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촬영권의 함정

  • 박주희
  • |
  • 입력 2014-04-19 07:51  |  수정 2014-04-19 07:55  |  발행일 2014-04-19 제12면
20140419

전체 계약 전제로 한
조건부 무료
중도 해지 땐
촬영된 단계비용·잔금 10%는
부담해야
무료촬영권은 주로
출산·육아박람회나
산후조리원 등 통해 받아
계약에 신중해야

경북에 사는 30대 A씨는 자녀의 성장앨범(100일, 200일, 돌)을 계약하며 원판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82만원을 지급했다. 계약한 대로 업체는 사진원판을 CD로 제공했으나 사진을 현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해상도로 변환시킨 것이었다. A씨는 업체에 고해상도 원판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B씨는 둘째 아이 50일, 100일 기념촬영을 위해 사진관을 방문해 계약을 체결했다. 촬영 도중에 사진관 측의 적극적인 권유로 ‘돌 패키지’로 변경하고 현금으로 79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한 달이 넘도록 50일 촬영결과에 대한 안내도, 100일 촬영일정에 대한 얘기도 없어 계약을 해지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성장 단계별로 아기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아기성장앨범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아이의 성장앨범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여 임산부 등 123명에게 모두 8천여만원 상당을 뜯어낸 업자가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어 예비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기성장앨범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 건수는 2011년 174건, 2012년 208건, 2013년 316건으로, 최근 3년간 총 69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소비자불만 상담 건수는 전년(2012년)보다 51.9%나 급증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아기성장앨범에 관한 소비자 상담 건수가 2001년 14건, 2012년 19건, 2013년 2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 무료촬영권 사용 이후 계약해지 요청 많아

전국에서 접수된 아기성장앨범의 소비자 불만 유형으로는 ‘계약해제 및 해지’ 관련 피해가 244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계약불이행’ 31건(9.8%), ‘사업자 폐업, 연락두절’ 21건(6.6%), ‘사업자 부당행위’ 9건(2.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무료촬영권 사용 이후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경우가 많았다.

스튜디오 등에서 아기 출생 후 50일까지는 공짜로 촬영해 준다며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무료촬영권 사용 후나 촬영 개시 전에 계약을 취소하려고 하면 해지를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계약해제·해지 시점의 확인이 가능한 198건을 살펴보니, ‘무료촬영권(임신부 만삭부터 아이 출생 50일까지) 사용 후’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경우가 74건(37.4%)이나 됐다. 촬영 개시 전에 계약 해제를 요구한 경우도 59건(29.8%)에 달했다.

무료촬영권은 아기성장앨범 전체 계약을 전제로 제공되는 조건부 무료로, 중도해지 시 그간 이루어진 촬영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료촬영권의 경우 주로 출산·육아박람회나 산후조리원 등을 통해 받아 사용한 뒤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 무료 촬영권을 제공받거나 아기성장앨범 계약을 한 장소로는 ‘출산·육아박람회’가 14건(45.2%)으로 가장 많았고 ‘산후조리원’ 12건(38.7%), ‘출산·육아 인터넷카페’ 5건(16.1%)으로 나타났다.

성장앨범 비용은 50만∼200만원 사이가 90%로 대부분이었다. ‘50만~100만원 미만’이 70건(46.7%), ‘100만∼200만원 미만’ 65건(43.3%)으로 집계됐다.

◆ 무료촬영권이라도 촬영 이후에는 대금 지불해야

최근 들어 아기 성장앨범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예비 부모들은 출산박람회·산후조리원 등에서 무료 사진 촬영권을 제공받더라도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말고, 신중을 기해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출산·육아박람회 등 사업자의 사무실 외 영업장소에서 아기성장앨범을 계약한 경우,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스튜디오에서 계약한 경우 아기성장앨범은 1개월 이상 계속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속거래’에 해당되므로 청약철회 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사유로 일단 촬영이 이뤄진 후에 계약을 해지하면 ‘무료촬영권’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이미 촬영된 단계비용 및 잔여대금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출산박람회를 통해 성장앨범 촬영을 계약하고 50만원을 지급했지만 한 달 뒤 유산으로 성장앨범을 촬영할 수 없게 되어 계약해지 및 환급을 요청했으나 업체가 이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계약 시에는 반드시 계약서와 약관을 작성해 교부받고 계약해지 및 환불규정, 원판 인도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기성장앨범의 경우 계약기간이 길고 액수가 큰 만큼, 앨범 금액 전체를 선불로 한꺼번에 결제하지 말고 사진촬영 단계별로 나눠서 지급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또한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낫다. 혹여나 사진관이 폐업하거나 사진이 멸실되는 경우 신용카드사에 항변권 행사를 통해 남은 할부금액의 지급 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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