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꿈틀대니 삼성 살아났다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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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4   |  발행일 2014-04-14 제26면   |  수정 2014-04-14
임창용 2382일만의 국내 복귀전
SK전 8회 1사 만루서 등판
희생플라이 한 개 내줬지만
삼진 2개 잡고 극적 구원승
20140414
삼성 임창용이 13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삼성 경기에서 8-8로 맞선 8회말 1사에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임창용은 국내 복귀 무대에서 2천408일 만에 구원승을 거뒀다. <삼성 제공>

8-8 동점이던 8회초.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순간 대구구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뱀직구’ 임창용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던 그는 김태한 투수코치의 사인을 받자마자 마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7년 일본 진출 이후 2천382일 만이다. 천하의 ‘창용불패’였다지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초구 직구 승부를 즐기는 임창용이 이날 첫 타자 스캇과의 대결에서 선택한 첫 구질은 시속 140㎞대의 싱크성 커브. 하지만 스캇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고 깊숙한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되면서 삼성은 8-9로 역전을 당했다. 자책점은 아니지만 순간 임창용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내심 내야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1점도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을 그이기에 관중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다음 타자를 6구째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친 임창용은 8회말 삼성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사실 13일 SK와의 3차전에서 연패를 끊기 위한 삼성 타선의 몸부림은 초반부터 거셌다. 1회에만 4안타 3사사구를 집중시키며 5득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정형식의 우전 안타와 나바로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찬스에서 최형우의 좌중간 2루타와 박석민의 2루 땅볼로 2점을 얻었다. 또 박한이의 중전 안타, 김상수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5-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5·6회에 내야 땅볼로 각각 1점씩 보탠 삼성은 7회말에도 나바로의 좌전 적시타를 앞세워 8-4로 앞서며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선발 윤성환도 6.1이닝 동안 4실점하며 비교적 호투했다. 하지만 8회 마무리로 나선 안지만이 SK 최정에게 동점 만루포를 맞고 말았다. 초구 직구가 제대로 통타 당한 것. 최정은 대구구장에서만 마수걸이 홈런에 이어 시즌 2호 홈런을 쳐냈다.

1점을 더 뺏기며 역전 당한 삼성은 분위기상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임창용의 절실함이 통했을까. 삼성 타자들은 기적처럼 2점을 뽑아내면서 이날의 주인공 임창용을 위한 컴백무대를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8회말 선두타자 최형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박석민은 SK의 불펜 박정배의 2구째 높은 공을 그대로 받아쳐 1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다시 9-9 동점. 8회초 SK에 5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던 충격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계속된 1사 3루 찬스에서 박한이의 투수 앞 땅볼 때 박석민이 홈을 밟아 10-9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9회초. 다시 임창용이다. 이 경기마저 내주면 삼성은 3연패. 전날 7점 등 타선이 적지않은 점수를 뽑아내고도 연일 패한다면 팀 전체가 무기력에 빠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임창용의 구위는 아직 예전같지 않았다. SK 선두타자 이명기는 3루 쪽으로 향하는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렸고, 다음 타자 조동화는 2루 쪽 깊은 타구를 날렸다. 다행히 박석민과 나바로의 환상적인 수비 덕에 투아웃을 만들고 한숨을 돌렸다. 이제 마지막 한 타자 최정만 남겨둔 상태. 임창용은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을 오가는 피칭으로 최정을 현혹했고 결국 헛스윙으로 삼진처리했다.

7년 만의 국내 복귀 무대에서 극적인 구원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창용불패’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듯 ‘애니콜’ 임창용은 그렇게 대구구장에 다시 돌아왔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 타 구장 소식

▷ NC 5-4 LG (잠실)
▷ 넥센 4-2 한화 (대전)
▷ 롯데 6-3 KIA (광주)

◇ 중간순위
 (13일 현재)
순위 구단 승률
1 N C 8 4 0 0.667
2 S K 9 5 0 0.643
넥센 9 5 0 0.643
4 롯데 6 4 1 0.600
5 두산 5 6 0 0.455
6 KIA 6 8 0 0.429
7 삼성 4 6 0 0.400
8 한화 4 9 0 0.308
9 L G 3 7 1 0.300

◆13일(대구)

 S     K 000 001 350 9
 삼   성 10
500 011 12X
△ 승리 = 임창용(1승)△ 패 = 박정배(3승 1패)
△ 홈런 = 정상호 1호(6회 1점) 최정 2호(8회 4점·이상 SK)

◆12일(대구)

 S     K 100 051 201 10
 삼   성 7
000 240 100

△ 승 = 전유수(1승) △ 세 = 박희수(6세이브)
△ 패 = 심창민(1승 1패)
△ 홈런 = 최형우 3호(4회 2점·삼성)

최정 1호(7회 2점) 이재원 1호(9회 1점·이상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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