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악견산 (경남 합천군·해발 63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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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21   |  발행일 2014-02-21 제39면   |  수정 2014-02-21
발 아래 펼쳐지는 호수의 물결은 선녀의 群舞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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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서 오르면서 처음 만나는 전망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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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합천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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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직전에 만나는 바위터널. 마치 하늘로 통하는 문인 듯 버티고 서 있다.


아직 눈이 남아있는 산을 찾아 오르려 계획하던 중 때아닌 폭설 예보에 지레 겁을 먹고는 눈이 없는 산을 찾아 발길을 돌린다. 크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 풍광이 좋은 악견산은 허굴산, 금성산과 함께 합천 대병면의 삼산으로 불린다. 합천호를 나란히 바라보며 금성산에서 의룡산까지 어깨를 나란히 한 산이 도열해 있다.

들머리인 용문사 입구에 들어서자 산길은 보이질 않고 ‘악견산 등산로 법당 앞으로’라고 적은 작은 안내판이 세워진 극락전 방향으로 아리송한 리본 몇 장이 걸려있다. 바람에 팔랑이는 리본의 안내에 따라 극락전 앞에 섰지만 이어지는 리본은 보이질 않는다.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는데 법당 끝을 돌아서자 산길을 알리는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보통의 산길이라면 절집을 돌아가도록 내어두었는데 여기는 오히려 주불이 모셔진 극락전을 지나도록 내어두어 어리둥절하다. 아직은 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작은 계곡으로 들어서자 갓을 머리에 인 모습의 불상을 지나고 산길은 가팔라진다.

서걱거리는 서릿발을 밟으며 고도를 높여가는 동안 길섶에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마삭줄 덩굴이 눈에 띈다. 주로 남해안의 산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여기에서도 만날 수 있어 신기하고 반갑다. 소나무 숲길이다가 바윗덩이 사이로 지나는 길이 이어지다가를 반복한다. 악(岳)자가 붙은 산중에 험준한 산이 많은데 이 구간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험로다.

30분 정도 오르니 오른쪽 평학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사방이 트인 전망바위가 있다. 건너편으로 합천호가, 그 아래에 조정지댐 주변과 영상테마파크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 멀리 오뚝한 오도산과 비계산, 우두산 일대가 조망되는 곳이다.

정면으로 정상부는 거대한 바위봉우리를 하고 있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위압감마저 느끼게 한다.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평탄한 오름길이다. 20여분을 더 가니 작은 봉우리를 지나 삼거리 갈림목이다. 왼쪽은 의룡산 2.8㎞, 직진은 정상 360m이라고 적은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연이어 로프가 매어진 가파른 길이다. 바윗덩이 사이로 이어진 길은 길이 희미해져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갈지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할지, 발보다 눈이 더 바쁘다. 무작정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라서면 더 편한 길이 반대편에 나타나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토막 난 길을 두 눈으로 짜 맞추며 정상으로 향하는 미로 같은 바위 구간을 지난다. 허물어진 산성의 흔적이 정상으로 이어져 있고, 하늘로 통하는 문인 듯 버티고 서있는 바위 터널을 지나 돌아 올라서면 바윗덩이 사이에 정상석과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쳐진 공간에 정상석이 놓인 특이한 정상이지만, 이렇게라도 표석을 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내도에는 임진왜란 때 축성 된 ‘악견산성’이라고 쓰여 있다. 권양, 권해 형제와 박사겸, 박엽 등 합천의 선비들이 의병을 모아 축성하였고, 왜적이 장기전을 기하자 맞은편 금성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악견산과 줄을 매어 붉은 못을 입힌 허수아비를 띄워 달밤에 줄을 당기니, 흡사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다니는 것 같았다. 이것을 본 왜적은 곽재우 장군이 왜적을 전멸시킬 것이라며 겁에 질려 도망쳤다는 전설도 함께 적혀있다.

함께한 일행 중에 박씨 성을 가진 친구의 한마디에 다들 쓰러져 배꼽을 잡는다. “우리 할배가 쌓았네.”

정상 앞 평평한 바위에 올라서니 바람에 물결이 일어 순간순간 바뀌는 모습이 합천호가 마치 선녀들이 하늘을 날며 춤을 추는 비천무를 보는 듯하다. 정상에서 바위 지대를 내려와 잠시 순탄한 솔밭 길이 이어지다가 ‘합천호 관광농원’ 이정표가 세워진 곳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직진 방향의 바윗길은 관광농원 쪽이고 왼쪽은 합천호 주차장 방향이다. 왼쪽 길을 잡아 내려서면 산불의 흔적인 듯 그을린 소나무 숲길이다.

허물어진 성벽을 따라 내려서면 로프구간을 지나고 곧이어 철계단을 만난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석축을 쌓은 무덤 한 기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전망바위를 만난다. 맞은편 금성산과 그 뒤로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 합천호를 둘러싸고 있다.

휴식을 하는 동안 주변의 생강나무를 살폈더니 금방이라도 꽃망울이 터질 듯 한껏 부풀어 올라있다. 지난해에 대구 인근에 4월 중순에 눈이 내렸으니 조금은 성급한 봄 마중은 아닐까 싶지만,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 탓에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일 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듯하다. 전망바위에서 20여분을 내려서면 시멘트 포장길을 만나고 모퉁이를 돌아나가면 합천호휴게소의 주차장에 닿는다. 휴게소 바로 앞이 합천호 전망대다. 이제는 산에서 보던 비천무를 더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길잡이

용문사(40분)-평학리 갈림길(20분)-의룡산 갈림길(40분)-정상(10분)-관광농원 갈림길(30분)-합천호 전망바위(20분)-합천호 휴게소(20분)


악견산☞

◇…악견산은 경남 합천의 수많은 산 중에서 코스 선택의 폭이 넓은 산에 속한다. 시간 여건에 맞추어 악견산과 의룡산을 이어도 되고, 금선산과 악견산을 이어도 하루 산행이 가능하다. 용문사를 들머리로 하고 합천호 휴게소를 날머리로 한다면 도로를 따라 약 3㎞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전체 산행거리는 약 5㎞로 비교적 짧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정상부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진달래며 철쭉이 피어나는 봄 산행도 괜찮은 산행지가 될 것 같다. 순수 산행은 약 3시간, 차량 회수까지 한다면 약 4시간이면 충분해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기에 알맞은 산이다.

가는길☞

◇…88고속도로 고령IC를 빠져나와 좌회전으로 삼거리까지 간 다음 합천, 고령방향의 33번 국도로 진주방향으로 합천읍까지 간다. 다음 남정교차로에서 합천호 이정표를 따라 조정지댐과 영상테마파크를 지난 뒤 용문2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용문사가 있다.

용문사 앞 공간에 주차를 하거나 3㎞를 더 가면 합천호 휴게소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경남 합천군 대병면 535번지(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호수로 258), 합천호휴게소.

볼거리☞

△임란 창의 기념관=임란 창의기념관에는 임진왜란의 당시 상황도와 그 당시에 사용된 화살과 칼, 갑옷, 창이 전시되어 있다. 충절의 고장인 합천군 역사의 재조명은 물론, 임진왜란 당시 전국 의병의 실제적 효시가 된 합천의병사(史)와 래암 정인홍 선생 및 남명학파의 숭고한 구국정신과 장렬히 산화한 선현들의 정신을 기리고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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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창의 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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