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반출된 대구·경북 문화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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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1   |  발행일 2014-04-11 제33면   |  수정 2014-04-11
돌아와야 할 15만2천915점 중의 하나 ‘가야금관’
20140411

# 경주 불국사 다보탑 기단에 있는 10단의 계단은 ‘부처님의 나라’인 다보궁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이 계단 끝에는 다보궁의 입구를 지키는 돌사자 네 마리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1909년을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도난 당해 지금은 한 마리의 돌사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인의 미소’로 잘 알려진 얼굴 무늬 수막새. 이 인면와(人面瓦)는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공의(公醫)로 근무하던 일본인 다나카 도시노부가 수집한 것이다. 광복 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박일훈 전 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9월 일본으로부터 반환받았다.

#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던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정문부 장군이 의병을 모아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왜군을 무찌른 전투를 소상히 기록한 전승비다. 1707년에 건립된 이 비석은 1905년 러일전쟁 때 일본으로 강탈돼 도쿄 인근 야스쿠니신사 경내 구석에 방치돼 왔다. 1978년 한 한국인이 북관대첩비를 발견한 이후 반환운동이 일어났고, 2005년 10월 한국에 반환됐다가 2006년 3월 원래 있던 함경북도 김책시 임명리에 다시 세워졌다.

# 1866년 병인양요 때 불에 타고 남은 일부 외규장각의궤가 프랑스에 약탈당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도중 한-프랑스 정상 간 합의로 145년 만에 297권이 반환됐다.

# 대한제국의 국새(國璽)가 오는 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방문 때 돌아올까. 1905년 일제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다음 조선통감부에 이 국새를 억류했다가 1910년 한일병탄 이후 조선총독부로 넘긴 다음 일본궁중에 보관했다. 광복 후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 등을 맥아더사령부를 통해 돌려받았지만 6·25전쟁 후 국새를 포함해 5점을 잃어버렸다. 이 국새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 확인돼 지난달 한국문화재환수국제기구(IORKNT)를 중심으로 국새와 어보 등 11점의 보물을 돌려달라는 백악관 청원을 시작했다.

15만2천915.

이 숫자는 지난해 4월 기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파악한 해외소재 우리문화재 현황이다. 해외문화재는 전 세계 22개국 67개의 박물관 또는 미술관 등지에 흩어져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이 6만6천여점, 미국이 4만2천여점, 독일이 10만여점을 갖고 있으며 이어 중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순이다.

문화재는 특별히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 및 자연유산으로, 민족의 소중한 자산일 뿐 아니라 소중히 보호해야 할 역사적 유산이다. 하지만 일제는 수없이 많은 문화재를 공공연하게 약탈해갔다. 그들은 “잠자코 있는 조선에 은혜를 베풀고 이것을 개척하기 위해 40년이 걸렸다”느니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 사업의 결과로 사계(史界)에 광명을 비췄다”느니 하면서 악행을 은폐하려 했다. 그들은 이 땅의 문화재를 마구 도굴해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인멸했다.

대구·경북지역은 오랜 역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제는 경주, 대구, 고령 등 고대국가의 고분을 도굴함으로써 방대한 양의 유물과 유적을 약탈해갔다. 광복 이후 일본은 마땅히 그들이 소유했던 문화재를 이 땅에 남겨두고 가야 했지만 혼란을 틈타 상당수를 반출했다. 정부 수립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 땅의 문화재는 다시 수난을 당했다. 문화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혼(魂)이자 공동의 자산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화재 반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는 해외에 반출된 대구·경북지역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다. 일제가 고적조사라는 미명하에 일본으로 반출한 문화재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도굴이 이루어졌으며 누가 앞장서 약탈해갔는지 추적해 보았다. 또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어떤 귀중한 유산이 해외에 남아있는지 알아보았다.

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를 취재하는 한편 평생 문화재찾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규홍 <사>대구경북향토문화연구소 문화재연구실장의 글도 실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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