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개장수’ 배우 채치민 인터뷰

  • 이효설,이현덕
  • |
  • 입력 2014-04-16 08:08  |  수정 2014-04-16 08:09  |  발행일 2014-04-16 제21면
가족 잃고 개 파는 그 심정 아슈?
20140416
연극 ‘개장수’에서 개장수 역할을 맡은 배우 채치민씨가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그의 연기는 6월8일까지 엑터스토리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올해 8월이 되면 연극인생 45주년을 맞는 예순셋의 배우가 있다. 아직까진 ‘원로’란 호칭이 부담된다는 배우 채치민씨.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기공연에 들어간 연극 ‘개장수’(6월8일까지)에서 개장수 역으로 분한 채씨를 지난 13일 오후, 엑터스토리 소극장에서 만났다. 연극이 끝난 직후, 무대에서 개 목걸이를 들고 내려온 그는 조명이 꺼진 텅빈 무대를 바라보며 인터뷰에 응했다.

 

 

개장수는 우리 시대 아버지像
가족에게 못한 게 늘 恨인 사람

45년 동안 무대 위에서만 살아
자신 대신 돈벌어 생계 책임진
극중 아내를 보니 뼈에 사무쳐

 


-연극 ‘개장수’는 개장수 최씨의 우여곡절 인생을 다룬 노래극이다. 중간중간에 흘러간 가요를 부르는 장면이 계속된다.

“노래극이라 불러 그렇지, 어른들이 좋아하는 악극 형식이다. 연출자가 매 상황에 맞는 옛날 곡을 삽입해 배우가 직접 곡을 부르는데, 따라부르는 관객들이 적잖다. 슬픈 장면인데 손뼉을 ‘짝짝’ 치며 부르는 할머니도 계신다.”

-극에서 개장수는 자식과 아내를 잃고 개를 팔아 근근이 살아간다. 홀로 살아가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인물인 것 같다.

“개장수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다. 자식 앞에 엄하고 아내에겐 역정만 내지만, 실은 가족에게 잘하지 못한 게 늘 한으로 남아있는 사람말이다. 극 중 데모를 하는 대학생 아들이 ‘돈을 달라’고 애원하자 ‘학생운동은 안 된다’며 끝내 주지않는 모습이 나온다. 아내는 그것을 돈이 아까워 안 주냐며 의심한다. 아버지는 자기 본심과 다르게 가족에게 오해받고, 그래서 더 먼 존재다. 이 배역에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극 중 언어장애가 있는 개장수의 아내가 고등어를 파는 것이 애달프다고 털어놨다. 개장수는 그 아내에게 “말도 못하는 벙어리한테 돈을 벌어오라고 시켰다며 동네사람들이 날 뭐라 하겠소”라며 아내가 들고 있는 고등어 바구니를 길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현실에서도 자신 대신 돈을 벌어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가 있다는 그는 그 장면을 두고 “뼈에 사무친다”고 털어놨다.

-45년 가까운 세월 연극만 했다고 들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나.

“딱 한 번 있다. 5개월 동안 했는데, 결근 해놓고 전국연극제에 출전한 적도 있다. 결국 쫓겨났다. (웃음)”

그는 아직도 대본을 모조리 외우고 첫 연습에 들어갈 정도로 노력하는 배우이다. 그러면 눈 감고도 배우의 연기와 동선 등을 훤히 그려낼 수 있단다. “연습하며 암기해도 되지 않냐”고 묻자 “연기는 내가 유일하게 몸 바쳐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 말고 달리 할 것이 없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무려 200편 가까운 연극 무대에 섰다. 되돌아보면 “도대체 무엇을 이뤘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젓는 배우 채치민씨. 그에게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연극하는 동생들에게 막걸리 한잔 사줄 수 있는 배우면 족하다. 나도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 (053)424-8340.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