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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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21   |  발행일 2014-03-21 제39면   |  수정 2014-03-21
길섶 앙증맞은 야생화가 반가이 客을 맞다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도덕산을 오르다 보면 예쁜 야생화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꿩이 사는 산 높은 곳에 핀다고 이름 붙여진 ‘꿩의바람꽃’.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인 ‘중의무릇’.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길섶에서 막 피어난 ‘현호색’.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도덕산 정상에 나란히 선 3개의 정상석.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추사 김정희 등의 현판이 있는 옥산서원.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정상에서 자옥산 방향의 능선은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 길잡이

옥산서원 주차장-(6분)-동락당-(20분)-장산서원-(7분)-도덕암 갈림길-(40분)-도덕암-(50분)-정상-(30분)-자옥산 갈림길 안부-(40분)-13층석탑-(10분)-옥산서원 주차장

도덕산은 경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와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사이에 솟은 산이다.

백두대간 천의봉에서부터 줄기차게 뻗어오던 낙동정맥이 운주산(해발 806.2m)과 배티재(해발 570.7m)를 지나 내려서다가 도덕산 직전에서 서남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어버려 이 땅의 뼈대를 이루는 정맥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그 당당한 기세만큼은 정맥의 기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주변을 호령하듯 큰 산을 이루고 있다.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말발굽 모양을 이루며 남쪽으로 활로를 틔웠는데 그 중심에 조선조 성리학의 거두이자, 중종 때의 정치가였던 회재 이언적 선생(1491~1553)과 관련된 ‘옥산서원’과 ‘독락당’이 자리한다. 그렇기에 산행은 대부분 이 두 중요한 문화유산과 하나의 동선을 이루며 진행된다.

회재 이언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옥산서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원을 한 바퀴 돌아 나와 자계천을 건너는 외나무다리를 지나 마을 안길을 따라 걸으니 회재가 말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지은 사랑채인 독락당(獨樂堂)이 자리하고 있다.

독락당 입구에 큼지막한 하마석과 솟을대문이 집 주인의 품격과 권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식같이 보인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 독락당 앞 넓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독락당 왼쪽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왼쪽으로 경주 땅 여느 탑과는 달리 특이한 모양으로 서있는 국보 40호인 ‘정혜사지 13층석탑’이 보인다. 이곳 석탑에서 자옥사 이정표를 따라 자옥산과 도덕산 갈림길 안부로 오를 수도 있지만 아침 안개가 엷게 퍼져 연무가 끼인 것인지 미세먼지인지 희뿌연 하늘이다. 이곳을 하산지점으로 잡고 먼저 도덕암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잡았다. 도로를 따라 장산서원까지 간 다음 왼쪽으로 도덕암 방향으로 틀어 비포장 길을 잠시 따르면 왼쪽 산기슭에 도덕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 제법 넓은 길이다. 앞만 보고 걷기보다는 주변으로 곁눈을 돌려가며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길섶에 앙증맞은 야생화가 막 꽃망울을 터뜨리며 매혹적이고 가녀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먼저 제비꽃과 현호색이 인사를 하더니 바람꽃도 뽀얀 속살 드러내며 방긋 인사를 한다.

빠른 걸음도 아닌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꽃은 봄을 알리는데 아직은 겨울 복장을 하고 있으니 땀을 흘릴 만도 하다. 20분을 오르니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과 도덕암으로 오르는 포장길을 만난다. 포장길을 따라 5분을 오르면 바위절벽 아래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도덕암이다. 조계종 불국사 말사로 전각의 배치가 특이하다. 새로 지은 남쪽 끝 해우소를 시작으로 절벽 아래의 산령각, 칠성각, 대웅전, 요사채가 아기자기한 산골암자 그대로다.

종무소 끝에 달개지붕을 달고 붙어있는 벽면 전체가 통유리를 한 작은 차실이 특이하다. 차실에 앉으면 동해 일출을 바라볼 수 있어 분위기는 아주 그만인 곳이다.

해우소 앞에서 산령각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 바위 아래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산령각을 올라서면 바위 위에 전망대 데크를 만들어두어 동해쪽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고도를 높이면서 아직 녹지 않은 잔설이 서걱거리지만 이마저도 금방 녹아내릴 듯 훈풍이 등을 떠민다.

정상 바로 아래에 계단을 만나기까지는 너덜길이다가 계단을 올라서면 조금은 수그러들어 이내 자옥산, 도덕산 갈림길이다. 정상은 오른쪽으로 약 30m. 바위봉우리 아래에 크기도 모양도 다른 정상석 3개가 나란히 세워져있다. 동쪽으로 바위를 돌아나가면 멀리 봉좌산, 정면으로 어래산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안강들을 지나 동해가 조망되는 곳이다.

아쉽게도 아직 걷히지 않은 연무로 멀리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북쪽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 낙동정맥 갈림길을 지나 봉좌산으로 향하게 되고, 진행할 방향은 정상직전 갈림길에서 자옥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곧바로 넓은 터에 자리 잡은 월성최씨 무덤을 지나고 참나무가 주종인 능선은 너덜을 이룬 바윗길이다. 막 움트기 시작한 생강나무도 간혹 보이고 수줍은 듯 볼그스레한 얼굴을 한 진달래도 새끼손톱만큼 부풀어 올랐다. 10분쯤 내려서니 평평한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정면으로 자옥산이 봉긋하게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삼성산(해발 578.2m)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안부까지는 완경사의 내리막길이다. 30분을 내려서면 안부삼거리에 ‘도덕산 1.6㎞, 자옥산 0.74㎞, 정혜사지 13층석탑 1.65㎞’로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왼쪽 정혜사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소 가파른 내리막인데 중의무릇, 바람꽃이 무리지어 피어있고 파릇파릇 물오른 숲의 기운이 싱그럽기까지 하다.

작은 계곡을 한 번 건너고 나서는 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이 이어진다. 간혹 얼마 전 경주지역에 내린 폭설의 영향인 듯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지가 부러진 채 힘없이 주저앉아 있다. 자옥사 이정표를 따르면 말끔하게 단장된 여강이씨 가족납골당을 지나면 곧바로 정혜사지 13층석탑 앞에 닿는다. 석탑을 뒤로 하고 아침에 올랐던 옥산서원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자계천 외나무다리를 다시 건너는데 아침에 듣지 못한 계곡 물소리가 이제야 들린다. 물소리 한 소절에 가슴팍 깊이 봄을 지핀다. 이제 내 가슴속에도 마침내 봄이 찾아들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추사 김정희 등의 현판이 있는 옥산서원.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독락정 입구 솟을대문.
[최원식의 산] 도덕산(道德山) 경주·영천시 경계·해발 703m
정혜사지 13층석탑.


도덕산☞

◇…도덕산은 경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경주 전체가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듯 이곳 도덕산 주변에서도 문화유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중심에 옥산서원, 독락당, 정혜사지 등이 있다. 도덕산만 오를 수도 있고 도덕산~자옥산을 연결해도 넉넉한 하루 산행이 가능하다. 또 자옥산부터 올라 도덕산~봉좌산~어래산까지 연결해도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정상만을 오른다면 도덕산 아래 도덕암까지는 차량으로 오갈 수 있어 편리하다. 산행거리는 약 8㎞로 4시간 남짓 소요된다.

가는길☞

◇…경부고속도로 영천IC를 나와 영천시내 방향으로 들어서 28번 국도를 따라 안강 강교휴게소를 지나 풍산금속 못미처 왼쪽으로 옥산서원 이정표를 따르면 옥산서원 주차장과 독락당 앞 주차장이 차례로 나온다.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북영천IC를 나와 영천방향으로 향하다 오미교차로에서 28번 국도를 따라도 된다. 내비게이션: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216-27(옥산서원) .

볼거리☞

△옥산서원, 독락당=경주 안강읍 옥산리에 위치한 서원으로 선조 5년(1572)에 경주 부윤 이제민이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건립하였고, 이듬해 서악의 향현사에 있던 위패를 모셔왔으며, 1574년 옥산으로 사액되었다. 옥산서원에는 아계 이산해,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 등의 명필이 쓴 현판이 있다. 독락당은 옥산서원 인근에 있으며 회재 이언적이 관직을 그만두고 초야에 묻혀 거처하던 곳으로 입구부터 높게 솟을대문을 하고 있으며 경정재, 역락재, 옥산정사는 보물 제413호로 지정되었다. 자계천이 내려다보이는 계정에는 석봉 한호가 쓴 편액이 걸려있다.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 제40호. 도덕산과 자옥산의 중간 안부로 오르는 입구에 있는 탑으로 각부의 양식이 독특하다. 흙으로 단층의 기단을 쌓고, 그 위에 1단의 석축을 놓고, 다시 그 위에 네 장의 높은 굄돌을 설치한 13층의 옥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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