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반 중심 전기설비 전문기업 ‘라이트제림’

  • 이준영
  • |
  • 입력 2014-04-23 07:42  |  수정 2014-04-23 07:43  |  발행일 2014-04-23 제15면
2만2천V 감전 ‘충격적 교훈’ 강진에도 끄떡없는 제품 생산
20140423
라이트제림 직원이 변압기 설치가 용이한 배전반을 조립하고 있다. <라이트제림 제공 >

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주>라이트제림(대표 김태진)은 배전반을 주요 품목으로 생산하는 전기설비 전문기업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기술을 여럿 보유해 지역에선 내실 있는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을 넘어 해외 수출까지 준비 중인 라이트제림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40423
김태진 대표

김태진 대표는 20대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고압선로 작업을 하다 모자창이 고압선에 닿아 2만2천V에 감전된 것이다. 이 일로 한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신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가끔씩 다리가 저려오는 불편을 겪지만 회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0대에 죽을 고비 넘긴 대표
안전한 제품 생산 최우선

화재예방·내진설계 배전반 등
전국 유일 기술 여럿 보유


1년을 꼬박 누워있었지만 재활을 통해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지자 김 대표는 다시 본업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1995년 공사시공업체인 제림전력을 설립한 뒤 당해 지금의 라이트제림으로 법인전환했다.

김 대표는 “사고 당시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일이다 보니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게 겁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안전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회사 운영하면서 안전한 제품 생산을 우선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당시 일은 개인적으론 아픈 경험이었지만 회사로 봤을 땐 유익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편리한 제품은 전국을 넘어 세계로의 진출을 준비 중인 라이트제림만의 큰 장점이다. 배전반은 초고압 전류가 흘러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 이달 초에도 제주도 한 아파트 배전반에서 불이 나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라이트제림은 질석과 진주암, 황토 등 천연원료와 자체 개발한 친환경 무기질바인더를 사용해 화재 시 배전반 내외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제품을 개발했다.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2차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변압기 설치가 용이한 배전반은 전국에서 라이트제림만이 갖고 있는 특허제품이다. 기존 배전반은 설치 시 크레인을 이용해 상단의 지붕을 열어 사람이 올라가 변압기를 장착시키는 방식으로 위험하고, 수리 시에도 개폐기나 차단기 등을 모두 분리해서 변압기를 들어올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 이 제품은 배전반함 하단에 롤러를 부착해 문만 열면 변압기를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설치와 보수가 용이해 시간이 훨씬 단축되며, 롤러 하나당 8t까지 중량을 견딜 수 있어 변압기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라이트제림의 새로운 무기는 규모 8.3급 지진에도 견디는 내진 배전반이다. 배전반 하부 베이스에 상하굴절형 진동패드가 설치된 프레임을 결합해 노면에 고정시킴으로써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도 배전반의 압력과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재 이 같은 기능의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8.3급 내진까지 견디는 것은 라이트제림이 유일하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도 한 해 수십 차례의 지진이 일어난다.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등 주요 공기관의 전산센터는 내진 관련 제품 도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며 “우리 제품은 기존제품 대비 약 30%의 발생응력감소가 이뤄진다. 이제 더 이상 외부 환경에 의한 제품 손상이나 고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로등과 CCTV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CCTV는 범죄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라이트제림은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배전반은 특허를 받아 올해 제품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회사가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챙길 것”이라며 “회사가 지금까지 이어오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최고가 되도록 몸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