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강원도 고성 앞바다 가자미의 群舞에 꾼들은 넋을 잃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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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10   |  발행일 2014-01-10 제39면   |  수정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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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일씨(생활체육 서울시낚시연합회 부회장)가 가장 먼저 10마리의 가자미를 줄 태웠다. 카드 채비에 달린 10개의 바늘이 모두 가자미 입질을 받은 것. 일명 몽땅걸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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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공현진항에 정박된 낚싯배에 올라 채비를 점검하고 있는 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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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채비에 달린 10개의 바늘에 가자미가 주렁주렁 달렸다. 꾼들은 이것을 ‘가자미 줄 태운다’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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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이 활발할 때는 이렇게 아이스박스가 넘치도록 마릿수를 채울 수 있다.


투둑 투두둑…. 낚싯대 끝이 예민하게 떨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일곱, 여덟….”

초릿대 끝이 투둑거리며 한 번씩 흔들리는 건 가자미가 입질을 한다는 신호다. 그 신호가 열 번 들어올 때까지 꾼은 가만히 기다린다. 곧바로 윙~ 전동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면에 하얀 어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전동릴 센서를 멈추고 낚싯대를 쳐드는 꾼. 이윽고 팔랑팔랑 가자미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카드채비에 달린 열 개의 바늘에 가자미가 주렁주렁 매달려 오른다.

◆겨울 항구의 새벽이 분주한 이유

동해의 겨울, 특히 강원도 최북단에 속하는 고성의 겨울은 이렇게 가자미 배낚시로 뜨겁게 시작된다. 매년 1~4월초 펼쳐지는 동해 가자미 배낚시는 한겨울 손맛에 굶주린 꾼들의 멋진 놀이터가 된다.

지난 7일 나는 서울 서강낚시회와 함께 겨울 가자미를 찾으러 나섰다. 오전 1시 출조버스에 올라 잠깐 졸았고, 오전 4시 고성 공현진항에서 잠을 깼다. 아직은 사위가 컴컴한 시각. 그러나 항구는 지금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른 새벽 문을 연 항구의 밥집에 꾼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나도 꾼들과 한데 섞여 뜨거운 콩나물국에 밥 한 공기를 말아 깨끗이 비웠다. 오전 7시반쯤 해뜰 무렵 출항하는 낚싯배를 타면 오후 2시 철수할 때까지 6시간 이상 낚시만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배를 채워둬야 나중에 허기가 지지 않는다. 새벽 끼니를 해결한 꾼들은 항구 근처 낚시점에서 채비와 미끼를 준비한 후 자신들이 탈 배를 찾아 선승명부를 작성한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모든 낚시준비가 끝난다.

드디어 저 멀리 등대 너머 수평선이 불그스름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항에 묶여있던 낚싯배들의 엔진이 일제히 요동친다. 나는 서강낚시 회원 7명과 함께 유양호에 올랐다.

“가자미 낚시가 호황 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도 한꺼번에 많은 꾼이 몰려 인근 포구의 낚싯배들이 여기로 다 몰린 겁니다.”

속초 아야진항 소속으로 있는 유양호 송창훈 선장의 말이다.

그랬다. 그의 말대로 공현진 가자미 배낚시 호황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공현진항 소속 낚싯배 만으로는 몰려드는 꾼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은 평일임에도 강원도 작은 마을 공현진에는 줄잡아 400여명의 꾼으로 북적거렸다. 항구 주차장에는 내가 타고 온 서강낚시회 출조버스를 비롯해서 인천과 수원, 심지어 대구의 출조점 버스도 눈에 띄었다. 여기에 소형 승합차와 개인 차량이 수십여대.

공현진항서 떠나는
동해 가자미 배낚시

채비에 10마리씩
줄줄이 올라오는
‘몽땅걸이’ 손맛 일품

어쨌든 유양호는 오전 7시30분쯤 떠들썩한 공현진항을 뒤로하고 수평선을 향해 달렸다. 동해 가자미 배낚시를 위한 이동거리는 짧다. 포구를 빠져나간 후 10분, 길어야 15분이면 포인트에 닿는다. 낚싯배는 이때부터 엔진시동을 계속 켜둔 채 조류와 바람에 맞서며 꾼들의 채비를 안내한다. 눈앞에는 우리가 떠나온 공현진항이 보이고 그 너머 멀리 하얀 설악산 줄기가 장관이다.

“내리세요.”

선장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유양호 꾼들의 채비가 일제히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촤르르르… 전동릴에 감긴 낚싯줄이 끝없이 풀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턱 멈춘다. 채비의 맨 아래 달린 무거운 봉돌이 바닥에 닿은 거다. 전동릴 센서의 화면에 찍힌 수심은 80m포인트. 수심이 꽤 깊다. 동해 가자미 배낚시에서 일반 장구통릴이나 베이트릴 대신 전동릴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구통릴이나 베이트릴로도 물론 낚시를 할 수 있지만 채비를 내리고 올리는 시간과 힘이 전동릴을 쓸 때보다 몇 배로 더 들기 때문이다.

◆초보자도 요령만 익히면 쉽게 손맛

입질은 첫 포인트에서 바로 들어왔다. 조타실 오른쪽에 있던 송용일씨(생활체육 서울시낚시연합회 부회장)가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송씨의 초릿대가 쿡쿡 수면 쪽으로 몇 번이나 처박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송씨는 채비를 올리지 않고 있다.

“아직 줄을 다 안 탔어요. 좀 더 있어야 합니다.”

송씨는 툭툭 초릿대가 처박힐 때마다 채비를 조금씩 풀어준다.

“이제 줄을 다 탄 것 같은데요. 한 번 볼까요.”

드디어 윙~ 전동릴이 감긴다. 60m, 50m, 40m… 10m. 빠른 속도로 채비가 올라온다. 채비가 수면에 거의 다 올라올 무렵 전동릴을 멈춘 송씨는 낚싯대를 힘껏 쳐들었다. 그러자 수면 위로 거짓말처럼 가자미가 줄줄이 날아오른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열 마리. 카드채비에 달린 10개의 바늘에 열마리의 가자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곧바로 뱃전에 내려앉는다.

가자미 배낚시에서는 채비바늘 모두 한 번에 가자미를 낚아내는 걸 ‘몽땅걸이’라고 한다. 능숙한 꾼들은 이렇게 한 번에 열마리 이상씩 가자미를 낚아 올리는 몽땅걸이를 쉽게 해낸다. 동해 가자미 배낚시는 포인트 수심이 깊어서 채비를 내리고 올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다. 때문에 한 번에 한두 마리씩 낚아내서는 마릿수 조과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몽땅걸이는 요령이 있다. 우선 채비를 내린다. 바닥에 봉돌이 닿으면 낚싯줄을 잡아준다. 바닥에 가자미가 있다면 반드시 입질이 들어온다. 투둑거리는 입질이 들어올 때마다 낚싯줄을 살짝 풀어준다. 이렇게 하면 카드 채비의 아래 바늘부터 위 바늘까지 차례대로 바닥에 눕는다. 가자미는 바닥에 있는 채비의 미끼를 공격하고 이럴 때마다 낚시꾼은 투둑거리는 입질을 읽어낼 수 있다.

꾼들은 이렇게 카드 채비에 달린 바늘 전부에 가자미 입질을 받아내는 걸 ‘줄을 태운다’라고 표현한다. 정말 솜씨 좋은 꾼들은 카드 채비의 바늘을 15개 이상씩 쓰기도 한다. 한 번에 10마리 이상 낚아낼 수 있으므로 조과가 좋을 때는 하루 200~300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낚아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베테랑 꾼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경험이 적거나 초보꾼들에게는 몽땅걸이가 어렵다. 어쩌다가 재수 좋게 몽땅걸이를 했다 하더라도 채비를 올릴 때, 혹은 채비를 올린 후 뱃전에서 바늘에 달린 가자미들을 갈무리 할 때 낚싯줄이 엉켜버리기 십상이다. 초보꾼들은 이렇게 한 번 엉켜버린 채비를 풀어낸 후 10개의 바늘에 갯지렁이를 달아 다시 채비를 내리자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초보꾼이라면 어설프게 베테랑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용 가능한 범위의 채비를 쓰는 것이 좋다. 카드 채비의 바늘이 10개라면 5개는 잘라내고 5개만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날 유양호에 오른 꾼들 중 송씨와 이동주씨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자미 낚시가 처음인 꾼들이었다. 오전 동안 송씨와 이씨가 한 번에 10여 마리씩 가자미를 낚아낼 때 다른 꾼들은 한두 마리 대롱대롱 올리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초보꾼들도 어느 정도 가자미 배낚시에 요령이 붙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자 요령을 익힌 초보꾼들의 채비에도 7~8마리씩 가자미가 달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송창훈 선장은 자신의 배에 탄 손님들이 줄입질을 받아내는 걸 보자 예정했던 철수시각을 한 시간 더 연장했다. 이렇게 서강낚시회원들은 이날 유양호에서 오후 3시까지 한껏 겨울 가자미 손맛을 즐겼다. 송씨와 이씨가 200~300마리씩, 나머지 회원들도 적게는 50여 마리에서 많게는 100여 마리까지 제법 두둑하게 가자미 마릿수를 챙겼다. 다시 공현진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서장이 미리 예약해둔 식당으로 이동, 각자 낚아낸 가자미 몇 마리씩 갹출해서 뼈회(세꼬시)와 무침회로 늦은 점심식사를 즐겼다.

고성 공현진항의 가자미 배낚시는 1월 중순 현재 이처럼 활황세다. 초보자들은 빈손으로 가도 항구 근처의 낚시점에서 낚싯대와 릴을 빌릴 수 있다. 갯지렁이 몇 통과 카드채비 4~5장을 사면 누구나 겨울 가자미의 손맛과 입맛을 즐길 수 있다. 낚시점에서는 릴과 낚싯대를 2만원에 빌려준다. 갯지렁이는 한 통에 4천원, 카드 채비 한 장은 2천원이다. 선비(뱃삯)는 1인 6만원.

월간낚시21 기자 <블로그 penandpower.blog.me>
▨취재협조=서울 서강낚시(02)717-6119
▨출조문의=고성 공현진낚시마트 (033)632-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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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원도 동해안에서 낚이는 가자미. ‘어구가자미’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표준명은 ‘용가자미’이다. 배쪽을 뒤집어 보면 지느러미 가장자리에 노란색 띠가 있는 참가자미와 달리 용거자미는 잿빛을 띤다.

강원도 겨울 가자미는

'도다리' 와는 다른 것
'용가자미'가 표준말

강원도 고성과 속초 등에서 겨울에 낚이는 가자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다리’와는 종류가 다르다. 여기서 겨울에 낚이는 가자미는 ‘용가자미’가 표준말이다. 지역에서는 이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고도 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참가자미는 다른 종이다. 참가자미는 봄철이 시즌이며 2월 중순이나 3월부터 진해만 등 남해에서 낚이기 시작해서 여름 시즌에는 강원도 전역에서도 낚인다.

강원도 어부들이 ‘어구가자미’라고도 부르는 용가자미는 배쪽 지느러미 부근에 노란색 띠가 있는 ‘참가자미’와는 달리 흰 바탕에 잿빛을 띤다. 보통 12월에서 1월에 알을 품고 2월부터 6월까지 연안으로 나와 길게 산란을 한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즐기는 가자미 낚시는 심해 대구낚시와 함께 대표적인 겨울 바다낚시다. 가자미 배낚시의 채비는 비교적 간단하다. 3m 전후의 릴낚싯대와 장구통릴이나 베이트릴, 또는 전동릴(최근에는 전동릴이 추세다)을 세팅하고, 나일론 줄 3~5호(또는 2~3호 합사) 정도 굵기의 원줄에 낚시점에서 파는 카드 채비(외줄낚시채비)를 달면 된다. 미끼는 갯지렁이. 갯지렁이를 바늘에 꿸 때는 1.5~2㎝ 크기로 잘라 바늘만 살짝 감쌀 정도로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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