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갈았던 마틴, 칼 같았던 제구력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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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9   |  발행일 2014-07-09 제27면   |  수정 2014-07-09
12일 만의 1군 복귀 무대서
7.2이닝 4피안타 5K 무실점
채태인 스리런…삼성 3연승
임창용 공 1개로 투아웃 ‘S’
20140709
삼성 선발 마틴이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삼성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마틴은 12일 만의 1군 복귀 무대에서 7.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5승째를 기록했다. <삼성 제공>


“감독님, 저도 있어요.”

8일 프로야구 삼성-롯데 시즌 7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3루 삼성쪽 더그아웃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채태인이 류중일 감독에게 오는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뛰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것.

이에 류 감독은 “태인아, 그건 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야구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성적이 나와야 돼”라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채태인은 “감독님, 올해는 안 되더라도 내년에는 꼭 넣어주세요”라며 꼬리를 내렸다.

‘애걸하는’ 채태인과 달리 삼성의 떠오르는 신인 박해민은 이런 어필을 하지 않아도 올스타전 출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류 감독은 “현재 해민이가 우리팀 외야수 중 최고로 잘 하고 있다. 못 하는 게 없는 선수”라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동군(이스턴) 사령탑인 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가 투표로 선발한 기존 엔트리 11명 외 12명을 더 뽑을 수 있다. 삼성에서는 박해민이 포함됐으니 나머지 11명은 다른 구단 소속 선수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삼성은 이처럼 올스타전 출전을 놓고도 고참과 후배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올스타전 출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이날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만 하는 선수가 있다. 제이디 마틴이 그 주인공이다. 마틴은 지난달 26일 대구 넥센전 선발로 나와 7피안타(2피홈런) 2볼넷으로 7실점하며 2회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고 강판 당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2군에 내려갔다 다시 1군에 등록한 마틴은 절박했다.

그래서일까. 마운드에 오른 마틴은 완벽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브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히메네스와 최준석 등 강타자가 즐비한 롯데 타선은 마틴의 구위에 눌려 매 이닝 ‘먹힌 타구’만 생산해 냈다. 마틴은 8회 2사까지 단 4개의 안타만 내줬을 뿐이다. 롯데 타자들이 친 타구 대부분은 땅볼이었다. 마틴은 이날 7.2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째(4패)를 올렸다.

삼성은 선발 마틴의 부활투와 채태인의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4-0 완승을 거뒀다. 양팀간 시즌 전적은 5승2패로 삼성이 단연 우세. 47승22패2무를 기록한 삼성은 2위 넥센과 5게임 차를 유지했다.

마틴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권혁, 심창민, 차우찬의 불펜진과 마무리 임창용도 모처럼 완벽한 계투를 이어갔다. 특히 9회 1사 1, 2루의 실점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임창용은 대타 용덕한을 공 하나로 3루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처리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공 1개만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세이브를 올린 것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마틴의 절박함과 달리 삼성 타선은 중반까지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는 삼성에 패배를 안긴 바 있는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 지난 4월4일 울산 롯데전에서 삼성은 옥스프링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 밖에 뽑지 못하고 2-4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두 번째 맞선 이 날도 2회 이승엽의 땅볼로 얻은 선취점 이외에는 득점을 쉽사리 내지 못했다. 결국 마틴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준 건 역시 삼성의 전매특허 ‘큰 거’ 한 방이었다. 삼성은 6회 김상수의 2루타와 나바로의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올스타전 탈락(?)의 한풀이라도 하듯 옥스프링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강영식의 구속 143㎞짜리 초구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좌측 펜스를 넘겼다. 비거리 110m짜리로 시즌 7호다. ‘채태인의 홈런=팀승리’라는 공식을 이날 롯데전에서도 어김없이 입증한 삼성은 7월 첫 홈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타 구장 소식

▷ 넥센 17-3 한화 (청주·8회 강우콜드)
▷ KIA 10-6 SK (문학) ▷ 두산 14-8 LG(잠실)

 

◆8일(대구)

 롯   데 000 000 000 0
 삼   성 4
010 003 00X

△승 = 마틴(5승4패) △세 = 임창용(4승1패16세이브)
△패 = 옥스프링(6승5패)
△홈런 = 채태인 7호(6회 3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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