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역사와 문화 이 70권에 다 있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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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8   |  발행일 2014-04-18 제33면   |  수정 2014-04-18
향토의 정체성 일목요연 조명…한국 사보 대상 수상 경력
방대한 자료 탄성 자아내…은행도 편집방향 일절 관여않아
창간 18년, 통권 70호 맞는 향토문화의 숨은 파수꾼 대구은행 사외보 '향토와 문화'
20140418
‘향토와 문화’ 1호∼69호. 사외보로는 드물게 매호(號) 한가지 주제만을 심층적으로 다뤄왔다.

이익(자본)의 각도.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다. 특히 CEO는 동물적 본능으로 채무를 죽이고 채권을 증폭시킨다.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승부안’도 출중하다.

돈에 올인할 때 안 보이던 것이 돈을 얻고 나면 비로소 보인다. 충분히 모았다 싶으면 본능적으로 ‘한숨’을 돌리게 돼 있다. ‘돈의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돈의 독성과 후유증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다.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차리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띄운 이병철. 그도 이런 삼성의 사세(社勢)를 익히기 위해 65년 삼성문화재단, 82년에는 호암갤러리를 론칭했는지 모른다.

자본이 고도화되면 한 기업의 브랜드를 ‘기업 이미지’로 승화시키려고 한다. 마치 교주가 자기 사상과 믿음체계를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표출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기업도 일정 궤도에 오르면 ‘품격(品格)’을 빚으려고 한다. 임직원·고객·지역사회까지 하나로 묶어주는 ‘사보(社報)’에 상당히 집착한다. 사보의 기운은 자연스럽게‘사사(社史)’ 편찬으로 넘어간다. 사보와 사사. 기업을 격조 있게 해주는 ‘부적’이다.

1967년 지방 최초의 은행으로 태동한 대구은행. 97년과 2013년 아주 의미 있는 상을 받는다. 한 번은 한국 사보 대상, 또 한 번은 한국 사사 대상이다.

대구은행의 사외보인 ‘향토와 문화’. 그 시절 전통문화에 천착해 ‘한국 3대 전통문화 전문 잡지’로 불렸던 ‘마당·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에 필적할 만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어떤 이는 ‘대구은행이 한 사업 중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구시장은 직원에게 ‘향토와 문화한테 좀 배워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 하나. 매번 5천만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2만여 부를 만들고 있지만, 은행 측은 편집방향 등에 일절 간여하지도 생색을 내지도 않는다. 그냥 겉면 표지 하나로 만족한다.

향토와 문화는 사보역사상 처음으로 한 가지 주제만으로 콘텐츠를 꾸렸다. 파격이었다. 그래서 갈수록 소장가치가 높아진다.

96년에 태어나 다음 달 통권 70호를 맞는다. 이만큼 방대하고 사실에 기초한 현장 향토자료도 없을 것 같다. 지금껏 발행된 잡지만 정독해도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부 교수는 이 잡지를 ‘교양학부 교재감’이라고 극찬한다. 웬만한 인터뷰는 다 고사했던 아동문학가 권정생도 향토와 문화의 인터뷰 제의는 받아들였다.

안타깝다.

아직 지역 언론은 물론 지역 문화계조차 이 사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두운 셈.

하지만 일부 고서 수집가는 향토와 문화의 남다른 가치를 감지하고 전질을 소장하려고 야단이다.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의 고향인 대구. 향토와 문화가 갑자기 ‘문화독립운동가’ 같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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