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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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14   |  발행일 2014-02-14 제39면   |  수정 2014-02-14
해질 무렵 갯바위 50㎝ 벵에돔이 거친 입질을 해댄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이즈하라항에서 30분 거리의 남쪽 갯바위에서 4짜 후반 벵에돔을 걸어낸 금성철 프로.


“왔어~!”

짧은 외침. 소리는 들었는데, 사람이 안 보인다. 분명히 옆에서 같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왼쪽으로 깎아지른 직벽 너머로 크게 휜 낚싯대의 초릿대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부랴부랴 내 낚싯대를 놓은 후 급히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그쪽으로 넘어갔다.

“이건 큰 놈입니다.”

쉽게 수면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벵에돔. 금성철 프로(쯔리켄 인스트럭터)는 왼쪽으로 낚싯대를 돌려 세우며 발밑으로 파고드는 벵에돔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 1·7호 목줄인데….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다. 금 프로는 능숙한 솜씨로 결국 녀석을 물 위로 띄워 올린다. 그리고는 뜰채를 쫙 폈고, 그걸로 게임은 끝났다.

◆ 직벽지대 수심 4m 발 앞을 노렸다

라이브 웰(낚은 물고기를 임시로 살려두는 상자모양의 낚시장비) 뚜껑의 계측자 눈금은 40㎝가 한계. 그 위에 눕힌 벵에돔의 꼬리는 40㎝ 눈금을 반 뼘 이상 넘어서 있다. 금 프로의 대마도 벵에돔 최고 기록은 재작년에 세운 52㎝. 이게 어쩌면 그보다 큰 놈일지 모른다.

지난 1월26일 오후 5시10분.

사흘 동안의 대마도 낚시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이다. 이날은 네이버 카페 ‘경기공방’의 대마도 벵에돔 마스터스 대회 다음 날이었다. 대회가 끝난 후 하루 동안의 자유낚시가 주어졌고, 이날 우리 두 사람은 이즈하라항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낚싯배를 타고 남쪽 갯바위에 내렸다. 원래는 오전 8시쯤 서남쪽 도보 포인트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심한 강풍 탓에 서남쪽 포인트는 진입불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이 이즈하라항의 남쪽 갯바위.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포인트다. 마치 미끄럼틀처럼 경사가 있는 황토색 갯바위. 오른쪽은 얕은 홈통이고, 왼쪽은 이보다 좀 더 폭이 넓은 홈통지역. 말하자면 우리 두 사람이 서 있는 10m 정도 폭의 발판 왼쪽과 오른쪽은 완전 직벽지대.

오전 11시쯤 여기에 내렸으니 사실 일몰 때까지 우리가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남짓이었다. 대마도 벵에돔 낚시란 게 해 뜰 무렵과 해 질 녘 두 번이 씨알 타이밍이므로 오전 낚시는 포기한 상황. 도시락을 먹은 10분여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낚시만 했다. 이날은 나도 카메라 가방은 아예 갯바위 한쪽에 던져두고 낚싯대부터 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 오후 5시 전후 20분 동안이 절정

양쪽 홈통으로 들어가서 돌아 나가는 조류가 우리 자리 10m 앞에서 밀려들어오는 상황. 오후 3시 반까지 25㎝ 이상 30㎝급까지 씨알의 벵에돔이 줄지어 낚였다. 내가 5마리쯤 낚아낼 때 금 프로가 20마리 정도를 걸어냈다. 씨알이 고만고만했기에 큰 재미는 없었으나 마릿수는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낚이는 씨알이 눈에 띄게 굵어졌다. 30㎝ 중반급으로 훌쩍 커지더니 4짜급이 낚이기 시작한다. 이때가 오후 4시 반쯤.

“지금부터 긴장해야 됩니다.”

이때까지 계속 발 앞에 밑밥을 쏟아붓던 금 프로가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한 마디 툭 던진다. 지금부터가 씨알승부 타이밍이라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드디어 4짜 이상 씨알이 낚이기 시작했다. 물론 금 프로의 낚싯대에만. 세 마리짼가…. 4짜 벵에돔을 걸어낸 후 찌 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를 막 넘기면서 결국 금 프로는 5짜 벵에돔을 품에 안았다.

금 프로는 오전 갯바위에 오른 후부터 계속 발밑에 밑밥을 품질했다. 승부는 결국 해 질 무렵에 날 것이고, 그는 멀리 빠져 있던 벵에돔이 밑밥에 반응을 보이면서 가까이 붙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거였다. 찌 멈춤봉에서 바늘까지의 길이는 4m. 1.5호 원줄과 1.7호 목줄, 1.2호 벵에돔 전용대로 팽팽한 승부를 벌였고, 기어이 대마도산 5짜 벵에돔을 물 위로 띄워 올렸다. 금 프로는 2G 어신찌를 세팅한 후 찌 멈춤봉 아래와 목줄 중간쯤에 G3 봉돌을 물려 채비가 정렬이 되면 찌가 살짝 잠기게 운영했다. 즉, 크릴 무게로 채비가 내려가서 3~4m 수심에서 입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첫날, 4짜 두 마리로 감 잡은 후

대마도 입성 첫날인 지난 1월24일은 오후 낚시만 할 수 있었다.

아소만 동쪽 다케시키에 있는 오아시스 민박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대마도 동남쪽 오오카지 포인트. 박정훈씨(한국다이와 바다 필드 스태프)와 함께 내린 금 프로는 00찌(20.5g)로 원투를 했다.

오전에는 잔챙이 벵에돔만 낚였다. 쓸 만한 씨알은 금 프로 오른쪽 10m 지점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박씨에게 먼저 왔다. 박씨는 30㎝ 중반급 벵에돔을 낚아 뜰채에 담아낸 후 거푸 비슷한 씨알로 두세 마리를 더 걸어냈다.

금 프로는 오후 3시30분부터 30㎝ 중반급 벵에돔을 낚아내며 따라가더니 4시를 넘기면서 30㎝ 후반급으로 씨알을 훌쩍 올린다. 그리고 막판인 5시 무렵 결국 4짜 벵에돔을 낚아내며 다음 날 있을 경기공방 대마도 벵에돔 마스터스 대회의 감을 잡는다. 신기한 건 4짜급 대형 벵에돔의 입질 시간이 약속이나 한 듯 죄다 오후 5시 전후의 20분 정도뿐이라는 것. 이런 상황은 첫날인 1월24일부터 마지막 날인 27일까지 일관됐다. 4시 이후 굵어진 씨알이 5시 전후에 절정을 보이더니 5시20분이 넘어가면 거짓말처럼 입질이 뚝 끊기는 것이다. 물론 밤낚시를 했다면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를 일이다. 대마도 낚시 경험이 많은 꾼들은 밤낚시에 낚이는 벵에돔이 대형급이라고 하므로 전자찌를 쓰는 시간에 낚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날인 25일에는 경기공방 벵에돔 마스터스 대회가 있는 날. 역시 오후 5시 전후로 40㎝짜리 벵에돔을 낚은 금 프로는 10마리 합산 중량 4.56㎏으로 8위에 입상했다. “21명 중에서 10등 안에는 들어야 체면이 살지요”라고 말했던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해 버렸다.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여러 핸디캡을 안고 직접 게임을 뛰면서 거둔 성적이다.

◆ 랜덤으로 포장한 스티로폼 조과박스

셋째 날인 26일에는 앞서 설명한 대로 이번 대마도 조행의 대미를 5짜로 장식했고,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오전낚시로 20여 마리를 낚아낸 후 철수준비를 서둘렀다.

이렇게 금 프로를 비롯한 경기공방 회원들이 3박4일 동안 낚아낸 대마도 벵에돔은 모두 300여 마리. 전날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일부 회원들 것을 제외하고, 금 프로는 씨알 구분 없이 모두 손질한 후 얼음을 채운 스티로폼 박스 15개에 담아 무작위로 회원들과 나눴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금 프로와 전화통화를 했다. 내 몫의 스티로폼 상자에 열댓 마리의 벵에돔이 들어있었기에 그 고마움을 전했다.

“내 스티로폼 상자에는 4짜 이상은 한 마리도 없네요. 랜덤으로 돌렸더니 내가 잡은 4짜, 5짜는 없어요.”

자신의 조과대로 가져가려고 했으면 금 프로는 스티로폼 박스 5~6개는 차지했어야 맞는 일. 하지만 금 프로는 회원들과 함께 즐긴 대마도 낚시였기에 자신의 조과도 회원들과 함께 나누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 거다.

“아쉬운 건 50㎝ 이상 계측자가 없었다는 겁니다. 미리 준비해 갔어야 했는데….”

셋째 날인 1월26일 낚아낸 5짜의 정확한 체장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금 프로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나 보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대마도 5짜 벵에돔을 두 번이나 만났다. 금 프로는 이제 내년 시즌에는 그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며 실력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월간낚시21 기자 <블로그 penandpower.blog.me>

[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민박집 앞 선착장에서. 왼쪽부터 박범수 한조무역 대표, 금성철 프로, 김만석씨.


대마도 어종별 낚시시즌

대마도에는 계절에 따라 낚이는 어종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된다. 봄에는 감성돔이 주종이고, 여름 선상낚시에서는 벤자리와 벵에돔이 섞여 낚인다. 참돔도 주로 배에서 낚이는데 5월과 6월, 그리고 11월과 12월이 제 시즌이다.

그러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부터 11월까지는 씨알 굵은 돌돔이 절정을 이루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벵에돔 시즌이다. 특히 12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여기서 낚이는 벵에돔은 4짜를 훌쩍 넘기고, 남녀군도에서 낚이는 6짜급까지는 몰라도 50㎝ 급은 간혹 보인다.

대마도는 이처럼 바다낚시어종의 보고(寶庫)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생태보존지구로 지정돼 있어 공기와 물이 말 그대로 청정(淸淨)하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항구나 갯바위에서 흔히 접하는 퀴퀴한 갯냄새가 전혀 없다. 대마도 전역의 산림이 울창해서 공기를 정화시키기도 하지만 오염원이 될 수 있는 공업시설이 전혀 없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낚은 고기의 눈 위를 찔러 뇌신경을 절단한 후 피를 빼면 횟감용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벵에돔 신선하게 가져 오려면


대마도 낚시는 보통 2박3일에서 3박4일 일정이다. 이틀 혹은 사흘 동안의 조과는 민박집의 물칸에 살려서 보관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오전에 손질한다. 이때, 낚은 고기를 얼마나 잘 손질하느냐에 따라 고기의 신선도가 달라진다.

박춘재 오아시스 민박 대표는 횟감으로 쓰려면 피를 빼기 전에 뇌신경부터 절단하는 게 순서라고 한다. 감성돔이나 벵에돔의 눈 위를 칼로 찔러 뇌신경을 절단하면 물고기가 입을 딱 벌리면서 급사를 한다는 것. 이렇게 뇌신경을 절단한 다음 아가미와 꼬리를 찌른 후 얼음물에 30분~1시간 정도 담가 놓으면 완전히 피가 빠진다. 이렇게 손질한 고기를 얼음을 채운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한국으로 가져가면 그다음 날까지 잘 숙성된 회맛을 볼 수 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대마도 벵에돔 낚시
한국 바다 찌낚시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박춘재 대표가 운영하는 오아시스 민박.

민박

대마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몇 집 있다. 오아시스 민박은 그중에서도 선두주자 격. 한국 찌낚시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박춘재씨가 대표로 있는 오아시스 민박은 대마도 공항에서 30분, 이즈하라항에서 1시간 거리의 아소만 동쪽 다케시키에 위치한다. 아소만에서 동쪽 갯바위나 서쪽 갯바위로 나가는 거리와 시간이 비슷하고, 남쪽 포인트까지도 접근이 수월한 지점이 바로 다케시키다. 오아시스 민박에서는 대마도 전역의 갯바위 포인트를 모두 꿰고 있는 가이드 성모씨와 일본인 선장 모씨가 있으며, 선상낚시 출조도 하고 있다. 2층 구조의 민박집 1층과 2층에는 5개의 방과 2개의 샤워실 및 식당이 있고, 별채에도 방과 샤워실이 있다. 부산~대마도 왕복선비를 포함한 가격은 1박2일 45만원, 2박3일 55만원, 3박4일 65만원. 여기에는 숙식과 부두세, 해외여행자보험, 현지 유어선비 및 차량이동비가 포함돼 있다. 미끼 밑밥 등은 현지에서 구매.

▨문의 0707-447-5277 oasisfishing.com

대마도 가는 방법

대아고속해운은 1999년 7월부터 대마도~부산 간 고속선을 운영해 온 페리 전문 운송회사다. 현재 드림호(정원 279명)와 오션플라워호(정원 445명)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대마도를 하루 1회 운항하고 있다(토요일 2회). 드림호는 수중익선으로 쾌적함이 돋보이고, 쌍동 선체인 오션플라워호는 복원력이 뛰어나 안정성이 높다. 단, 이즈하라와 히타카츠 중 한 곳에만 정박하고 휴항일이 있다. 운항 스케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비는 부산 출발 성인 1명 기준 편도 7만5천원. 여기에 터미널 이용료와 유류할증이 추가된다. 단체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옵션이 있으며, 이벤트 또는 당일 ‘땡처리’ 승선권을 구할 경우 왕복 2만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문의: 대아고속해운(www.daea.com), 1644-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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