삼덕파출소 횡단보도를 건너 대백 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에 다빈치커피점이 보인다. 우회전하면 바로 왼쪽에 파티와 프러포즈 전문바인 ‘아모르파티’ 간판이 보인다.

아모르파티는 웨딩이벤트와 허니문 여행업까지 겸하는 피플타임즈(박호진 대표)란 업체의 파트 사업장의 하나다.

빌딩은 전체적으로 무채색 계열인데 화이트톤으로 치장된 3층 파티홀은 산행 중 대숲을 만난 기분이다. 전면에 장방형 무대가 보이고 바로 위 천장에는 보라색 풍선 20여개가 달려있다. 포토존도 설치했다. 출입구 옆 행거에는 참석자를 위한 파티복이 걸려 있다.

신호준 파티플래너(29)는 모두 14명의 플래너를 리드한다. 볼에 적당하게 살집이 잡혀 있고, 미소 가득한 눈빛 때문에 살아 있는 ‘오동통한 꽃미남’ 같다. 하지만 그는 바늘 끝처럼 일을 챙긴다.

8090세대 파티 같으면 그 당시 유행했던 인기가요 차트를 일일이 분석해서 파일로 묶어놔야 직성이 풀린다.

“대충 준비하면 대충파티로 전락하고, 그럼 손님은 절대로 다시 제 공간을 찾지 않습니다. 2~3시간을 위해 2~3개월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대박납니다. 이 바닥에선 건성건성 대충대충이 통하지 않습니다.”

일단 영상이 참 중요하다. 참석자의 사진을 미리 받아 파티 전에 슬라이드쇼를 선사한다. 요즘 ‘솔로탈출 미팅파티’, 이혼남·이혼녀의 만남을 위한 ‘돌싱 파티’ 등이 인기다.

계절별로 파티 종류도 달라진다. 봄에는 와인파티 및 밸런타인파티, 여름에는 비어파티와 레저를 접목한 래프팅파티, 가을에는 차와 커피가 있는 복고형 미팅파티, 겨울에는 무주리조트와 연계된 스키파티(리프트 비용 포함 10만원)를 진행한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남녀 15명씩 짝지어 스키파티를 다녀왔다.

이 밖에 예비신혼부부를 위한 정보교환파티, 축구 등 각종 스포츠 동아리를 위한 파티, 대학교 과별 미팅파티, 가면파티 등도 점차 주문이 늘고 있다.

“연애 초보이고, 소개팅은 싫고, 만남의 기회가 흔치 않은 이들을 위한 게 미팅파티인데 다들 나이트클럽보다 아모르파티 같은 건전한 파티바를 더 선호합니다.”

참가비도 1만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하다. 모두 15명의 플래너가 3개 팀으로 나눠 움직이고, 1개팀은 온라인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14일 밤에는 경북대 북문 근처 ‘프로펠러’란 카페에서 30~40대 돌싱 50명을 위해 짝찾기 버전의 송년파티를 열었다. 음향 담당 윤진실 플래너와 무대 담당 도민정 플래너가 투입돼 제3의 장소로 가서 원정진행을 했다. 이걸 위해 신 플래너는 무려 4주 동안 준비했다.

“고객이 어떤 콘셉트의 파티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됩니다. 참석자 개별 성향 분석도 필요합니다.”

1991~98년 인기가요 120여곡 중에서 엄선된 노래도 8090 댄스파티를 유도한다. 테이블당 6명이 앉도록 하고 팀별로 몸으로 속담풀기를 진행하고 참석자 중에 남다른 끼를 가진 3명을 뽑아 추억의 소방차 댄스 트리오를 만들어 특별공연을 시킨다. 전문가를 부르는 것보다 참석자가 직접 공연을 하는 게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킹카를 뽑고 커플도 뽑는다.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화장품, 더치커피, 각종 상품권, 연극 초대권 등도 사은품으로 준다.

파티 스태프는 모두 멀티플레이어.

이운호·이경현·강종현 플래너가 3인조 댄스팀 ‘밥은 먹고 다니나’를 결성해 힙합 등을 선보인다. 신호준·이운호·이재환 플래너는 MC 능력까지 갖췄다. 음향 전문 스태프인 정재복씨는 통기타 반주로 노래도 들려준다. 무대는 황연정 플래너, 김민경 플래너는 일본어 회화도 가능하다.

이렇게 놀려면 1인당 3만~4만원 비용이 필요하다. 그럼 술과 음료, 간단한 디저트 메뉴가 제공된다.

신 플래너는 이런 엔딩 멘트를 좋아한다.

“인생은 초콜릿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맛도 달라지죠. 여러분도 각자의 맛있는 파티 같은 인생을 사세요.”

네이버 공식 블로그(아모르파티)도 있다. 010-9360-6283
13년 이벤트 경력을 토대로 지역에선 대표적 여성 파티플래너로 활동 중인 송지은 하우스파티 대표가 곰돌이 인형을 안고 만화영화속 여주인공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하우스파티의 메인홀을 장식한 다양한 핑거푸드 메뉴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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