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감시 약해 언제든 비리, 지자체 입김도 화불러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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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2 07:19  |  수정 2014-07-22 08:41  |  발행일 2014-07-22 제1면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왜 잡음 심하나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하 전문연)의 방만경영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 제대로 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연은 지역별로 특화돼 있는 생산단지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소로, 산업통상자원부 소관하에 전국 14개가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는 다이텍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한국섬유기계연구원이 있어 지역 섬유산업의 스트림별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연이 그간 숱한 비리에 휘말리며 ‘비리연구소’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왔다는 점이다. 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채용과 입찰, 용역비리 등이 불거져 전임 원장 등 7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최근엔 진주의 한국실크연구원 직원 2명이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사장과 실크업체 대표 등 15명 또한 각각 징역 4년~1년2월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이처럼 전문연이 비리에 취약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내·외부 통제 기능의 미비다. 현재 전문연의 감시·감독 기능은 3년 주기로 이뤄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정기감사와 매년 지자체로부터 받는 보조금 관련 집행 점검이 전부다. 내부적으로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는 선출직 이사 대부분이 업체 대표들로 구성돼 있는 데다 연구소 간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해 있다. 즉,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실크연구원 사태는 전문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노정한 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연은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지만 외부에서 전문연의 경영정보를 알긴 어렵다. 임원과 업체 대표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유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보니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며 “전문연의 문제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과도한 간섭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 3개 전문연은 매년 지자체로부터 일정 금액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주관하에 진행되는 사업들은 수십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때문에 예산 지원 등을 빌미로 연구원 운영에 개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곧 낙하산 인사와 부당한 지시 등으로 이어져 비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연 원장은 “원장 부임 후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인사는 자기와 의논하라는 말을 듣고 너무 기가 막혔다. 그때 전문연을 대하는 지자체의 자세가 얼마나 오만한지 느꼈다”며 “예산을 마치 자기 돈 주듯이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들로 인해 연구소 운영에 개입이 이뤄지고, 채용비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6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및 전문생산기술연구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비리제보 창구를 개설하기도 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전문연이 살아나기 위해선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통합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전문연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전문연은 정부의 약한 통제력을 틈타 토호세력들의 아지트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으로 구성된 통합이사회를 만들어 건전한 예산경쟁을 유도하고 상호 간 견제를 이룬다면 사유화는 줄어들 것”이라며 “또 전문연은 설립 특성상 정부 R&D 지원과제로 대부분의 운영이 이뤄지는 만큼 재정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상위법으로 전문연에 대한 규정과 지침 등을 마련해 운영한다면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생기는 비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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